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이재용 상고심...대법원, 삼성 제공 '말 세마리' 뇌물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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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이재용 상고심...대법원, 삼성 제공 '말 세마리' 뇌물로 볼까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8.28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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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공 마필, 뇌물로 인정할 것인가 Vs, 강압에 의한 수동적 제공인가
영재센터 지원금, 경영권승계 노린 '묵시적 청탁' 존재했나
2심 집행유예 확정 가능성 Vs 파기환송 전망 교차
법조 일각 "대법원 사회적 혼란 줄이는 선택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법조계에서는 ▲삼성 측이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가 있었는지 등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본다.

대법원은 29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 판결을 선고한다. 판결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상고심 선고과정이 TV생중계될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올해 2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6차례나 심리를 진행한 뒤 지난 6월 종결했다.

◆쟁점 1. 삼성 제공 말 세마리는 경영 승계 뇌물일까 아닐까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 대한 1, 2심 재판부는 삼성이 제공한 말 세마리가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뇌물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뇌물로 보지 않았다. 마필 소유권이 최 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 무형의 재산상 이익도 '산정불가'라며 산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액이 1심 당시 86억원에서 36억원으로 줄었다. 

뇌물공여액이 크게 줄면서 형량 역시 1심 징역 5년(실형)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시민단체들은 형량을 줄이기 위해 2심재판부가 뇌물공여액 산정을 적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대법원이 2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이 전 부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된다. 현재 경영 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박 전 대통령도 줄어든 뇌물액을 기준으로 파기환송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삼성이 제공한 마필 값 36억원이 뇌물로 인정된다든지, 2심에서 '산정불가' 이유로 배제된 뇌물 공여액이 재산정되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이 부회장 사건은 파기환송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한다.

아울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뇌물로 인정하면 파기환송된다. 그간 어떤 재판부도 이 혐의를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쟁점 2,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은 ‘묵시적 청탁’ 일까

삼성 측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지원금 16억원도 경영권 승계의 실체, 이른바 ‘묵시적 청탁’ 존재 여부를 가릴 중요한 쟁점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2심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가 없었고, 묵시적 청탁을 할 이유도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2심 재판부가 사실오인을 넘어서 명백한 사실왜곡을 했다"고 주장했었다. 시민단체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1심과 2심은 모두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마저 획일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으며, 업무상횡령 범행의 피해를 회복하였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파기환송 가더라도 인신 구속 여부 속단하면 안돼

대법원이 1심처럼 영재센터 지원금(16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하면 마필이 뇌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의 총 횡령액은 52억원으로 불어난다. 게다가 회삿돈으로 줬기 때문에 ‘횡령죄’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일 땐 법정형 하한이 징역 5년이어서 집행유예 선고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을 받더라도 인신 구속으로 이어질지 속단하기 이르다고 지적한다. 1심 판결에 따라 1년간의 수감생활을 했고, 2심 재판과정에서 정치권력(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횡령금) 전액을 변제한 점 등이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공여자에 대한 정상참작 사유는 ‘적극성’(자발적 행위) 여부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이라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정치권력 강요에 의한 ‘수동적 뇌물’ 사건이라고 봤다.

이 부회장이 자발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 등에 의해 수동적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울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액이 50억원이 넘을 시 적용되는 법정형은 하한(下限)이 징역 5년 이상이다. 여러 범죄혐의가 있는 ‘경합범’의 경우 가장 중한 죄의 상한(上限)에 최대 1.5배까지 가중할 수 있다.

하한(下限)은 가장 중한 죄의 최저 법정형과 같은데, 이 부회장에 대해 재판부는 최저 5년에서 최대 45년을 기준으로 선고 가능 형량으로 삼을 수 있다. 이때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정상참작 등을 고려해 상한과 하한을 절반씩 감경하는 ‘작량감경’을 하게 되면 징역 2년6월~22년6월의 범위에서 선고가 가능하다.

물론 이 부회장처럼 ‘이종 경합범’의 집행유예 기준은 아직 없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극히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사례를 상정해 집행유예 기준을 설정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다만 단일범에 대한 집행유예 기준을 전제로, 경합범에도 집행유예 (양형)기준이 적용되도록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즉 형량 범위와 선고형 결정방법 등을 고려할 때 파기환송심도 열리기 전에 집행유예 가능성을 배제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요 쟁점에 대한 하급심 판단이 엇갈린 점을 고려하면 박 전 대통령이나 이 부회장 사건 둘 중 어느 한 쪽은 파기환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뇌물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사건 모두를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정치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2심대로 형이 확정될 경우 '구속'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며 “이 경우 경영활동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특별 선고기일까지 잡은 것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며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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