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재산권 침해' 논란..."위헌 아니다" 기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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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재산권 침해' 논란..."위헌 아니다" 기우는 이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8.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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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법조계 "조합의 기대이익보다 공익 더 커…재산권 침해 아냐"
재건축 조합 "재산권 침해"라면서도 '미운털' 박힐까 전전긍긍
대책 마련에 고심 깊어진 조합, 10월 이전 선분양 등 카드 만지작
정부가 12일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규제의 소급 적용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2일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힌 가운데 규제의 소급 적용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헌법 제13조2항이 정부가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11개월 만에 꺼내든 민간택지로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또다시 과열 국면에 접어든 서울 주택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등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정하는 확정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정하는 확정안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핵심은 소급 적용에 따른 재산권 침해 여부

논란의 핵심은 규제의 소급 적용에 따른 재산권 침해 여부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안전진단→정비구역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철거→착공→입주자 모집' 순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종전 관리처분인가 시점부터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던 것을 입주자 모집 공고 시점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사실상의 소급적용 방침에 따라 당장 서울에서만 정비사업이 8부 능선(관리처분계획 인가부터 입주자모집신청 이전 단계)을 넘은 7만2000여가구(76개 단지)가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

국내 한 건설사업관리(CM)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정부 방침에 따라 철거까지 시작한 단지까지 소급적용한 건 해당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라면서 "분양가 하락 등으로 재산상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적으로 최대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 수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분양수익에 대한 가구당 예상 손실은 약 1억원 규모다. 둔촌주공의 총가구수는 1만2032가구로 이 중 일반분양 물량만 4787가구에 달한다.  

실제로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원이 원하는 평균 분양가는 3.3㎡당 3600만~3800만원이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책정한 분양가는 2500만~26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면 이마저도 더 떨어져 22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10월 이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일부 재건축·재개발 단지 조합은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A씨는 "이번 규제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면서 "조합원들과 앞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12일 확정한 발표 때 언급한 바와 같이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경우라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시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관리처분계획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격과 사업 가치도 법률로 보호되는 확정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공익이 조합원의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전날 "상한제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퍼즐의 비어있는 한자리를 채웠다"라며 "관리처분계획 속 예정 분양가격이 나와 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예정 가격일 뿐 법률적으로 확정된 재산권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고 기대 이익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헌법 35조를 보면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으로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순수하게 사유 재산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자기가 가진 집을 마음대로 그냥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재건축 사업을 하면 용적률이 오르고 용적률 상승으로 자신이 가진 집 이외 나머지 일반 분양도 할 수 있는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재건축 사업으로 도시 기반 시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비사업의 '공공적 성격'을 거듭해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 8곳에 대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할 당시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 변호사도 국토부 입장과 비슷하다. 김 변호사는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이 기본권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관리처분인가 자체가 분담금이나 재산권의 공식적 확정을 의미하기는 하나 '기대 이익'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가 재산권 제한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공공복리나 공공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헌법 37조2항)"면서 "과거 헌법재판소가 공익적 명분을 내세워 초과이익환수제의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조합이 주장하는 재산권 침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에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산권 침해"라면서도 잔뜩 웅크린 조합

둔촌주공아파트 등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잔뜩 웅크린 채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도 "조합 입장을 대변하는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록 말은 아꼈지만 정부가 '관리처분계획인가'에서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으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시점을 앞당긴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둔촌주공 조합은 13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긴급이사회는 집행부 회의를 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밖에도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조합 사무실 등에서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이사회 개최 등 집단행동에는 조심스런 모습이다. 개포시영아파트·반포주공아파트·일원개포한신아파트 등 강남권 조합 관계자들은 "이번 규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단체행동이나 법적 공방 등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입법예고가 끝나는 오는 10월 이후에나 적용되는 데다 분양가와 청약경쟁률, 거래량 등 선택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같은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기에 집단행동으로 이른바 '미운털' 박힐 행동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등 일부 단지는 분양일정을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는 10월 이전으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앞서 HUG와 분양가 산정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후분양을 고려했던 단지들도 10월 이전 선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보인다. 

일반분양 없이 조합원 물량 만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일대일 재건축' 방식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일부 사업계획 등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대일 재건축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분양가 상한제로 낮아지는 분양가만큼 일반분양 물량에 들어가는 공사비를 낮추는 방안도 현실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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