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美 대학·기업의 최대 화두는 '교육 4.0'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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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美 대학·기업의 최대 화두는 '교육 4.0'①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8.2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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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직종과 직능의 수급불균형...명문대 커리큘럼 혁신 통해 새로운 인재 육성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
4차산업혁명이 급진전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대학이 공급하는 인력간의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4차 산업혁명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면서 글로벌 고용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기업과 대학들은 직종과 직능간의 수급불균형 확대에 대비해 이른바 'Education 4.0' 대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학 교육에도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을 미래 화두로 제시했던 세계경제포럼(WEF)은 ▲모바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차세대 고용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낼 대표적인 요소로 제시하면서 2020년까지 글로벌 고용시장에서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 현존 직업 최소 14%는 사라질 것

WEF가 실시한 글로벌 기업 경영자 설문조사에서는 차세대 인력관리 전략으로 ‘자동화에 따른 고용 축소(48%)’와 ‘고생산성 신직종으로 교체(38%)’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현존 직업의 최소 14%가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으며 32%의 직업은 급진적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도기술 수반 직종 및 비숙련 직종은 증가하지만, 제조업 등 중간 기술 수준 직종의 수요는 감소하는 양극화가 지속된다는 전망이다.  

WEF 표본 분석에 따르면 2022년까지 글로벌 대기업에서만 7500만 개의 잉여일자리가 감소하는 대신 미래형 일자리는 1억3000만 개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46%가 고급기술 인력채용에 애로를 겪고 있으며, 대표적 미래 직종인 IT 일자리 60만 개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새로운 직능(skill) 수요를 기존의 인력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는 ‘Industry 4.0’과  ‘Labor 4.0’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노동력을 증강시키는 자동화 기술에 따라 그동안각광 받던 직능과 새로운 직능의 간극이 커지는 ‘Skill-gap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기억력, 관리 대신 창의성, 감정지능 중시

이전 시대에 요구됐던 ‘정밀도’, ‘기억력’, ‘언어’, ‘관리’ 등 직능 수요는 저하되는 반면, Labor 4.0 직능인 ‘분석 사고’, ‘혁신’, ‘창의성’, ‘감정지능’ 수요는 커지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은 “4차 산업혁명의 고용환경 급변 속에 기업, 교육기관, 구직자가 서로 다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혁신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미국 기업의 45%는 신입직원 채용시 직무능력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여기고 있으며, 대졸 구직자들중 44%만이 교육과정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물론 인력을 공급하는 미국 대학들도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감지하고 교육 플랫폼 혁신에 나서고 있다. 

스탠퍼드대학은 개방형 순환대학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탠퍼드대학은 기존 4년 학사와 2년 석사 과정을 통합한 6년 학제를 통해 학생들이 6년간 자유롭게 캠퍼스와 직장을 오가며 교육 기회를 누리는 ‘개방형 순환 대학’(Open Loop University)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생과 재학생의 경계 없이 직장 경험과 학술 연구가 유기적으로 교류될 수 있고 직장 경험 후 필요 시 재학습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전공별 학점 이수를 평가하는 기존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 개개인이 습득한 기술 및 능력의 조합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생 개개인의 학업 성취도와 능력치 향상 노력을 종합적으로 기록하는 목적 지향적 ‘기술 청사진’(Skill Print)을 새로운 평가체계로 정립하고 학생 개개인이 설정한 ‘미션’이 ‘전공’의 개념을 대체하는 교차전공과 디지털-인문학 결합을 지향하고 있다.

스탠퍼드대는 학생들에게 ▲ 과학적 분석 ▲ 수리적 사고 ▲ 사회탐구 ▲ 윤리적 사고 ▲ 미학(美學) 소양 ▲ 창의성 ▲ 의사소통 등을 필수적으로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MIT는 2014년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미래 교육전략 수립 ▲교수법 변화 ▲교육역량 확대 ▲교육비용 개혁 등 4대 과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세부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태스크포스는 학부, 대학원, 커리큘럼 위원회 등을 포함한 MIT 조직 전체와 구글, GE, 언스트영(EY) 등 외부기업의 자문을 거쳐 실행조직인 ‘MIT Integrated Learning Initiative’(MITili)를 출범시켰다.

