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㉔ ‘법정자본비율 맞추려고’…그린손보‧BNK금융지주 시세조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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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㉔ ‘법정자본비율 맞추려고’…그린손보‧BNK금융지주 시세조종 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11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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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자본비율 미달로 영업활동 차질 우려
그린손해보험, 투자자산 운용성과 높이려 보유 중인 주식 시세조종
BNK금융지주, 유상증자 전 거래기업까지 동원해 자사주 시세조종
그린손해보험의 이모 전 회장은 RBC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산으로 보유중이었던 5개 주식 종목들에 시세조종을 벌였다. 사진=YTN 보도화면
그린손해보험의 이모 전 회장은 RBC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자산으로 보유중이었던 5개 주식 종목들에 시세조종을 벌였다. 사진=YTN 보도화면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금융회사가 법정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벌이는 사례가 있다. 법정자본비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 사업에 차질을 빚거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해서다. 이 사건들은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졌다.

금융감독원 손해보험검사국은 2011년 그린손해보험을 검사하던 중 회사가 투자자산으로 보유하던 한화손해보험 등의 주가가 매 분기 말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투자자산의 주가가 상승하자 그린손해보험의 매 분기 말 발표하는 정기보고서 내 지급여력비율(RBC)이 150% 이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RBC는 보험사의 자본완충력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금감원은 보험사에 법적 기준인 100%에 비해 높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지도 권고하는 한편 150%를 밑돌 경우 보험사와 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본 구조 개선을 유도했다.

손해보험검사국은 그린손해보험이 RBC 비율 관리를 위해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종한다고 의심, 조사국에 시세조종 혐의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국은 2011년 11월 그린손해보험에 대한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 RBC 비율 150% 유지 목표…투자자산으로 보유한 주식 시세조종

당시 그린손해보험은 영업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1년 말 기준 그린손해보험은 자산 1조6000억원에 당기순손실 31억원을 기록했다. 또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1.7%에 불과해 외국사 시점을 제외한 국내 종합손해보험사 중 최하위 수준이었다. 즉 보험영업 부문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RBC 비율이 악화됐다.

회사의 목표 중 하나는 ‘RBC 비율 150% 이상 유지’였다. RBC 비율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금감원을 통제를 받는 데다 방카슈랑스 판매 등 보험 영업 상의 제약을 받아야 해서다. 시중은행은 내부 규정에 따라 보험사의 RBC 비율이 150% 이하일 경우 장기 보험 등 일부 방카슈랑스를 제한한다. 주요 보험판매채널로 방카슈랑스를 이용하던 그린손해보험으로서는 방카슈랑스 판매까지 막히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조사 결과 그린손해보험의 이모 회장은 보험영업이 아닌 투자자산의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통상 손해보험사는 운용자산 중 8% 내외를 주식에 투자하지만 이 회사의 경우 약 21%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특히 회사가 보유한 주식 중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전북은행, 벽산, 넥센 등 5개 종목의 비중이 50% 이상이었다. 2011년 3월을 기준으로 이 종목들의 주가가 10% 상승했을 때 회사의 RBC 비율이 18.9%나 오를 수 있었다. RBC 비율을 높이는 데 보험영업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 5개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시세조종 행위가 쉬운 방법으로 보일 수 있었다.

이씨는 그린손해보험의 자산운용 총괄 임원인 김모 상무에게 한화손해보험 등 5개 종목의 시세조종을 지시했다. 김씨는 2010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매 분기를 분기 중과 분기 말로 구분, 시기에 맞게 시세조종에 나섰다.

특히 분기 중보다는 정기보고서에 RBC 비율이 공시되는 매 분기 말 직전 5영업일에 집중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였다. 이 기간에는 오후 2시 40분부터 3시까지 집중적으로 고가 매수했다. 분기 중에는 5개 종목의 주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하기도 했다. 주로 1만주 내외를 매수하면서 동시호가시간대에 현재가 혹은 예상체결가 대비 1~2호가 높은 고가주문을 제출하는 등 종가관여 행위였다.

이씨는 점차 자금 여력이 부족해진 데다 보험사의 타 법인 주식 취득 한도 제한 등 규정으로 인해 시세조종에 한계를 느꼈다. 보험업법 제115조에 의하면 타법인 주식을 15%(보험사는 10%) 이상 취득 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자회사로 소유하게 된다. 2011년 3월말 기준 그린손해보험의 한화손해보험 지분율은 9.89%, 넥센 지분율은 14.91% 등으로 타법인 주식 취득 한도에 근접했다. 

