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 칼럼] '검찰 차르' 윤석열의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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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칼럼] '검찰 차르' 윤석열의 시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윤태곤 정치분석가(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승인 2019.08.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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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비리 대처" 강조...윤석열 "경쟁질서 확립" 화답
대통령, 메시지 상징 역할 주문? 윤석열, 시스템 책임자로서 역할 다짐?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 차르(Czar), 제정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단어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로 이해된다. 예컨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이끌었던 앨런 그리스펀 같은 인물이 미국 및 세계 경제의 ‘차르’로 불렸었다.

이후 주로 미국 행정부에서 ‘준 공식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부처 간 정책조율을 책임지거나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정책과제를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임명직 공직자를 ‘차르‘라 부르면서 부터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기존의 칸막이식 행정부 구조로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과제 중심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의 부산물이 바로 ‘차르 시스템’인 것. 

이는 조직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고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예컨대 2001년 9.11테러 이후 부시 정부가 22개 연방 기관을 합쳐 만든 국토안보부 같은 조직과 톰 리지 초대 장관이 차르 시스템의 전형적 예다.

시스템 장악하는 '차르', 메시지 상징으로 격하

그 이후로는 차르 시스템의 운용이 더 활발해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 같은 경우엔 당선 직후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경제 차르’로 부른 것은 물론 보건후생부 장관을 ‘보건 차르’로 지명했고 에너지 차르, 도시 문제 차르 등도 차례 차례 선임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경우엔 “미국 대통령이 어떤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싶을 땐 차르만한 게 없다”면서 오바마 당선인도 이를 통해 많은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차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 메시지 전달의 수단으로 ‘격하’되기 시작했단 이야기다.

그 말이 맞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2년차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대형잉어(아시안카프)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겨우(?) 8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사업에도 ‘아시안카프 차르’가 선임되기도 했다. 차르의 전성시대가 아니라 차르 인플레이션 시대가 진행됐고 이런 과정을 거쳐 트럼프 행정부 들어선 차르라는 단어는 쑥 들어갔다.

'검찰 차르'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취임 일성으로 외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검찰 차르'로 떠오른 윤석열 검찰총장.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을 취임 일성으로 외친 그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극복 시기 초대 금융감독원장을 지내며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헌재 전 부총리 정도가 ‘차르’라 불릴 만 했다. 

여러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차르는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에 국한된다. 차르는 대중의 요구나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거스르는, 필요하지만 인기 없는 정책 수단을 결정하고 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단, 법률 그리고 대통령 앞에서 책임지는 자리가 차르였다.

또한 차르는 실력과 전문집단의 인정을 받는 인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결국은 선출직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위임과 신임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차르가 법과 대통령의 위임을 벗어나서 움직이면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두번째 차르 윤석열, 시스템인가 메시지인가

현재 한국에도 차르라 불릴만한 인물이 한 명 있다. 중앙지검장 시절부터 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바탕으로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개혁과 상반되는 방향으로 보였지만 중앙지검의 특수수사 조직이 확대됐다. 전직 대통령 두 명, 전직 대법원장 한 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성과’를 내서 대중의 지지도 한 몸에 받았다. 검찰총장 자리에 까지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총장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다"고 평가하며 “청와대·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은 비검찰 출신을 포진시켰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명실상부한 ‘검찰 차르’ 등극식이라 할 만하다.

임명장 수여 이후 취임식에서 윤 총장은  "형사법을 집행하면서 우선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이라며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 자금 수수, 시장 교란 반칙 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정치·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리에 대한 대처를 강조했는데 윤 총장은 경쟁질서 확립을 예고했다. 전자가 수동적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인 개념이다.

과거와는 다른 차르의 등장인 것인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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