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북 겨냥 ‘디지털세’ 도입하려는 프랑스…美 반대 뛰어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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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페북 겨냥 ‘디지털세’ 도입하려는 프랑스…美 반대 뛰어넘을까
  • 오성철 기자
  • 승인 2019.08.10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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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IT 겨냥, 매출의 3% 1월 부터 소급적용...트럼프 행정부 격렬한 반대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
디지털세는 IT공룡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집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해서 이들 기업의 이니셜을 따 'GAFA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오성철 기자] 유럽연합(EU)에서 거의 유일하게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달 11일 상원에서 독자적인 디지털세 도입 법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따라 연 매출 7억 5000만 유로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500만 유로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IT기업은 프랑스 내 연간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내야 하며 이는 올해 1월1일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 프랑스 '나홀로' 디지털세 도입 강행

프랑스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으로 2019년 4억 유로, 2020년 4억 5000만 유로, 2021년 5억 5000 만 유로, 2022년 6억 5000 만 유로 규모의 세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해외 각국에서 온라인 광고, 개인정보 이용, 중개 플랫폼 등을 통해 큰 수익을 내면서도 해당 국가에 법인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해당 기업들은 이윤이 창출되는 국가가 아닌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유럽 내 전통적인 기업들보다 평균 절반 이하의 세금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IT 그룹인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의 이니셜을 따서 일명 ‘GAFA 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3월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부터 '연 매출 7억 5000만 유로 이상이거나 유럽 내 매출액 5000만 유로 이상'인 IT 기업에 연 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디지털세 부과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해당하는 130 ~ 150 개의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미국기업인 관계로 미국과 유럽국가 사이의 외교적 긴장이 예고됐다.

디지털세 도입을 지지하는 시위. 사진=EPA/연합뉴스

하지만 EU 28개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도입안 확정에는 실패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의 국가는 찬성했지만, 자국에 해당 IT기업의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일랜드(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룩셈부르크(아마존), 스웨덴(스포티파이) 등의 국가는 크게 반대했다. 또 미국의 관세 보복을 우려하는 독일, 핀란드 등은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자 프랑스 재무부는 지난 1월 독자적인 디지털세 법안 도입을 발표했고, 7월에 상원에서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 격앙된 반응 쏟아내는 美

미국은 당연히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실제 법안 통과를 하루 앞둔 7월 1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을 내고 프랑스 디지털세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조치인지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달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우리는 마크롱의 어리석음에 대응할 상호 조치를 발표할 것” 이라며 프랑스 와인을 언급, 보복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안이 통과된 후인 이달 2일에는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프랑스 중소기업들에 대해 10월 1일부터 수수료 3%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세 3%에 따른 추가비용을 플랫폼의 프랑스 판매 업체들에게 그대로 부과시키겠다며 과세에 대한 부담감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플랫폼 수수료 인상이 소매가에 영향을 미쳐 프랑스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반발에도 프랑스 정부는 강행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브뤼노 르 메르 재무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세는 특정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하지 않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달 24~26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디지털세를 의제로 채택할 계획이며, 그 전에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G7, 디지털세 도입에 원칙적 합의

지금까지는 프랑스 홀로 밀어부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예 외톨이 신세는 아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변 국가들도 디지털세를 추진하고 있고, 세계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합의된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18일 프랑스 샹티이에서 폐막한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대한 원칙적 합의 성명이 발표되기도 했다.

G7은 원칙적 합의를 바탕으로 국가간 과세권 배분 원칙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등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2020년에는 OECD 차원에서 세부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프랑스 내부에서도 디지털세 부과를 세계적인 흐름으로 보고, 미국과의 갈등이 있더라도 강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물론 프랑스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커 디지털세가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프랑스 기업엑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을 목표로 하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이 기사는 KOTRA 프랑스 파리무역관(작성자 곽미성)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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