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햄버거 주문도 기계 앞으로? 중ㆍ장년층 디지털 소외감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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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트렌드] 햄버거 주문도 기계 앞으로? 중ㆍ장년층 디지털 소외감 극복하려면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8.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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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시작된 키오스크, 기하 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중ㆍ장년층에겐 낯선 시스템으로 디지털 소외감 호소하기도
나이 극복, 디지털 마인드 적극 발휘하고 배워야
사진=연합뉴스
무인편의점 이마트24.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소외당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소외당하는 사람은 위축되고 자존감도 떨어진다. 정당한 이유가 아니라면 인정하기가 더 힘들 것이다. 

최근 중ㆍ장년층 중에 나이 때문에 소외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지자체 마다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 일정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올해 2월부터 만 65세 이상 택시운전자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운전능력을 확인하는 자격유지검사를 받아야 한다. 2030 세대들이 즐겨찾는 식당에 가면 50대 이상 손님은 구석 자리로 안내되거나 밀폐된 곳으로 이끌린다. 이른바 '물'관리 대상이기 때문.

심지어 최근 어떤 실내포장마차는 '49세 이상은 정중히 거절하는 식당'이라며 뉴스에 소개된 적이 있었다. 20~30대 손님과 달리 유독 중ㆍ장년층 손님들이 지나치게 말을 걸어와 영업에 방해된다는게 여사장님의 변(辯) 이었다. 혼자 운영하는 식당에서 곤란한 일이 생길까 염려한 까닭이다.  

명문화된 조례나 일부 시니어들의 해프닝보다 더 무서운 것이 등장했다. 주문받는 알바생은 간데없고 말없이 서있는 키오스크(무인 판매대)다.

햄버거 하나 사먹으려 해도 영화 한 편 보려 해도 사람은 없고 우두커니 기계가 버티고 있다.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무인판매대와 무인계산대.  58년 개띠 김사장은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하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김밥집 무인주문기에서 무인코인노래방 까지

4~5년 전부터 대형 패스트푸드 점에 등장했던 키오스크가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한 키오스크(kiosk)는 원래 대형 천막으로 만든 간이 시설물을 가리켰는데  유럽의 공원이나 역 앞에서 신문이나 담배 등을 파는 간이매점을 가리킨다. 

대도시, 시내 중심지, 프랜차이즈 식당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동네 김밥집, 돈까스집에도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중 2017년 키오스크를 처음 도입한 KFC는 불과 1년 만에 거의 모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역시 200여곳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사진=
KFC 키오스크. 에디터도 한 번의 실패 후 치킨버거 주문에 성공했다. 사진=김이나 에디터

 

대형 마트 무인계산대도 늘고 있다. 대형 마트 3사가 운영하는 무인계산대만 전국에 1천 대를 넘었다. 가장 먼저 2005년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 홈플러스는 390대를,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각각 400여대, 350여대를 운영하고 있다.

아예 점포에 사람이 없는 무인 편의점도 증가세다. 신용카드로 본인 인증을 하면 출입문이 열리고 셀프 계산대에서 고객이 스스로 결제할 수 있다. 점포 내부에서 고객에게 문제가 생기면 본사에서 무인점포 내 CCTV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응대한다고. 2017년 5월 가장 먼저 무인편의점을 도입한 곳은 세븐일레븐. 현재 12곳을 운영 중이고 이마트24는 21곳, 씨유와 지에스25도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그 외 무인스터디카페, 무인 PC방, 무인 셀프빨래방 그리고 기존 노래방에게 위협적으로 부상한 무인코인노래방 등 디지털 무인시스템은 무섭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건비 절감, 비대면 선호, 1인 가구의 영향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큰 이유라는데 굳이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인상폭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자영업자에게 인건비 절감 말고 경비를 줄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최근 들어 홀로 아니면 기껏해야 두어명이 함께 식당을 시작하는 젊은 사장들의 경우 주문을 받고 서빙, 결제를 도와줄 직원이 필요한데 키오스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키오스크 한달 대여료는 10만~3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비대면(非對面) 선호의 영향도 있다. 2030세대에서 시작된 비대면 트렌드는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라며 눈을 맞추며 다가오는 직원을 불편해 하는 것. 큰 돈이 오고 가는 보험, 예금, 주식 투자도 비대면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친절한 직원의 도움보다 홀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더 편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 혼술, 혼영이 늘어나면서 '무인' 서비스를 더 선호하는 경우다. 혼자 혹은 몇 명인지 일일이 대답하는 것도 불편해서 사장이나 직원 눈치를 보지 않고 1인분만 주문할 수 있고 또 내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식당을 찾게 된다. 

예전엔 고기 1인분만 시켜먹거나 직장인들 점심시간에 혼자 식당에 가는 것도 눈총받곤 했다. 실제로 무인판매대를 갖춘 곳들 중엔 1인용 좌석을 따로 구비하여 혼밥족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마존 GO. 세계 최초 무인 매장으로 아마존이 운영.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면 연결된 신용카드로 결제.사진=연합뉴스
아마존 GO. 세계 최초 무인 매장으로 아마존이 운영.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매장에서 상품을 고르고 결제하면 연결된 신용카드로 결제.사진=연합뉴스

 

◆이미 디지털에 익숙한 당신, 하나 더 배우는 게 어려울까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미디어 유튜브. 에디터는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이 아마도 1020세대, 그 다음은 60대일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 연령층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보는 세대는 50대 이상인 중ㆍ장년층이라고 한다.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시간은 101억 분으로 가장 길었으며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로 늘었다. 그 다음은 10대, 20대, 30대, 40대 순이라고 한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2019년 4월 발표) 

또한 1020 세대들의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률은 줄어들고 있으나 카톡은 중ㆍ장년층이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고  가장 자주 이용하는 메신저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글과 뉴스, 사진을  자유자재로 공유할(퍼나를) 줄 아는 당신. 4차 혁명에 소외되고 Iot가 뭔지 잘 모른다고 하지만 이미 당신은 디지털 세상에서 잘 적응해 가고 있다.

'손님은 왕'이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소용없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자식 뻘, 손주 뻘 직원들은 무표정의 키오스트로 대체되고 있다. 우리는 키오스크 앞에서 더 이상 왕 노릇을 할 수 없다. 신속한 주문과 결제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다.

물론 지자체나 관련 기관들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교육용 키오스크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중ㆍ장년층에게 무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서초구가 자체 개발한 키오스크 프로그램은 식당에서 주문하기, 영화티켓 발급받기, 고속버스 티켓 예매하기 등을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지역내 모든 주민센터와 어르신복지관 등 총 23곳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그리고 세대간의 배려도 필요할 것이다. 크던 작던 도움을 원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시민의식도 중요하다.     

함께 살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 세상의 흐름을 잘 따라야한다. 그래야 더 이상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나이 때문에 소외당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내세우니까 소외당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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