국세 수입은 10년만에 감소 전망...국가채무비율 40% 육박 등 재정건전성 크게 악화
홍 부총리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재정의 적극적 역할 위해 국가채무 비율 상승 불가피"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확정됐다.
혁신성장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나고 사회간접자본 예산도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확장적 예산정책에 비해 내년 국세 수입은 10년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국가채무비율은 40%대에 육박하는 재정건정성은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 늘어난 513조5000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 2년 연속 9%대 증가 '확장적 예산'
지출증가율 9.3%는 올해(9.7%)에 이은 높은 수치로 2009년 금융위기(10.6%) 이후 최고 수준의 확장적 재정이 이어지는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 기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먼저 내년 혁신성장 가속화에 올해보다 59.3% 많은 12조9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세부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에 대응해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을 위한 자금공급에 올해보다 163%(1조3000억원) 늘어난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데이터와 5G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사업에는 46.9%(1조5000억원) 늘어난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23조9000억원으로 27.5%(5조2000억원) 늘리며 미세먼지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해 환경예산은 8조8000억원으로 19.3% 늘어난다.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24조1000억원으로 17.3% 확대된다.
◆ SOC예산, 文정부 들어 첫 두자릿수 증가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2조3000억원이다. 12.9% 늘린 것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21조2000억원)보다 21.3% 늘린 2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노인일자리 74만개 등 재정지원 일자리를 95만5000개 만들고 고용장려금과 창업지원, 직업훈련 등을 통해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6000개 창출을 지원하고 국가직 공무원 일자리는 경찰 등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1만9000명 충원한다.
일자리를 포함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12.8%(20조6000억원) 늘어난다.
기초연금(11조5000억→13조2000억원)와 실업급여(7조2000억→9조5000억원)에 대한 예산 투입도 크게 늘어난다.
교육예산은 72조5000억원으로 2.6%(1조8000억원) 늘어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5조5000억원으로 2000억원(0.4%)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80조5000억원으로 5.1%(3조9000억원) 늘렸다. 이중 지방교부세는 52조3000억원으로 2000억원(0.3%) 감액됐다.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합한 내년 지방이전재원은 107조8000억원으로 1000억원 늘었다.
사병봉급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방예산은 3.5% 늘어난 50조2000억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어섰고,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확대(1조1036억→1조2176억원)로 외교·통일 예산은 5조5000억원으로 9.2%(5000억원) 늘었다.
◆ 줄어드는 국세수입, 재정건전성 문제없나
내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1.2%(5조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이 올해 294조8000억원에서 내년 292조원으로 0.9%(2조8000억원) 줄면서 10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3조8000억원에서 내년 60조2000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 건전성 지표들은 악화한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1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4조5000억원, 국가채무는 805조5000억원으로 64조7000억원이 각각 늘어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로 1.7%포인트 악화하고,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2.7%포인트 뛴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은 6.5%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3.4%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2023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한다.
홍 부총리는 "신용평가사나 외국인 투자자는 국가채무 절대 규모보다 채무 증가속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국가채무비율이 5년 뒤 40% 중반대까지 가는 것은 불가피하고, 그 정도는 용인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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