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규제‧RP매입’ 꺼낸 금융당국…코스피‧코스닥 급락세 진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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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규제‧RP매입’ 꺼낸 금융당국…코스피‧코스닥 급락세 진정될까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8.06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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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공매도 규제 강화”…한은 “RP 매입”
전일 ‘립 서비스’ 발언에서 위기 대응 대책으로
시장 불안 여전…코스피 1.5%‧코스닥 3.2% 하락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권시장상황 점검을 위한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맥을 못 추는 금융시장에 당국이 비상 대책을 꺼내 들었다. 전일 시장 달래기에도 코스피‧코스닥이 급락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이 확전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증시 상황점검을 위한 금융투자업계 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에 따른 단계별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 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적절한 정책을 취사 선택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으로는 ▲증권유관기관 및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이 언급됐다.

손 위원장은 특히 “금융투자업계는 시장에 상세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파해달라”며 “불안 심리로 시장이 급변할 때에는 주요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은행 또한 이날 시중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 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면 은행들은 단기금융시장인 지급준비금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또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외환 보유액이 줄어든다면 외환 보유액 여유금이 지급준비금 시장으로 흐르면서 자금이 부족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RP를 매입,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 ‘립 서비스’ 낙관론에서 위기의식으로 변화

이같은 구체적인 대책 제시는 손 부위원장이 지난 5일 열린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제외 조치에 민‧관이 총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미리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시장을 안심시킨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의 입장 표명이 무색할 정도로 전날 시장이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적극적인 시장 개입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시장에서 코스피는 2.56%, 코스닥은 7.46%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3년 5개월 만에 1200원선을 돌파했다.

손 부위원장은 6일 간담회에서는 시장 상황에 대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변했다”며 “위안‧달러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증시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금리인하 불확실성 외에도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 주력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비율 조정 등이 작용했다는 게 손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에선 제약‧바이오 등 일부 업종의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전날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 등만을 꼽은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전날 언급했던 “아직까지 금융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에 큰 변화가 없다”는 낙관론도 이날은 자취를 감췄다.

손 부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시장 불안 요인이 지속될 경우 부정적인 상승 작용으로 더 큰 시장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시장 참여자 모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스피‧코스닥 약세 지속…금융당국 위기 대응 능력 시험대

실제 6일 금융시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블랙 먼데이’의 여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스피는 6일 전날 대비 29.48포인트(1.51%) 내린 1917.5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891.8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29포인트(3.21%) 내린 551.50으로 거래를 끝냈다.

기관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23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0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으나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원‧달러 환율만 전일과 같은 1215.30원으로 마감했다.

미국이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 국내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될 조짐이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가 높아져서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올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아시아증시 또한 약세였다.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6일 전날보다 0.65% 떨어진 2만585.31로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1.56% 떨어진 2777.56에 장을 마쳤다. 홍콩항셍지수는 오후 4시 8분(현지시간)  0.67% 하락한 2만5976.24를 기록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손 위원장은 “현재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과도한 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대외적 요인에 의한 국내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우리시장의 회복력(resilience potential)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또한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에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엄중한 상황 인식 아래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며 “과도한 시장 불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중 환율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경기 둔화, 기업 실적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 요소가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증시의 반등 시기는 물론 저점을 예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경우 제약‧바이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야 하지만 아직까지 연이은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치밀한 상황 인식과 대응이 필요한 때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는 반등 보다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려 있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입장에 대한 실망감은 오래가지 않더라도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위안화 약세 등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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