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이야기] '경매제' 이젠 손질할 때 됐다...'시장도매인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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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이야기] '경매제' 이젠 손질할 때 됐다...'시장도매인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 최정옥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
  • 승인 2019.08.11 11:4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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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옥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
최정옥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

[오피니언뉴스=최정옥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 바다냄새, 흙냄새, 진한 땀 냄새가 취기처럼 오른다. 가락시장, 나의 일터이자 삶터이다. 고단하고 겨웠다. 기대고 부비며 견뎌온 시간들, 겹겹이 쌓여 그 자체로 내가 되었다. 시장을 쓰며, 시대를 쓴다. 사람을 말하며, 사랑을 말한다. 시장이야기는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이야기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가락시장에서 남편과 함께 식품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락시장의 전신인 용산시장에서부터 시작하여 2대에 걸쳐 50년을 넘게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락시장에는 우리처럼 부부 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하는 가족경영 소상공인이 많다.   

가락시장은 1985년 서울시가 개설한 공영도매시장으로 정식 명칭은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다. 1970년대 서울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서울시민에게 생필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977년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건립 방침이 결정되었고, 1982년 IBRD차관 협정이 체결돼 착공에 들어갔다.

올해 개장 34년 맞은 가락시장...종사자만 2만여명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시정비 사업이 진행되면서, 용산시장이 가락시장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용산시장 자리에는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개장되었고, 청계천 세운상가 전자제품 판매점들이 옮겨왔다.

올해로 개장 34주년을 맞이한 가락시장은 수도권 식재료의 50%를 공급한다. 총 면적은 54만3451㎡, 일 평균 거래량은 8000여 톤이며, 하루 이용인원 15만여 명에, 5만여 대의 차량이 오간다. 이곳을 삶터로 하는 사람만도 2만여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농수산물 유통에서 가락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국민식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뿐만 아니라, 출하자인 산지 농어민에게도 중요하다. 가락시장이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가락시장 유통구조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경매제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여 병행하자는 게 중요 쟁점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은 일일 평균 이용인원이 15만명에 이르고  수도권 식재료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은 일일 평균 이용인원이 15만명에 이르고 수도권 식재료의 50%를 공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도약 발판, 생산자와 직거래 '시장도매인제' 

가락시장은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근거하여 개설되었고,  경매제를 근간으로 한 유통체제를 구축해 왔다. 가락시장으로 출하된 농수산물은 도매법인이 진행하는 경매를 통해서 유통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며, 급등락 할 가능성이 높다. 생산가격 보장과 소비자가격 안정이 숙제이다. 

시장도매인제는 시장도매인이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고 생산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출하자와 시장도매 상인이 상호 합의하여 결정한다. 시장도매인제는 유통단계를 줄이고 안정적인 가격결정력을 가진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시장도매인제 도입에는 대금지불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제도에 대한 논쟁이 핵심일 수는 없다. 

시장은 경쟁을 통해 유지되고 발전한다. 상호 보완과 균형이 중요하며, 독점적인 시장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거래방식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시장주체들의 대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결정체계 구축이다. 이것은 신뢰할 수 있는 가락시장을 만드는 일이며,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신뢰받는 시장, 합리적 '가격결정체계' 필수 

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며, 그 신뢰는 시스템으로 보장해야 한다. 유통산업은 변화를 넘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낡고 고루한 법과 제도, 규정과 규제로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법과 제도가 걸림돌이 아니라, 비빌 언덕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가락시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도매법인, 중도매인, 임대유통인, 경매사, 매매참가인, 산지유통인, 하역인, 시장근로자 등이 함께 한다. 도매와 소매를 담당하는 우리는 스스로를 시장 유통인이라 부른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에 머물지 않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유통 전반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시장을 숙명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이다. 시장 일이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 사회에 일익을 담당한다고 자부한다. 

옥상에 올라 시장을 바라본다. 차와 물건과 사람들, 끝임 없이 이어지는 행렬에서 거대한 흐름이 느껴진다. 시장은 심장과도 같다. 멈추지 않아야하고, 고이지 말아야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시장상황은 밝지 않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급속한 유통환경 변화가 버겁다. 그러나 돌아보면 쉬웠던 적은 없다. 고비마다 견디고 이겨낸 우리다. 스스로의 자생력을 믿는다.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다. 

● 최정옥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는 남편과 함께 용산시장에서부터 도소매업을했던 시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아 30여년째 가락시장을 지키고 있다. 올해 6월까지 가락몰유통인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가락시장 가락몰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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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목 2019-08-12 22:26:20
최정옥대표님의 도매시장의 유통 물류 개선 없이는 앞으로 경쟁력이 떨어져서 생존하기가 어렵게 될것으로 판단이 됨니다
최대표님께서 기고한 내용들이 가락도매시장의 유통현실이고
관계된 당국자들은 빠른 시일안에 시장도매인 제도를 시행시길 촉구하는 바임니다~!!

폴아무르 2019-08-11 15:13:48
시장사람들에 대한 좋은 칼럼이네요 ㅎ ㅎ.

박기동 2019-08-11 15:01:01
농식품을 경제와 기득권의 논리가 아닌 우리민족의 생존권, 식량주권의 문제를 근간으로..
쉽게 표현해주셨습니다~
멋진글 잘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