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빨대 하나에 양심까지?" 그러나 '친환경(eco-friendly)'은 지속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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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빨대 하나에 양심까지?" 그러나 '친환경(eco-friendly)'은 지속되어야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8.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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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원칙을 지키는 이들이 유난스럽다고?
텀블러,장바구니 등 작은 것부터 실천을
최근엔 '리사이클링' 대신 '업사이클링'이 뜬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최초로 종이빨대를 도입한 스타벅스.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무계획”이라고 말한다. 계획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에 실패라는 쓴 맛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패를 밥먹듯이 겪으며 몰락한 중산층의 자기 비하. 어쨌든 무언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압박이다.

하지만 꼭 계획을 짜고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려 애쓰다, 간혹 어긋나면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굳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어떤 계기가 있어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다. 그게 대의를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든 말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분리수거를 정확히 하며 허투루 물건을 버리지 않고 안쓰는 물건은 기부하는 사람들.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왼족 위. 스타벅스 텀블러, 왼쪽 아래. 접어서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장바구니, 오른쪽 이마트 부직포 장바구니.사진=김이나에디터
왼쪽 위는 스타벅스 텀블러, 왼쪽 아래는 접어서 가지고 다니기 편한 장바구니, 오른쪽 이마트 부직포 장바구니. 사진=김이나에디터

그들은 외출시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반드시 지참한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다. 대부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텀블러(개인컵)에 음료를 주문하면 가격에서 300원을 할인해 준다. 마트에는 비닐 쇼핑백이 사라졌다. 종이쇼핑백은 100원을 부담해야 하며 대여용 부직포 쇼핑백은 보증금 500원을 지불해야 한다.(사용 후 반납하면 보증금 전액을 돌려준다)

에디터 역시 커피 전문점에 갈 때는 텀블러를 챙긴다. 아주 작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니 빨대가 필요하다. 바리스타가 건네주는 빨대는 종이 빨대다. 스타벅스는 지난 9월부터 종이 빨대를 도입, 현재 전 매장에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졌다. 

사실 친환경에 동참하는 입장이지만 다소 불편하다. 종이빨대가 물을 흡수하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흐물흐물해지고 구부러진다.

그런데 사람들이 느끼는 건 다 같은가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것.

 

◆플라스틱 빨대 하나에 양심의 가책까지?

최근 미국 트럼프 대선 캠프는 ‘TRUMP’ 로고를 새긴 빨간색 플라스틱 빨대를 팔아 1주일 만에 약 5억원의 정치자금을 벌어들였다. 플라스틱 빨대 1팩 (10개입)은 15달러, 약 1만8000원 정도로 한 개의 가격이 2000원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플라스틱 빨대인가. 비행기 기내에서 제공한 종이 빨대가 찢어지자 화가 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플라스틱 빨대에 트럼프 이름을 새겨서 팔자'

그는 트럼프 캠프의 메인 캐치프레이즈 'Keep America great'의 새로운 버전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straws great again)' 를 슬로건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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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가 새겨진 플라스틱 빨대. 사진=shop.donaldjtrump.com

 

빨대 하나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환경 운동가들. 또 그들과 노선을 같이하는 미국 민주당 정책에 대한 조롱이다.

에디터가 2년 6개월 동안 미국 거주 당시 가장 놀란 것이 바로 쓰레기 문제다. 학교나 커뮤니티 행사 혹은 가정집 바비큐 파티 등 어디서나 일회용품을 내놓는다. 플라스틱 접시, 플라스틱 포크는 다 쓰고 나면  분리수거를 해야하지만 사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플라스틱, 유리병, 캔 등 분리수거를 실시하긴 하지만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무게나 부피에 상관없이 모든 쓰레기를 생활쓰레기로 한데 담아 버려도 문제가 없다. 음식물 쓰레기도 마찬가지.

플라스틱 용품을 쓰고 버리는 것에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았던 보편적 미국인들의 불편함을 트럼프가 파고든 것이다. 환경보호도 좋지만 빨대 하나 쓰는 것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냐며.

 

◆친환경 실천은 기업과 개인이 함께 지속해야

우리나라에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 것은 1995년. “쓰레기를 어떻게 매 번 분리해서 버린다니. 나 죽거들랑 하든가 그러지.” 하며 난감해 했던 친정어머니 말이 생각난다. 

그 후로 24년이 흘렀지만 친정 어머니는 여전히 꼼꼼하게 분리수거를 실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분리수거율은 세계적 수준이다. (독일에 이어 2위, 2013년 OECD 발표)

정부의 시책이니 사실 안따를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 하나 쯤이야' 혹은 '이번 한 번 쯤이야' 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했다면 거짓일 것. 천사와 악마처럼 양심과 무단투기는 늘 대립한다.

작은 것 하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무심코 쓰는 것들 까지 하나씩 따져 보다보면 피로도가 쌓이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엔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하여 일회용품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잘하자는 호소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쓰는 제품을 처음부터 친환경적 제품,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고민과 불편을 기업에서 먼저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제 소비자는 자신이 사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친환경인지를 따져보고 구매를 하는 주체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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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박스를 개발한 마켓 컬리.사진=마켓 컬리

제품 부피의 몇 배가 되는 포장재로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온라인 주문 배송업체들은 최근 친환경 포장재를 개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식품 배송 스토어  '마켓컬리'는 지난 1월부터 100% 재생지로 제작해 재활용 및 보냉 유지가 가능한 에코박스 V2로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 포장재 개선 외에도 스티로폼 박스, 아이스팩을 수거해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친환경 마케팅은 기업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업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의 친환경 운동이 등장했다. '리사이클링(recycling)'은 같은 용도로 다시 쓰는 즉 '재사용'의 개념이지만 업사이클링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재활용 의류 등을 이용해 에코백으로 만들거나 버려진 현수막을 장바구니로 만들어 배포하고 커피 찌꺼기로 탁상시계와 화분을 만드는 등 디자인과 용도가 업그레이드된 전혀 다른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

 

https://www.countryliving.com
폐타이어를 이용해 정원을 꾸민 업사이클링.사진=countryliving.com

 

오래되어 낡아서 또는 고장나서 또는 싫증나서 버리고 새 것을 사는 것이, 과거엔 당연했고 또 누군가에겐 부(富)의 과시였다. 무분별한 소비와 안일한 삶의 방식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이젠 원칙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용도, 규모, 비용에 맞는 소비를 하고 재사용과 재생산을 염두에 두는 치밀한 원칙 말이다.

빨대 하나에 철학을 담는다고 조롱을 받고 유난떠는 사람으로 치부되더라도 우리는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은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잠시 빌려온 것'이라는 인디언 격언처럼 우리가 잠시 머무르는 동안 깨끗하게 사용하고 누군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가꾸는 것이 조롱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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