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가 지속되면 상당히 힘들 수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센터에서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행사를 마친 후 인근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고 사장은 “이런 일(일본 수출규제)이 계속되면 몇 달 뒤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며 “장기화할 경우 스마트폰의 원재료 등에서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장기화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반도체 뿐 만아니라 스마트폰 원재료에도 일본산 소재·부품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구매부서 등에서 열심히 해 3∼4개월 정도 (소재는) 준비돼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스마트폰의 경우 협력업체가 4차까지 있는데, PCB(인쇄회로기판) 등 부품까지 고려하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日 규제, 장기화된다면...스마트폰에도 영향" 부인 못해   

지난달 4일부터 일본의 1차 수입규제조치가 단행된 세 개 품목 중 하나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접히는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재료다. 일본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세계 시장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내달 부터 공식 출시 예정인 '갤럭시 폴드'의 핵심 부품이다. 

고 사장의 발언의 앞 뒤를 맞춰보면 현재 갤럭시 폴드 등의 핵심 부품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재고가 3~4개월치는 확보돼 있으나 일본의 수입규제 장기화와 다른 수입선이나 국내산 제품을 찾지 못할 경우엔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고 사장은 "스마트폰은 1차 벤더(협력사)가 있고 그 벤더의 하위 벤더가 연쇄적으로 있는데 통상 4차 벤더까지 (삼성에서) 파악하고 있다"며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부품까지 감안하면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확대될 경우 스마트폰 원재료 조달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힘을 다 합쳐서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세계경제 둔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일본 (수출규제) 문제 등으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며 “사장이 되고 난 뒤 한 번도 임직원들한테 ‘내년은 위기’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는데, 올해 말엔 나도 그 얘기를 하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만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고, 신은 공평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고객들은 인정할 것”이라며 “어렵고 힘들겠지만 좋은 제품과 좋은 사용자 경험, 의미 있는 혁신을 달성하면 시장과 고객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스마트폰의 사용주기가 짧아지면서 세계 시장이 역성장을 하고 있다”면서도 “5G 이동통신 스마트폰의 수요는 더 많이 늘어나면서 고급 스마트폰의 성장을 다시 끌어낼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전만했다.

특히 이날 공개한 갤럭시노트10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서 역동적으로 살아가며 최고의 성과를 내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열정과 창의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는 역대급 파워폰”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탈 많았던 '갤럭시 폴더블'...9월 출시"  

이밖에 품질 문제로 한차례 출시가 연기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와 관련해 “가슴을 열어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시커멓게 된 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마음고생이 컸다는 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갤럭시폴드는 9월 출시한다”며 “올초 100만대 정도로 준비했는데, 지금은 수량이 좀 줄어 100만대에는 못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물량이 한정돼 제한된 국가에 나갈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아울러 고 사장은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란 의중을 드러냈다.

실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세계 1위 자리는 위태롭다. 지난해 연간 3억대 판매에 실패했고, 2위 화웨이와 격차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IM부문 매출액은 25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5600억원으로 반토막(51.6%)났다.

고 사장은 ‘앞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 중 무엇에 집중할 것이냐’는 물음에 “사업하는 사람에게 시장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성은 인격”이라며 “생명과 인격을 둘 다 지키는 게 맞지만 우순선위를 묻는다면 먼저 생명을 챙기고, 그게 되면 당연히 인격도 챙긴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 상반기엔 시장 점유율에 우선순위를 둔 게 사실”이라며 “이젠 수익성을 반드시 챙겨야 할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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