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사람을 맘껏 미워해도 된다고?...『사람을 미워한다는 것』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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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사람을 맘껏 미워해도 된다고?...『사람을 미워한다는 것』리뷰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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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인간의 심리, 관계에 대한 에세이 형식
칸트 철학으로 박사학위 받아 철학 서적도 다수 펴내기도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미움의 자연스러움, 미움의 효용'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바다출판사 펴냄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바다출판사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가족과 함께 사는 법을,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또래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사회에 나와서는 세상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다른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것이 함께 사는 법의 기본이라고 배운다.

그렇게 배우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을 수 없고 나와 같은 사람들 하고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단 이유로 사달이 난 역사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타인 앞에서 감정을 숨기고 좋은 표정을 지어야 하는 이유다. 덕분에 ‘좋아도 좋다고’ ‘나빠도 나쁘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야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람에 대한 감정도 마찬가지다. 가족과 이웃은 물론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고 세상의 모든 도덕률은 가르친다. 사람을 좋아하는 게 바른 것이고 싫어하는 건 옳지 않다고 배우는 것. 수많은 악성 댓글에도 “관심에 감사한다”거나 “비판에 귀 기울이겠다”라는 반응을 내놓아야 쿨한 셀럽으로 인식되는 현실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 많다. ‘미움’이 나쁜 감정이라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많은 선현이 외쳐왔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배워와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나쁘다’라는 심리가 사람들 뇌에 자리 잡은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 많다. ‘미움’이 나쁜 감정이라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많은 선현이 외쳐왔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배워와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나쁘다’라는 심리가 사람들 뇌에 자리 잡은 것이다.사진=pixabay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죄책감이 드는 사람이 많다. ‘미움’이 나쁜 감정이라고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많은 선현이 외쳐왔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배워와서 ‘사람을 미워하는 게 나쁘다’라는 심리가 사람들 뇌에 자리 잡은 것이다.사진=pixabay

사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움’이 품은 의미가 무척 넓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라이벌을 견제하는 마음,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하는 마음, 우리나라에 딴죽을 거는 이웃 나라에 저항하는 마음 등 자기 신념을 거스르는 것에 반응하는 다양한 현상들이 ‘미움’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태어나 처음으로 미움에 대해 생각을 해 본 것 같다. ‘미움’ 받는 것에 대한 위로를 담은 책들은 봤지만 미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사람들에게 마음껏 미워하라고 하는 책은 처음이다. 일본의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쓴 '사람을 미워한다는 것'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

저자는 칸트 철학을 쉽게 해석한 책을 쓰기도 하고 사람의 감정과 관계,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을 쓴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책에서 그의 개인적 경험과 사르트르, 스피노자 등 철학자, 나쓰메 소세키, 안톤 체호프, 모파상 등의 문학작품을 통해서 미움과 관련된 사람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부인과 아들로부터 큰 미움을 샀고 그 때문에 겪은 마음의 동요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내가 부여잡은 것, 그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럽다는 것, 그리고 무섭게 불합리하다는 것, 게다가 이 불합리함이야말로 인생이고, 그걸 속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자 나는 조금 편해졌다.” (저자의 말에서)

작가가 가족들로부터 큰 미움을 받고 외면을 받았을 때 당연히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오래도록 사과를 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고. 덕분에 작가는 ‘미움’이란 화두를 진지하게 파헤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는 누군가를 미워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미움’이라는 감정을 억지로 감추거나 그런 마음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렇지만 작가는 “우리가 관계를 맺는 인간인 한 누군가를 미워하고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운명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깔끔하게 서로 미워하라”고 외친다. 그러한 ‘미움’이 어떤 심리인지, 철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 또 어떻게 작동하는지 역학관계도 깊게 살핀다. 그는 미움이 생기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분석하고, ‘미움의 감정을 품는 자기 정당화의 원인’을 분류한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예를 든다. 중요한 건 “미움이라는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속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미움의 감정을 침착히 살피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을 적당히 조절한다면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미움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것이다. 거기서 도망치지 않고 미워하고 미움받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싶다. 아무리 성의를 다하여 노력해도 미움받게 된다. 아무리 내가 좋아해도 상대는 나를 미워한다. 반대로 아무리 상대가 나를 좋아해도 나는 그(녀)를 미워한다. 이것이 거짓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속이지 말고 똑똑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략) 거기서 인생의 중한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202쪽)

작가는 “깔끔하게 서로 미워하라”고 외친다.사진=바다출판사 네이버 포스트
작가는 “깔끔하게 서로 미워하라”고 외친다.사진=바다출판사 네이버 포스트

 

미움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한국 사회

작가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는 이미 미움받는 데에 익숙하고 미워하는 대상을 솔직하게 대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광화문에서 길을 건너려면 시선을 견뎌야 한다. 광장에 텐트를 친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을 보고 그들이 자기편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않아야 한다. 눈을 마주쳤다간 그들이 맞았던 미움의 화살을 뽑아서 다시 내게로 쏠 수 있다. 그 화살 너머로 여러 나라의 국기가 보인다. 저들의 화살을 맞는 나는 저들의 적인가.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밉다. 그 누군가가 하는 일은 무엇이라도 반대를 한다. 그 누군가를 비판한다면 모두 내 편이다.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그 누군가가 정부라면 그 정부를 비난하는 다른 나라가 바로 내 편이다. 과연, 진짜 그럴까?

저자는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속으로 숨기지 말고 똑똑히 바라보라고 하지만 그 원초적 마음이 흘러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었다.

그렇다고 숨기기에는 곪은 상처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 오히려 어디를 도려내야 하는지 잘 볼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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