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변신'선언 임일순 홈플러스대표, 속내는 '밸류 애드(Value A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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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변신'선언 임일순 홈플러스대표, 속내는 '밸류 애드(Value Add)'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7.31 18: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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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전국 모든 매장 온라인 물류센터 전환'
자금조달 난제 극복해야...자산 매각과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밸류 애드+ 시간벌기, 홈플러스 리츠 상장 재도선으로 차입금 해결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사진=연합뉴스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뒤늦게 온라인쇼핑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의중에 궁금증이 집중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 25일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1년까지 전국 140개 홈플러스 점포를 온라인 물류센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배송이 공존하는 ‘쇼킹’(쇼핑·Shopping+피킹·picking) 매장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재 107개 점포에는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한 상태다.

나아가 장보기 전문사원(피커)를 1400명에서 4000명으로, 신선식품 배송 차량은 기존보다 3배 정도 많은 3000여대까지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온라인 배송이 크게 몰리는 지역에 대해선 물류 기능 및 규모를 업그레이드한 ‘FC’(점포 풀필먼트센터, Fulfilment Center)를 구축해 온라인 수요를 확실하게 커버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이밖에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한 ‘스페셜’ 매장을 현재 16개에서 2021년까지 80개로 늘리겠다고 밝히는 한편, 당장 창고형 온라인몰인 ‘더클럽’을 다음날 개점하는 등 즉각 실천에 나섰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해 선보인 스페셜 매장.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가 지난해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을 결합해 선보인 스페셜 매장.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사업 개편, 투자금 확보 어려울 수 있어

그러나 홈플러스의 자금 여력을 고려할 때 임 사장의 구상은 'too big picture(너무 큰 그림)'가 아니냐는 지적이 곧바로 나온다. 오프라인 사업을 단기간에 온라인화 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겠느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스토어즈의 지난해(2월 결산, 2018년 3월1일~2019년 2월28일) 기준 차입금은 2조8187억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1년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3766억원이다. 현금성 자산이 3044억원에 불과,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0억원으로 전년 46억원에서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374억원에 불과했고, 이는 전년 589억원보다 36.4% 감소한 것이다. 자회사 홈플러스는 모회사 홈플러스스토어즈에 대한 중간배당(연평균 4000억원 규모)을 작년부터 중단했다. 부실한 수익 구조에 과도한 차입금이 홈플러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차입금 압박?…자산매각·세일즈앤리스백로 해결

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깊은 연구와 검토를 한 끝에 사업변신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금압박이 없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홈플러스스토어즈와 홈플러스가 그동안 차입금을 충실히 상환한데다 자산도 적극 매각하면,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자금 7조4000억원중 4조3000억원을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는데, 인수금융 부담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3조1000억원, 자회사인 홈플러스가 1조2000억원을 지고 있다.

140개 전체 점포 중 80곳을 100% 소유하고 있는 홈플러스는 인수 과정에서 불어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여러 자산을 처분해왔다.

전년도(2017년 3월~2018년 2월)에 투자부동산 등 자산 6347억원을 처분하고 차입금을 6950억원으로 줄인 상태다. 전년 440억원에 그치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이 현재 296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국에 33개 매장을 갖고 있는 모회사 홈플러스스토어즈 역시 지난해 차입금이 2조8187억원인데, 전년 3조3108억원에 비해 14.9% 줄어든 규모다.

이들 두 회사 모두 현재 보유한 매장을 세일즈앤리스(sales&lease)로 매각하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임차비용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각오할 문제다. 전체 차입금이 많은 것은 부담이지만, 헤쳐나갈 방법을 찾은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SSG닷컴 콘텐츠 광고. 사진=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의 SSG닷컴 콘텐츠 광고. 사진=신세계그룹

◆홈플러스 뒤늦은 변신, 신세계·롯데 틈에서 이길수 있을까

문제는 임 대표의 변신 선언이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점이다. 당장 유통공룡들과 이커머스 강자들이 출혈 경쟁중인데, 홈플러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사업 통합을 위해 지난해 어피니티·비알브이 등 2곳으로부터 약 2조원을 투자받아 올해 3월 온라인 신설법인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지난달에는 전용 물류센터 ‘네오002’를 기반으로 새벽 배송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여기에 최첨단 온라인센터인 ‘NE.O 003’(가칭)를 김포 지역에 건설 중이다. 

롯데는 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지난해 8월 출범한 후 올해 3월 7개 계열사 쇼핑몰을 통합한 이커머스 서비스 ‘롯데ON’을 선보였다. 더불어 중국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馬鮮生)’에서 실시하는 ‘3㎞·30분 배송정책’의 한국판 출시도 검토 중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센셩(盒馬鮮生)’에서 실시하는 ‘3㎞·30분 배송정책’을 벤치마킹한 ‘한국판 허마센셩’을 예고했다. 

이들 두 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채널을 활용,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역량까지 겸비했다.

이밖에 소프트뱅크를 대주주로 둔 쿠팡은 올해 매출 약 55억달러(6조2425억원)을 올리겠다는 야심이다. 국내 온라인쇼핑에서 압도적 1위이다. 여기에 위메프와 티몬도 대규모 고객 확보를 위해 연일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출혈전쟁이 붙은 전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참전의사다.

임 대표, 온라인사업에 뛰어든 진짜 속내는

이처럼 온라인 시장 경쟁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임 사장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재도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임 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리츠(상장심사)를 저희가 통과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부동산리츠 시장은 한국에서 열려야 한다”며 재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보다 나을 거 없는 일본, 싱가포르가 이 시장을 키워 전략사업이 됐다”며 “예를 들어 부동산자산이 개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작지만 안정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 상장은 재도전할 것”이라며 “국제적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장이 되도록 일개 기업에서 할 수 있는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2017년 10월 취임 이후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해(2017년 3월1일~2018년 2월28일) 3조3108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스토어즈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리츠 상장을 추진했던 것. 

예정대로 홈플러스리츠 상장에 성공했다면 ‘홈플러스홀딩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의 51개 매장을 리츠에 매각, 4조323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자 지난 3월 관련 작업을 중단했다.

대신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2조원대로, 현재 홈플러스 인수금융 차입금 잔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2조3000억~2조4000억원 범위다. 리파이낸싱을 통해 금리를 낮추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즉,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임 대표의 구조조정 계획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대신 임 사장이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재도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게 아니냐는 것.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최대 주주는 MBK파트너스로, 임 사장 단독으로 온라인 사업 추진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투자금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유통업 대세로 자리 잡은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까지 갖추게 된다면,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기업가치가 오른 홈플러스를 향후 재매각시 높은 금액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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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3 03:45:18
매각하기전까지 직원들 고혈빨아먹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ㅡㅡ 2019-08-02 04:58:22
다 임대로 돌려놓고 가치가 잘도 올라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