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현실 부정 부르는 ‘보람튜브’의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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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의 컬쳐 인사이트] 현실 부정 부르는 ‘보람튜브’의 숫자
  • 권상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9.07.26 11: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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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 문화평론가]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일순간 졌다.

6살 보람이의 유튜브 구독자 3000만 명, 월수입 40억 원, 최근 청담동 빌딩 95억에 매입. 숫자가 이렇게까지 자극적으로 와 닿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보람이는 마치 기적을 행하는 만화 캐릭터 같다.

그동안 난 뭐하고 산걸까 라는 다소 한심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어른을 한숨짓게 만드는 아이, 판타지에 가까운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이라는 사실에 멍하다. 

◆보람튜브, 승자독식사회를 점령하다

보람튜브 토이리뷰, 보람튜브 브이로그를 보고 또 본다. 특별할 것 없는 아이의 일상이 부모의 휴대전화 카메라를 벗어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 외에는 아쉽게도 별것 없다. 단지 평범한 것이 특별해져버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나라 구독자 뿐 아니라 해외 구독자까지 보람튜브를 열심히 보고 있거늘. 이들 가족에게 유튜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임에 틀림없다. 6살에 승자독식사회의 꼭대기를 점령한 보람이는 이 사실을 알기나 할까.

최근 유튜버 제의를 많이 받았던 터라 '이참에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전에 없던 조급증마저 생긴다. 이런 내 모습이 어색하고 우스워 급기야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제야 현타(‘현실자각타임’이라는 뜻의 신조어)가 온 모양이다. 

사진= 유튜브 ‘보람튜브’ 캡처

거부(巨富)가 된 6살 유튜버의  소식이 알려지고 난 후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거나 '공부할 필요를 전혀 못 느끼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보람튜브 제재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이런 현상이 상대적 박탈감이 부른 알레르기 반응인지 단순 ‘질투’인지 알 수는 없다. 또한 유튜브를 통제할 법적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지금 보람튜브가 이룩한 숫자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자연스러운 생활모습에서 많은 수익이 발생하자 부모는 아빠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거나, 운전을 하는 등 비상식적인 연출 장면을 담아내기에 이른다.

2017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하자 사과하고 관련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지만 그 순간 순수한 아이는 어른이 만든 극단적인 상업논리에 의해 피해자가 되고 만다. 아이의 정서가 학대당하는 것이다. 

과연 ‘보람튜브’의 주인공인 보람이는 행복할까.

이미 논란이 됐던 과거를 한 번 더 곱씹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아이의 인권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독자인 아이들의 정서에 미칠 영향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여과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는 그대로 흡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보람튜브가 이룩한 성과에 대중이 마냥 놀라워할 수만은 없는, 비난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유튜브라는 무한 자유가 보장된 플랫폼에 대한 ‘규제’ 방안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 선한 영향력 끼치는 ‘인플루언서’ 이기를

자극은 또 다른 자극을 불러온다. 익숙해진 자극은 평범한 것으로 전락해 버리기에 더 이상 자극이 될 수 없다.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한 ‘과잉 자극’ 꼼수는 입맛을 돋우기 위해 한 번 먹고 마는 특별식에 불과하다. 즉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제 관찰자를 넘어서 이슈의 중심에 선 이들에 대한 감시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또한 황금알을 낳고자 하는 ‘유사’ 보람튜브도 증가할 것이다.

유튜브에 아이의 순수함을 전시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돈을 이유로 이를 악용하지는 말자. 훗날 아이가 자신을 ‘트루먼 쇼’의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말이다. 

인기 유튜버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그 영향력이 부디 책임감 있는 선한 영향력이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규제’와 ‘제재’는 불가피하다.

잠시 ‘보람튜브’에 허탈함을 느꼈는가. 열심히 사는 당신을 왜 스스로 루저로 만드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스스로 행복해 지기보다 누군가와의 비교우위에 섰을 때라야 비로소 안정을 찾고 만족한다. 

현실이 그러할지라도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진리는 정신이 물질을 지배할 때 더 많이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말이다. 

 

●권상희는 영화와 트렌드, 미디어 등 문화 전반의 흐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글을 통해 특유의 통찰력을 발휘하며 세상과 소통하길 바라는 문화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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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2019-07-26 12:49:06
트루먼쇼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