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잔뜩 기대한 '봉오동 전투'...평면적 구성에 진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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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잔뜩 기대한 '봉오동 전투'...평면적 구성에 진한 아쉬움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8.08 22:20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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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권상희 문화평론가] 반일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시기라 타이밍만 놓고 보자면 가슴 뭉클함이 절로 생겨날 줄 알았다.

그런데 역시나 섣부른 기대는 그만큼의 실망을 안겨준다는 사실만 절감하고 극장문을 나섰다.

물론 스크린을 통해 시각화된 장면 장면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체감하고도 남았지만 그것만으로 가슴이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봉오동전투’

학창시절 국사책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쳤던 역사다. 관심도 받지 못했던 1920년 6월 민초들의 항쟁이 영화를 통해 부활했다.

만주 봉오동에서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에 맞서 싸워 대승을 거뒀던 사건이라는 역사적 팩트체크를 영화가 대신 해준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승리의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고증할 만한 자료가 빈약했다는 것. 그래서 ‘영화적 상상력’이 스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화 ‘봉오동전투’ 스틸 컷.

◆에피소드의 과한 생략이 아쉽다

영화의 큰 축은 황해철(유해진), 이장하(류준열), 마병구(조우진) 이렇게 세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다혈질이지만 인간미 넘치는 해철과 과묵한 행동파 장하, 무거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병구는 독립군이 된 민초들의 대표다. 

그런데 이들 간의 연결고리가 상당히 생략돼 있다. 다른 캐릭터들은 몰라도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만큼 이들을 둘러싼 스토리는 영화 곳곳에서 충실하게 복선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나중에 감동을 자아낼 자양분이 된다.

장하와 누나의 끈끈한 에피소드가 없는 상황에서 가족이라는 관계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겠다는 식의 생략은 장하의 행동에 감정이입 하기 어렵게 만든다. 해철과 장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플래쉬백(과거회상장면)은 현재의 관계 정립 뿐 아니라, 관객에게 감정을 쌓아가고 폭발시킬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에피소드의 과한 생략은 스토리를 단선화시킨다. 그 자리를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 감동에 이르게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선악구도로 양분된 캐릭터

일본군과 독립군의 대결은 선악구도, 그 자체다. 상당히 단순하다. 

살아있는 호랑이를 난자해 피범벅이 된 모습은 일본군의 악을 상징화한 장면이지만 불필요하다고 느껴질 만큼 잔혹하다.

반면 감자 하나를 가지고 온 독립군들이 나눠 먹는 모습은 선함을 보여주기 위해 설정된 꽤 작위적인 장면이다.

단지 일본군에 있다가 독립군의 포로로 잡혀 오면서 자신들의 만행을 직접 바라보게 되고 생각이 전환된 소년병 유키오(다이고 코타로)만이 유일하게 복합적인 캐릭터다. 

‘봉오동 전투’는 전쟁영화다. 아군과 적군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개별적인 인간 군상들은 선 또는 악으로 이분화 될 수 없다. 더군다나 2019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의 가치판단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거다.

입체적인 캐릭터의 부재는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독립군 가운데 홍일점인 임자현(최유화)은 명분 없는 구색 맞추기 캐릭터 같다.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듯 단순히 양분된 캐릭터와 반복되는 전투 장면은 어느 순간 긴장과 이완이라는 템포감을 무너뜨리며 135분이나 되는 긴 러닝 타임을 지루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개월이란 긴 시간을 로케이션에 할애할 만큼 공들여 만든 광활한 장면들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볼거리를 선사한다.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을 비롯해 야스카와역의 키타무라 카즈키, 쿠사나기역의 이케우치 히로유키의 열연도 빛났다. 

영화 ‘봉오동전투’는 잊고 있었던 역사를 상기시켜 줬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으나, 관객의 감정에 불을 지필 만큼의 강력한 화력이 없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영화란 무릇 슬픔이나 웃음, 감동 등 감정이 일렁거려야 제 맛 아닌가.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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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민 2019-08-10 16:36:34
내가봤던영화중에 최고라 말할수 있고 그만큼 긴장감가지고 봤고 기대이하라는 생각 한번 해보적없었는데 기자야 너가 직접 만들어보던가

이철규 2019-08-09 09:25:21
매국 운운하기 전에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맞는 말이지~ 기본적으로 미장센부터 너무 식상했음.. 보다가 다음장면을 예측하면서 '아 제발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은 아니길' 이라는 생각을 몇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ㅋㅋ 아예 국뽕을 주려면 치사량만큼 주던가.. 독립을 주제로 한 영화중에는 유해진 전투씬 외에 볼만한게 하나도 없었다. 유해진이 캐리했지

서방원 2019-08-09 00:21:35
일본 한테 커미션 받으세요?

배영순 2019-08-08 23:48:44
감동이 안되는건 본인탓 아니오? 그걸 왜 영화탓을 하나?

배영순 2019-08-08 23:47:22
나참.. 그럼 남의나라 침략한 일본군을 착하게 묘사할까? 더 나쁘고 악랄한짓 많이 했을거다. 이런평을 보면 일본땜에 고통받은 사람들은 뭐라할까? 일본사람도 착한사람들 많은데..그럴까? 지식인이랍시고 함부로 지껄이지마라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