결국 계열사·협력사까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 그린손해보험에서만 1305억원을 시세조종에 이용했고 계열사 또한 394억원을 시세조종 자금으로 사용했다. 협력사의 경우 그린손해보험으로부터 벽산 주식 10만주를 대차 받은 후 이를 매도해 시세조종에 나섰다.

이렇게 그린손해보험이 2010년 3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시세조종을 통해 얻은 부당이득은 총 329억원에 달했다. 부수적으로 2011년 3월까지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면서 금감원의 감독과 보험영업 축소를 피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금감원 조사를 통해 보험사가 주도한 시세조종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후 이씨를 비롯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가담한 이들 모두 검찰에 고발됐다. 이씨는 최종적으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린손해보험은 2012년 상장폐지됐고 이듬해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상호를 엠지(MG)손해보험으로 변경했다.

BNK금융지주는 유상증자 전 주가를 높이기 위해 2016년 1월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했다. 사진=MBN보도화면
BNK금융지주는 유상증자 전 주가를 높이기 위해 2016년 1월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했다. 사진=MBN보도화면

◆ 회장 연임 전 유상증자 계획…비판 커지자 자사주 시세조종

그린손해보험에 이어 BNK금융지주(옛 BS금융지주)가 법정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시세를 조종한 사건이 발생했다.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 BNK투자증권, BNK캐피탈 등을 거느린 금융지주사로서 2014년 10월에 경남은행까지 인수, 부산·경남 지역에서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형 금융사다.

당시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 인수로 부산·경남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침 조선업 불황이 닥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2015년 10월 초 조선·해운업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는데 관련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부산·경남 지역의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 인수 이후 오히려 자기자본비율(BIS)이 악화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바젤Ⅲ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 중 보통주자본의 비율·BIS 기준)을 만족하기 어려워졌다. 2015년 9월말 기준으로 7.3%밖에 되지 않았는데 2018년 말까지 보통주자본비율이 9.5% 이상을 충족해야 했다.

보통주자본비율이 규제 수준에 미달할 경우 이익배당·자사주매입 등 이익의 사외 유출이 단계적으로 제한된다. 또 기업신용평가시 부정적 요소로 작용, 주가·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BNK금융지주는 2018년 말까지 9.5% 이상의 보통주자본비율 충족하려면 당장 유상증자를 실시해 최소 8%의 보통주자본비율을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회장이었던 성모씨는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문제는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BNK금융지주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이다. 2015년 11월 17일 1만2600원이었던 주가는 이튿날 유상증자 공모 계획 공시 직후 23% 정도 급락한 9720원을 기록했다. 더불어 기관투자자의 신주인수권을 이용한 공매도 매물 출회까지 겹치면서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 전일이었던 2016년 1월 5일에는 주가가 8400원까지 내려갔다. 최악의 경우 유상증자가 실패할 수도 있었다.

당시 회장 연임을 앞두고 유상증자를 추진한 성씨는 주주들은 물론 우리사주를 취득한 직원들에게까지 비판을 받았다. 점차 유상증자에 대한 압박감이 커지자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에 맞춰 회사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을 결심하게 된다.

◆ 지역은행 요청 거절하기 어려운 거래기업 동원

그는 부산은행과 거래하는 기업 19개 기업을 선정,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 중 BNK금융지주 주식 매수를 요청했다. 부산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이들 기업은 BNK금융지주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성씨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시세조종은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 3일 중 마지막 2일에 걸쳐 실행됐다. 주식 매수를 위임받은 BNK투자증권 영업부 계좌관리자의 단말기에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했다. 주로 고가 매수주문과 물량 소진 매수주문이었다. 이 과정에 동원된 자금은 약 162억원으로 기업들은 여유자금이나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이용했다. 성씨는 매일 매매 상황을 보고받았다. 

유상증자 발행가액 산정기간은 2016년 1월 6일부터 8일까지였는데 주가는 시세조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둘째날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첫날 최저 8000원까지 하락했으나 마지막날 829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 결과 BNK금융지주는 유상증자로 4700억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유상증자 직후 BNK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은 2016년 1월 말 기준 8.03%로 증자 전인 2015년 말 대비 0.75%가 증가했다. 성씨의 목표를 이룬 것이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국에서 유상증자 전후 공매도를 이용한 미공개정보 이용 및 시세조종 관련 불공정거래를 기획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불법 행위의 덜미가 잡혔다. 기획조사 검토 단계에서 드러난 시세조종 혐의계좌를 심층 조사하던 중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녹취록에 주식 매매와 관련한 이들의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만약 조사국이 기획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증권선물위원회는 부산지검에 이 혐의를 통보, 검찰은 성씨 등을 자본시장 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해 1월 1심에서 재판부는 성씨의 시세조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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