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자사주 10억원어치 매입...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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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자사주 10억원어치 매입...속내는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8.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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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부회장, 10억원 상당 오리온ㆍ오리온홀딩스 주식 매입
"실적향상 자신감" Vs."주가 방어위한 임시 방편"..엇갈린 평가
사진=연합뉴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임정빈 기자]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12일 오리온 보통주 6400주(0.02%)를 주당 7만 8059원에, 오리온홀딩스 보통주 3만 1000주(0.04%)를 주당 1만 5898원에 장내 매수했다. 모두 합치면 10억원 규모다.  매입규모를 지분율로만 놓고보면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주가 하락기에 최고경영자의 자사주 매입이라는 데 의미가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중국과 인도 등 프리미엄 생수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큰 시장에 오리온이 투자 확대를 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신규 사업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허 회장의 실적 향상에 대한 자신감이 자사주 매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허 부회장이 연초대비 낙폭이 컸던 20%~30%대 하락율을 기록하고 있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다만 종목당 시가 총액이 3조원대인 오리온 주식을 5억원대 자사주 매입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허 부회장이 생수 등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리온의 관계자는 "허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은 개인적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매입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전문경영인이 주가 하락기에 책임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생수', 중국·인도 시장 진출 속도전 

우선 중국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생수 출시에 돌입한다. 먹는샘물 시장은 '마켓 오'와 함께 오리온의 신성장동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이를 위해 2016년 제주용암수의 지분 56%를 사들였다. 이후 추가 매입을 통해 현재 오리온홀딩스의 제주용암수 지분 비율은 86.8%이다. 

제주용암수로 만들어진 생수는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높기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보다 높은 가격대가 형성된다. 오리온은 생수 시장 규모가 큰 중국에 '프리미엄 생수'를 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맹맹 KOTRA 중국 칭다오무역관은 중국 생수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마시는 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생수시장도 고속성장 중"이라며 "2017년 중국의 생수시장 소매량은 1억 톤을 돌파해 전년 대비 10.95%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2020년에는 중국 내 생수 판매액이 2000억위안(한화 약 34조 3560억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이 밖에도 오리온은 중국 다음으로 최대 인구 규모 시장인 인도 진출을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현지법인 '오리온뉴트리셔널스'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 인도 라자스탄주에서 현지 제조업체 만 벤처스(Mann Ventures)와 손잡고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여전히 오리온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시장 매출 비중이 65%에 달하고, 성장가능성이 높다"며 "사드 사태 수준까지 급락한 현재 주가는 낙폭이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5년간 오리온 중국 시장 매출 추이. 사드(THAAD) 사태 이후 예년의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자료=오리온
지난 5년간 오리온 중국 시장 매출 추이. 사드(THAAD) 사태 이후 예년의 매출 수준을 회복하지 못 하고 있다. 자료=오리온

오리온 위기 때 구원등판 허인수, 프리미엄 생수로 새 돌파구 찾나   

허 부회장은 1986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이마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2014년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를 직접 영입하며 오리온그룹의 부회장직에 올랐다. 당시 담 회장은 모든 전권을 허 부회장에게 맡겼다.

허 부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지원 및 마케팅 담당 부서를 축소하고 연구와 생산 부서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

이어 그는 '질소 과자', '과대 포장'이라는 오명을 없애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일부 제품군에 대해 가격은 유지하면서 중량을 늘렸다. 이 같은 허 부회장의 과감한 정책은 당시 하락세였던 오리온의 실적을 반등시키는 데 주효했다.

이번에도 상황 타개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준비 중이다. 자사주 매입이 신규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내비쳐질 수 있는 이유다.

CEO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 공식은 아냐

CEO들의 자사주 매입이 과거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주식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정몽규 HDC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자사주 5만 9117주(0.1%)를 장내 매수했다. 금액으로 7억 4000만원 규모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또한 자사주 2억 3000만원 어치를 최근 사들였다. 이 밖에 이윤하 하나제약 사장, 문종인 한국철강 사장 등이 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처럼 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건 보통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거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이가 주식을 샀으니 회사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반드시 효과를 거둘 수 있는건 아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4월 240억원 상당의 자사주 14만주를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회복하는 듯 했으나 4개월만에 주가가 50% 가까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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