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코드] 그 해 여름 그들에겐 어떤 일이?...에디터가 추천하는 네 편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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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코드] 그 해 여름 그들에겐 어떤 일이?...에디터가 추천하는 네 편의 영화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19.07.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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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방학과 휴가로 재충전하고 도약하는 계절, 여름
엄마를 찾아 떠난 소년과 야쿠자 아저씨의 가슴 찡한 로드무비
낯선 곳에서 사랑에 빠진 그들의 사랑은 여름과 함께 끝날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진=네이버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진=네이버영화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더위는 길지만 여름은 길지 않다. 절기상으로는 말이다.

대서는 이미 지났고 입추가 8월 8일이니 말이다. 사실 방학도 여름 휴가도 길지 않다. 여름은 1년 중  쉴 수 있는 날이 가장 많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초ㆍ중ㆍ고 방학은 한달 남짓, 대학생은 두어 달 남짓, 직장인들 여름휴가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

물론 지겹도록 긴 곳도 있긴 하다. 여름방학이 두 달에서 석달인 곳도 있고 프랑스의 여름 휴가는 한 달 정도라고 한다.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vacance)'의 원뜻은 '공석, 부재' 로 휴가를 떠나 텅 비어있음을 의미한다. 한 달을 비워 두어도 고용이 유지되는게 신기하다.

길든 짧든 여름은 무언가 익어가는 계절이면서 또 무언가 솟구쳐 뿜어나오는 계절 또 한편으로는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기도 하는 계절이다.

냉방이 잘 된 여름의 극장가는 공포 영화,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로 관객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시네마 코드에서는 '어느 해 여름' 크게 성장한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 한 편, 낯선 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된 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세 편을 추천한다.

 

◆ 여름 영화의 대명사...'피서지에서 생긴 일'(1959)

여름 배경의 영화에 빠지지 않고 선정되는 클래식 영화. 델머 데이브스 감독, 트로이 도나휴와 산드라 디 주연의 ‘피서지에서 생긴 일 (A Summer Place)'은 청춘 남녀의 사랑과 슬픔을 그린 영화로 여름, 휴양지, 첫사랑 그리고 감미로운 주제곡까지 로맨틱 무비의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영화.

미국 메인 주 여름 휴양지 파인 아일랜드. 고향을 떠난 뒤 자수성가 하여 백만장자가 된 켄 (리차드 이건)은 어릴 적 인명구조원으로 어렵게 살았던 파인 아일랜드에 20년만에 가족과 함께 금의환향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 연인이었던 실비아(도로시 맥과이어)를 만나는데, 실비아는 몰락한 가문의 안주인으로 알코올 중독에 무능력한 바트(아서 케네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피서지에서 생긴 일. 사진=스틸 컷
피서지에서 생긴 일. 사진=스틸 컷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한 실비아와 켄은 결국 초고속 이혼 후 부부가 되지만 이미 첫눈에 반했던 실비아의 아들 자니(트로이 도나휴)와 켄의 딸 말리(산드라 디)는 부모와 상관없이 계속 사랑을 키워나가고 결국 사랑의 결실을 거둔다는 평범한 엔딩.

이 영화로 트로이 도나휴와 샌드라 디는 할리우드 대표 청춘 스타로 등극하는데, 말리역 제의를 거절했던 나탈리 우드는 영화가 대히트하자 후회막급이었다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카사블랑카’의 음악감독이었던 맥스 스타이너가 작곡한 메인 테마는 낭만적인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특히 퍼시 페이스 오케스트라 (Percy Faith & His Orchestra)의 연주곡은 1960년 빌보드 핫100 차트에 무려 9주간 1위를 기록했다고.

 

◆아홉살 소년과 한물 간 야쿠자의 성장 영화...'기쿠지로의 여름'(1999)

엄마를 찾아 떠난 외톨이 소년과 한물 간 야쿠자의 로드 무비.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홉살 마사오(세키구치 유스케). 아빠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일하러 떠났다고만 알고 있다. 여름방학이지만 친구들은 모두 가족과 떠나고 또 다시 외톨이가 된 마사오는 우연히 엄마의 사진과 주소를 발견하고는 엄마를 찾으러  떠나는데.

마사오가 걱정된 이웃 아줌마는 백수 남편(기타노 다케시)을 보호자로 딸려 보낸다. 부인이 들려준 오만엔을 들고 길을 나섰으나 아저씨는 그 길로 경륜장으로 가 돈을 날리고. 돈이 떨어진 아저씨는 택시를 탈취하고 히치하이크를 하려면 불쌍해 보여야 한다며 마사오 얼굴에 숯검댕이 칠을 하고 맹인 행세하다 차에도 치이고 정말 사고뭉치다.

 

기쿠지로의 여름. 엄마를 찾아가는 마사오와 동행하는 야쿠자 아저씨. 사진=네이버영화
엄마를 찾아가는 마사오와 동행하는 야쿠자 아저씨. 사진=네이버영화

우여곡절 끝에  엄마가 사는 곳에 도착한 마사오. 하지만 먼 발치에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엄마를 목격하고 돌아선다. 아저씨는 실망한 마사오에게 주소가 잘못된 것 같다며 '천사의 종'을 건넨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이 종을 울리면 천사가 와서 도와준다고.

 

"한번 흔들어봐.

엄마를 데려올지 아니?"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요양원이 지척에 있음을 알게된 아저씨. 그 역시 엄마를 찾았지만 멀리서 바라보고 돌아선다. 사실 아저씨도 어릴 때 엄마가 자신을 떠나갔던 것. 

