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S‧ELS 대규모 손실 우려에...파생상품시장 다시 얼어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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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ELS 대규모 손실 우려에...파생상품시장 다시 얼어붙나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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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DLS ELS 발행 규모 전달의 절반에도 못 미쳐
해외금리 DLS‧DLF, 홍콩H지수 ELS 원금손실 우려 커져
금감원 고강도 검사 예고도 악재...대체 상품 주목받을 수도
해외금리 또는 해외증권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에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해외금리 또는 해외증권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대규모 손실 우려에 관련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해외금리 또는 해외증권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급속하게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미국·독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 DLF의 대규모 손실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홍콩 시위의 장기화에 따른 원금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문제가 된 상품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상품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DLS 발행액은 6950억원으로 지난달 발행액(1조9968억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ELS 발행액 역시 3조689억원으로 전달(7조2083억원)의 절반 수준을 넘지 않았다.

8월 들어 ELS DLS 발행액이 크게 줄었다.

◆ 금감원 고강도 검사 예고…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물건너 가나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증시 부진으로 ELS‧DLS의 인기가 높았던 상황에서 DLS 손실 사태와 홍콩H지수 기초 ELS 원금손실 우려가 동시에 터지면서 발행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DLS 손실 규모가 막대한 만큼 파생상품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은행‧증권사가 판매한 영국‧미국·독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DLS와 이를 담은 파생결합펀드(DLF)는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해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이들 상품의 잔액은 8224억원(수익구간 내 325억원)에 달한다. 예상과 달리 주요국 금리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가입자들은 원금 대부분을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ELS 시장에서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개정을 반대하는 홍콩 시위가 장기화 국면을 맞이하면서 홍콩증시 주요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원금손실 우려가 나온다.

국내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 대부분 최초 기준가격 대비 35%~50% 가량 하락할 경우 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만큼 당장 원금손실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홍콩 금융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 

금감원의 고강도 검사도 파생상품 시장을 위축시킬 만한 요소로 꼽힌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함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실태를 점검하고 분쟁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사 대상은 이 상품 잔액 중 7888억원(95.9%)을 판매한 우리은행‧하나은행을 비롯해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 운용사 등이다.

금감원은 특히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홍콩 시위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금리‧유가‧환율 등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발행‧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조치는 금융당국의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추진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2011년 ‘건전화 조치’ 시행 이후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한편 개인·기관투자자들이 떠나는 등 활력을 잃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개인투자자의 기본예탁금 기준 완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당장 금감원 검사 대상이 아니라고 좋아할 증권사는 없을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칼날이 언제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향할지 예측이 불가능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비 포럼, 리스타트 코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내 실태 파악을 위한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대비 포럼, 리스타트 코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주 내 실태 파악을 위한 검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 ‘리버스’ 구조 해외금리 연계 DLS는 수익구간

반면 개별 상품 측면에선 대체 상품이 많은 만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DLS 사태의 경우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 고객들이 손실을 입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상대적으로 고위험 상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경우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금융사가 판매한 8224억원 규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중 325억원(4.0%)은 금리가 떨어지면 수익을 내는 ‘리버스’ 상품으로 현재 수익구간에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6월부터 두달간 미국 국채 CMS 10년물 금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262억원 규모)를 판매했다. 이 상품은 금리가 하락할수록 가입자들이 수익을 보는 구조다.

앞서 유안타증권이 지난 4월 내놓은 미국 CMS 10년물 금리와 유로스탁지수와 연동된  DLS(50억원)과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의 미국 CMS 10년물 금리와 유로스탁지수 등에 연동되는 DLS(13억원) 또한 리버스 구조였다.

똑같이 고위험 상품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처지는 정반대인 셈이다. 

파생결합상품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세인 건 분명하지만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서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상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유가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다면 스텝다운형 원유 DLS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한다면 스텝다운형 원유 DLS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원유 DLS나 유가‧지수 결합 혼합형 DLS도 관심

예를 들어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는 만큼 원유 DLS나 유가‧지수를 결합시킨 하이브리드(혼합형) DLS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유가에 연동된 원유 DLS는 통상 ‘스텝다운형’ 구조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주어진다. 조기상환에 실패하더라도 만기(통상 3년) 때까지 유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40%~50%에 진입하지 않으면 연 10% 안팎 수익률을 챙기게 된다.

9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 56.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0월물 브렌트유는 60.03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지난해 10월 3일 기록했던 고점에서 26.3%, 30.4% 내렸다. 유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ELS의 경우 홍콩H지수뿐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크게 밀린 만큼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지급하는 스텝다운형 ELS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ELS 역시 6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조기상환 시점에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설정시보다 5~15%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리금을 받는다. 만기 시점에는 기초자산이 절반 수준까지 하락한 적이 없으면 수익을 낸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ELS는 횡보장보다 절대적인 주가지수 수준이 낮다고 판단될 때 가입하는 것이 좋다”며 “지수가 추가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조기상환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손실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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