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리포트] '한식(韓食)의 전성기'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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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리포트] '한식(韓食)의 전성기' 맞고 있는 아르헨티나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 승인 2019.07.25 15: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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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입맛 고려한 세심한 레시피로 '취향 저격'...K팝, 한류열풍도 한식 일상화에 한몫

[오피니언뉴스=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 최근 들어 아르헨티나에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한식을 먹어봤다는 현지인들의 비율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맞춰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한식당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이민자들이 모여살던 지역에 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식당들이었다면, 최근에는 시내 중심가로, 또 현지인 입맛에 맞는 퓨전한식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 중 대표적인 식당이 바로 파송송과 나눔(Nanum)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가장 ‘힙’한 빨레르모(Palermo)지역에서 '레스토랑 안에 레스토랑', 그러니까 본 레스토랑의 휴점일인 월요일에만 '번개식'으로 손님을 받는 한국 레스토랑 나눔(Nanum)을 찾았다.

◆ SNS로만 홍보해도 빈 자리 없는 한식당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로만 홍보를 하는데도, 오후 10시 쯤 되면 이미 만석이라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아르헨티나의 저녁 식사시간은 9시경으로 우리보다 3시간 쯤 느리다.)

나눔의 내부. 현지인 요리사와 한국인 요리사가 함께 메인메뉴를 준비중이다. 사진=이정은 통신원

스스로를 비(非)전통적 한국음식점이라고 소개하는 이 곳. 안으로 들어가보니 어두 침침하면서도 오픈된 주방의 형태 때문인지 한국의 실내 포차 분위기도 나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시아 음식점 답게 곳곳에 아시아 컨셉의 인테리어 장식이 눈에 띈다.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금방 간소한 재활용 종이에 인쇄 된 한 장짜리 메뉴를 건냈다. 처음 메뉴를 힐끔 쳐다 봤는데, 도무지 정독하지 않고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요리들이 있었다.

독특한 재료들의 조합은 너무나 참신해서 맛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동행한 친구와 함께 제일 특이해 보이는 메뉴를 골랐다. 

바로 치즈와 무말랭이, 포도를 재료로 만든 요리 '스트라치아텔라 (Stracchitella:이탈리아식 버팔로유로 만든 치즈),  육회에 굴, 코코넛, 라임, 당근, 그리고 키누아를 넣어서 만든 메뉴와 채식쌈.

그리고 후식으로는 무엇보다 압권이었던 된장과 둘세데레체(Dulce de Leche: 라틴아메리카 식의 캬라멜 쨈)이 들어간 크렘 브륄레 (생크림베이스에 다른 재료를 넣고, 설탕 표면에 살짝 태워 내놓는 프랑스와 카탈란 지역에서 즐겨먹는 후식)를 주문했다. 

무말랭이, 포도, 스트라치아텔라 어우러진 에피타이저(왼쪽)와 볶은 가지와 버섯을 이용한 채식쌈. 사진=이정은 통신원

제각각 개성이 강해 어긋날 것만 같은 맛들이 그 고유의 오롯한 식감과 향기를 풍기면서도 조화로운 맛을 냈다. 특히 맵지 않은 쌈장이나 간장 양념을 이용한 것, 또 쌈 요리를 채식으로 대체한 건 현지인들의 입맛과 최근 늘어난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것 같았다. 

아시아의 식문화를 즐기다가 결국 일본, 한국여행까지 다녀왔다는 옆 테이블의 한 여자손님은 자신을 한국음식을 통해 한국영화, 한국 전통문화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나눔의 메뉴은 '이례적인' 퓨전이자 '엑설런트'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아르헨티나인 입맛에 맞는 한식& 퓨전 레시피

물론 나눔의 경우 ‘한국음식 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이 한국의 푸짐한 반찬 문화를 기대하고 온다면, 다소 실망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좋은 재료, 독특한 레시피를 통해 한식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음식이 매우 일반적인 이곳에서 현지인들이 선호할 만한 재료, 소스와 맛, 식감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맞춤형 레시피를 개발한 것이 결정적 성공의 요인일 것이다. 한국 음식으로서는 환골탈태나 마찬가지의 경험한 셈이지만, 로컬화에는 적중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K-Food'라는 이름으로 한식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소프트 파워로서 국가브랜딩을 시도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올해 새로 오픈한 ‘파송송’. 한국 분위기를 주는 아이템과 인테리어와 함께 메뉴는 직장인들을 위한 도시락, 한그릇 음식에 집중했다. 사진=이정은 통신원 

이미 미국시장이나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음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김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음식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세계화를 초월해 '한식의 일상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물론 한식의 인기는 한류 열풍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K팝 아이돌의 인기가 현지 주요 언론에 꾸준히 주목을 받고 기사화되는 동안, 한식의 인기도 계속해서 고공 상승 중이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안방’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스크린 속에서 주인공이 먹은 음식을 자신의 주변, 현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고, 파송송처럼 시내 중심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파송송의 경우 점심 시간대 직장인을 노리면서도 건강한 음식의 이미지를 살린 한국식 패스트 푸드 전략이 적중했다. '원조음식’을 초점을 맞췄던 이전에는 매니아 층이 주요 소비자였다면, 오늘날 한식은 현지 일반인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

이제 아르헨티나에서도 한식이 일상화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 이정은 아르헨티나 통신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 사회과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이민과 국경의 지정학 및 초국가적 농민운동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문학 번역에 도전해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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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wkskan 2019-07-28 22:41:08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