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 칼럼] 삼성바이오 사건, 반복된 '구속영장 청구'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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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칼럼] 삼성바이오 사건, 반복된 '구속영장 청구' 문제없나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 승인 2019.08.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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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삼성바이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담당 수사팀을 특수2부에서 특수4부로 변경했다. 이달에 실시된 검찰인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수사팀을 통째로 옮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미 8개월 가량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수사팀에 대한 검찰 수뇌부의 불만이 표시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혐의는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검찰은 수사초기부터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왔고, 증거인멸 혐의로 관계자 8명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수사는 본류에 들어서면서 난항을 겪기 시작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김태한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함께 영장을 청구한 임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되었고, 법원이 ‘혐의에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점까지 확인해 주면서 검찰은 크게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증거를 보강해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수사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태한 대표이사의 혐의가 그처럼 뚜렷하다면 바로 기소하면 되지 어째서 수개월간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가. 두 차례의 구속영장 기각을 겪고도 ‘법원의 판단을 수용할 수 없다’며 세 번째 구속영장을 준비하겠다는 검찰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이는 삼성바이오 수사의 목적이 ‘범죄혐의의 입증’에 있지 않고 ‘김태한 구속’에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오른쪽)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2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관한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오른쪽) 삼성바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25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 수사의 목적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입증과 관계자의 처벌에 있다고 한다면, 분식회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먼저 밝혀낸 뒤 이에 가담한 자들을 기소하면 될 것이다. 김태한 대표이사와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지시했거나 승인한 사실이 밝혀졌다면 이들 역시 함께 기소하면 된다.

그러나 검찰은 ‘윗선을 밝히겠다’며 기소를 미루고 있다. 김태한 대표이사와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에 가담하였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니고 있으나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이재용 부회장은 소환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는 카드가 ‘김태한 구속’이다.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김태한 대표이사를 구속시킴으로써 윗선을 불도록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검찰이 반복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구속에 집착하는 많은 사례들이 위와 같은 의도를 의심받았다. 언론을 통해 흔히 접하는 구속 소식이지만, 정작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속되어 자유를 제한받게 되는 당사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이 ‘기소전 구속기간이 20일로 제한되어 있음’을 이유로 연이은 밤샘조사 등 빠듯한 일정의 조사를 밀어붙이게 되면 다수의 피의자들은 무력감에 휩싸여 검찰이 원하는 대로 자백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여 구속 상태의 밤샘조사를 통해 확보된 자백의 증거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이 이런 식으로 확보한 자백이 고스란히 검찰에게 유리한 증거로 활용되었다.

검찰도 이러한 비판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검찰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억지로 자백을 받아내려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비판을 감수하면서 까지 김태한 대표이사로부터 자백을 받아내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용 부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검찰은 애당초 삼성바이오 수사를 개시하면서부터 ‘이재용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공표한 바 있다.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해 낸다면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대통령의 뇌물죄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전대통령의 뇌물죄 사건은 정권과 검찰의 명운이 걸린 사건이다. 당초 이달로 예정되었던 대법원의 판결 선고는 다시 한 번 미루어졌다. 검찰로서는 답답하면서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검찰이 이 사건을 중요시 하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엄연한 별개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자를 구속시켜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검찰이 자백에 집착하는 경우는 대개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거가 없으면 무혐의 처분을 하면 될 일이지만, 삼성바이오 수사와 같이 검찰이 목표를 정해둔 상태에서 진행되는 수사의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자백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세 차례나 청구하는 식으로 검찰의 의도를 노출하는 것은 결코 검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검찰이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인상만 노출할 뿐이다.

애초에 검찰이 목표를 정해두고 수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는 기관이지, 답을 정해두고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 특히 그 답이라는 것이 정권과 검찰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도출된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답을 정해둔 수사는 여러 방향으로 상처를 남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는 물론이고 수많은 참고인, 그리고 수사담당자 역시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검찰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인사를 통해 유례없는 개혁압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가 정권과 검찰조직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검찰개혁의 수단으로 ‘인사’가 활용되는 모습을 보면 검찰개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검찰 개혁은 정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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