◆ MIT, 온라인 교육 코스 확대

MITili는 전공과 무관한 자유로운 교육기회 보장, 국제 공동연구 확대, 평생교육 강화, 미래 디지털기술 습득 등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코스를 확대 개편하고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MIT 온라인 교육 플랫폼. 자료=MIT Open Learning 홈페이지

MIT의 온라인 교육은 크게 교내 플랫폼인 ‘Residential MITx’와 대중 개방형 플랫폼인 ‘MITx Courses on edX’로 나뉜다. 교내 플랫폼에는 2260개의 코스가 개설돼 학부생 85%가 참여하고 있으며, 개방형 플랫폼은 195개 국가에서 1700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학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중점적으로 관심을 갖는 것은 이른바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일이다.

카네기멜론 대학은 ‘Swartz Center for Entrepreneurship’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이 센터는 ▲ 정규학위 프로그램 ▲ 창업육성 서비스 ▲ 스타트업 경진대회 ▲ 벤처투자 유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 설립 이래 연간 50여 개의 행사를 통해 175개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을 배출하고 4억 달러 이상의 벤처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학내 창업 인큐베이터(올림포스 프로젝트)를 운영해 재학생들의 스타트업 기술 상업화를 지원 하고 있으며, 학·석사 학위과정에 걸쳐 기업가정신과 관련한 39개 과목을 개설해 차세대 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카네기 멜론대 ‘Swartz Center for Entrepreneurship’. 자료=카네기 멜론대 홈페이지
카네기 멜론대 ‘Swartz Center for Entrepreneurship’. 자료=카네기 멜론대 홈페이지

그 결과 카네기 멜론 대학은 UC 버클리와 스탠퍼드대학에 이어 2017년 실리콘밸리의 취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 3위에 올랐다.

◆ 코넬대, 스타트업 창업자금 지원까지

코넬대는 교내 스타트업 창업지원센터 ‘eLab’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1년의 운영 기간 동안 강의, 협업프로젝트, 멘토링과 함께 소정의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프로그램 종료 시에 수백 명의 청중과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업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현하는 기회도 갖는다.

eLab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프로그램 종료와 동시에 총 5.5 학점을 이수하게 되는 학점연동제를 채택해 학생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코넬대는 교내외 기관과 협력해 30개 이상의 기업가정신 관련 프로그램과 정규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며 단과대별로 창업전략, 비즈니스모델, 기술상업화, 벤처투자, 디지털혁신 등 ‘Entrepreneurship’ 관련 총 113개의 정규과목을 개설·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대학이 네트워크을 통해 협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타, 하버드, 위스콘신대 등 미국 내 6개 대학이 참여하는 공동연구 프로젝트 ‘Advanced CyberInfrastructure – Research and Education Facilitator’(ACI-REF)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500만 달러를 후원하는 2년짜리 파일럿 프로젝트다. 각 대학 연구진이 투입돼 국가 사이버보안 인프라망 구축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미네소타, 듀크, 예일 대학과 영국 캠브리지 대학, 캐나다 멕길 대학 등 2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Beyond the Academy’ 국제 다중대학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교육기관 간 융합을 통해 공동연구, 인재교류, 커리큘럼 등에서 혁신 추구를 목표로 진행된다.

Yale-NUS 칼리지는 동·서양 문화와 자연·인문 과학이 조화된 인재를 키운다는 모토로 2011년 예일 대학과 싱가포르 국립대학(NUS)이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동서양의 사회문화 업적을 문학, 인류학, 철학, 정치학, 수리적 사고, 사회·자연탐구, 역사 등 분야에 녹여낸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입학 후 3학기 동안 모든 학생이 동일한 커리큘럼을 이수한 후 사회·자연과학 분야로 구성된 14개 전공을 선택하도록 했다.

한 해 200명 수준의 국내외 소수정예 인재를 양성 배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졸업생의 90% 이상이 취업 또는 해외 유수 대학원에 진학하는 성과를 보였다. <2편에서 계속>

● 이 기사는 KOTRA 미국 워싱턴무역관(작성자 이정민)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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