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談談打打 打打談談’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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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談談打打 打打談談’ 전술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09.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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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군사 도발을 오가는 기만에 더 이상 속지 말아야

‘담담타타 타타담담(談談打打 打打談談)’이란 전술이 있다. 중국 공산당 모택동이 쓰던 유명한 전술이다. 힘이 약할때는 대화를 하면서(談談) 상대방의 허를 찔러 공격을 하고(打打), 무력 공격을 할때에도(打打) 다른 한편에선 대화를 제의해(談談)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전술이다.

이 전술로 모택동은 장개석의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 본토를 차지했다. 국민당에 비해 힘이 약할때는 항일투쟁을 앞세워 두 차례의 국공합작을 했고, 국민당이 대일투쟁에 힘을 쏟는 사이에 공산당은 농촌을 장악해 도시로 포위해 들어갔다. 오늘날 중국은 이 전술의 결과로 세워진 나라다.

이 전술은 중국에서 성공한후 전세계 공산당이 애용하는 통일전선전술이다. 가장 잘 활용한 정권은 바로 북한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일을 걸쳐 김정은까지 조금도 변함 없이 사용하고 있는 전술이다.

▲ 지난 8월 25일 북측 김양건 당 비서,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남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왼쪽부터)이 판문점에서 '무박4일' 마라톤 협상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화하자던 북한, 다시 긴장국면으로 돌입

작금의 남북관계에서 김정은 정권은 이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지뢰 도발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打打), 그들은 대화를 제의했다(談談). 북한이 먼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보내겠다고 하고, 우리측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초대했다. 우리는 이에 응했다. 무박 4일간 무려 43시간의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남북은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타타담담’ 전술을 사용했던 것이다.

직후에 김정은은 남북 합의가 이뤄진데 대해 “남북 합의가 결코 협상테이블에서 얻어진 것이 아니라, 핵 억지력을 동반한 막대한 군사력에 의해 달성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중앙통신의 보도다. 핵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남한이 겁을 먹고 합의에 이르렀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김정은의 발언은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고, 뉴욕타임스등 외국 언론에 의해 헤드라인으로 뽑혔다.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의 핵 억제력에 관한 발언은 한마디도 취급을 않고,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발언에 주목했다. 한국 언론들이 순진했던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고 평하면서, 남북관계에 해빙관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부리를 겨누던 두 세력이 하루아침에 화해무드로 간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북한은 '타타담담'에서 '담담타타'로 전술을 급선회했다.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담담), 북한은 또다시 장거리 로켓과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타타).

14일 북한 원자력연구원 원장이라는 자가 장거리 로켓 발사를 예고한데 이어 15일에는 “우리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이 무분별한 적대시정책에 계속 매여달리면서 못되게 나온다면 언제든지 핵뢰성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핵뢰성이란 핵실험을 의미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각종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핵보유는 미국의 극단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한 자위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한국의 허점을 너무나도 잘 안다. 남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보다 월등히 우세하다. 이 점은 그들도 인정한다. 북한은 전투기와 탱크, 전함을 움직일 기름도 모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핵전력에서 우위를 유지함으로써 늘 남쪽을 위협해 왔다. 핵 우위를 통한 이른바 '비대칭전력 강화'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적 원조를 하겠다고 늘상 얘기하지만, 북한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은 미국과 중국, 일본의 역학적 구조속에서 핵무기 보유를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안다. 하지만 북한은 열강의 요구를 무시하며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들의 유일한 생존 수단인 셈이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며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념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가 반대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 의해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용 체계(MD)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따라서 사드(THAAD)도 배치하지 못할 것으로 북한은 판단하는 듯하다. 그 틈을 타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화의 기회를 이용해 그들은 핵무기의 질적 발전을 꾀하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의 '담담타타' 전술은 오래된 일이다. 남한에는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세력이 상당하게 존재한다. 그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 햇볕정책이니, 유화정책이니 하면서 남북간 경제교류가 활성화됐다. 1990년대 후반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을 때 때 김정일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손을 벌렸고, 엄청난 지원을 챙겼다. 이른바 ‘담담’ 전술이다. 그시기에 북한은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를 양산했다. 이명박 정부 시기엔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다. ‘타타’ 전술을 서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선 지뢰사건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북한은 다시 ‘타타’전술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

우리는 오랫동안 북한의 전술에 속아왔다. 남북간에 대화가 이뤄지면 기대에 부풀었고, 그사이에 북한은 핵전력을 강화했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하면 겁에 빌린 세력들이 대화로 풀자고 했다. 그렇게 냉탕, 온탕을 오가는 사이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14일 시사했다. 사진은 2012년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더 이상 북한의 대화전술에 말려서는 안된다

다시 영변 원자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영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흑연감속로의 용도가 조절변경 및 재정비돼 정상가동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평안북도 영변에는 ‘철옹성’이 있다. 고려시대에 축조된 성인데, 동·서·북쪽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그대로 성벽으로 이용하고, 남쪽의 일부만 쌓았다. 천혜의 요새다. 이름답게 한번도 함락된 적이 없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략을 여러 차례 받았는데, 11세기초 거란의 공격을 수차례 받았지만 물리쳤으며, 1236년 몽고, 고려말 홍건적, 1636년 병자호란 때 청나라 침입을 모두 막아냈다.

철옹성이 둘러싸고 있는 산이 바로 시인 김소월의 유명한 ‘진달래꽃’의 소재지이기도 하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우리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하고 핵무기로 철옹성을 쌓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런데 비해 남한은 김소월의 시처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 우리다”며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더 이상 우리는 북한의 ‘담담타타, 타타담담’ 전술에 속아서는 안 된다. 남한 정치세력, 국민들은 북한이 제의한 대화에 매달리다 핵강대국이 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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