마사오의 엄마를 찾으러 간 여정이 결국은 아저씨에게도 어머니를 찾으러 간 여정이 된 것이다 

여정의 끝에 마사오가 헤어지며 아저씨 이름을 묻는다.

 

"우리 또 엄마 찾으러 가자. 건강해라."

"근데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기쿠지로 잖아 !그것도 몰랐냐!" 

 

영화의 타이틀이 '마사오의 여름'이 아니라 '기쿠지로의 여름'인 것은 아이의 성장과 함께 기쿠지로 역시 성장하는 스토리임을  의미한다.

배우 겸 감독으로 등장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는 희비극의 절정을 보여준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출발, 갱스터 무비 '소나티네', '하나비', 맹인 자객 '자토이치' 등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으며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감흥을 더해준 주제곡 ‘Summer'는 히사이시 조의 작품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의 음악 외에도 한국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음악도 맡았다.

 

◆"시대가 그래, 시대가"…’그 해 여름’ (2006)

1969년 여름. 3선 개헌 반대투쟁을 펼치는 선배들과 친구들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석영(이병헌). 뚜렷한 목적도 없이 그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농촌 봉사활동에 합류한다.

봉사활동에 심드렁한 석영은 우연히 시골 도서관 사서 정인(수애)을 만나면서 그녀에게 마음을 뺏긴다. 석영과 정인이 시골 마을에서 작은 추억들을 만들어 가던 즈음 시국은 더 악화되고 결국 학생들은 농활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정한다. 주저하던 정인은 석영을 따라 나서지만 세상은 그들을 다시 갈라놓는데...

세월이 흘러 저명한 교수가 되었으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석영은 방송의 도움으로 정인을 수소문 하지만 정인은 조용한 삶을 살다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1969년 배경의 풋풋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그 해 여름'. 사진=네이버영화
1969년 배경의 풋풋하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그 해 여름'. 사진=네이버영화

극중 만덕(정석용)에게 빨갱이 딸이라고 구박을 받던 정인. 하지만 뜻밖의 만덕의 고백.

 

"나도 네 아버지가 보구싶다...근데...시대가 그렇다..그런걸 어쩌겄냐..."

 

잔인한 시대에 살았던 남녀의 불행한 개인사와 불행한 역사가 오버랩된 영화. 후반부에 다소 집중도가 떨어지지만 이병헌과 수애의 애틋한 사랑과 눈물 연기는 오래 기억된다는 평.

한편 영화에 등장하는 3선 개헌은 1969년 박정희 정권이 정권 연장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 대한민국의 6번째 헌법 개정. 이에 1969년 6월 중순부터 서울지역 대학생들 주도로 3선 개헌 반대투쟁이 전개됐다.

또 하나. 1969년 7월 20일 (한국 시간으로는 7월 21일)은 인류 최초 달착륙에 성공한 날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TV를 시청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는 당시 TV 생중계에서 통역과 해설을 맡았는데 이 영화에도 특별출연했다.

영화에 흐르던 애잔한 노래는 로이 클락의 올드 팝 'Yesterday when I was young'으로 원곡은 1964년 프랑스 가수 샤를르 아즈나부르가 부른 'Hier Encore'였다. 이후 1969년 컨트리 가수 로이 클락이 영어로 개사해 불러 빌보드차트 19위에 올랐고 젊음을 회상하는 노래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단지 그는 그였기 때문에...'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너의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난 나의 이름으로 널 부를게."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 영혼의 교감을 나누는 두 남자의 이야기. 원작은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 해, 여름 손님’을 영화화했다.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의 한 도시. 여름 방학을 맞은 열일곱의 청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는 가족의 별장에서 한가로이 피아노를 연주하고 독서를 하며 여름이 빨리 끝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고고학 교수인 아버지(마이클 스털버그)와 번역가인 어머니(아미라 카사르)는 다재다능한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아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엘리오.

어느 날 아버지의 연구를 돕기 위해 스물넷의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가 별장으로 찾아 오면서 나른하던 엘리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난다. 

 

퀴어 영화면서 성장 영화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진=네이버영화
퀴어 영화면서 성장 영화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사진=네이버영화

점차 그에게 빠져드는 엘리오. 엘리오와 올리버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베르가모를 여행하며 다가올 이별에 안타까워 하는데...

둘의 사랑을 눈치챈 아버지는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보통 부모들이라면 없던 일로 하고 아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길 바라겠지만

난 그런 부모가 아니야.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 내다간

서른쯤 되었을땐 남는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게 없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때 우리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밝혔다.(IMDb)

자신의 유년 시절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했다고 고백한 구아다니노 감독과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제임스 아이보리는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반면 주연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는 이성애자다.

또한 실제 촬영지는 이탈리아 북부가 아니라 구아다니노 감독이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크레마. 영화 내내 남부 이탈리아 특유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후반부 엘리오 아버지의 대사 "그는 단지 그였기 때문, 나는 단지 나였기 때문" 은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 (Montaigne)의 우정에 대한 에세이를 인용한 것이라고.

 

누가 내게 왜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음을 느낀다. 다만 ‘그가 그였고, 내가 나였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대답할 길이 없다. 

-몽테뉴 ‘수상록’ 중 ‘우정에 대하여’

 

소설에서 엘리오와 올리버는 15년 후 다시 만나게 되는 설정이어서 감독과 제작사 측은 후속편 제작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한다. 대신 5~6년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것이라고.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 역시 출연에 긍정적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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