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리는 '지역화폐'...안산시 가맹점 1만2000여곳 '뜨거운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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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살리는 '지역화폐'...안산시 가맹점 1만2000여곳 '뜨거운 호응'
  • 임정빈 기자
  • 승인 2019.07.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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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대안화폐 개념, 국내에서는 복지 및 골목상권 활성화 목적
지자체 너도 나도 지역화폐 발행 경쟁...안산시 100억원 추가 발행도
청년기본소득 배당, 산후조리비 지원 등으로 수요층 다변화 노력

[오피니언뉴스=임정빈 기자] 최근 지자체마다 지역화폐 발행 경쟁이 뜨겁다. 명분은 지역 경제와 골목상권 활성화다. 지역화폐 가맹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안산시의 경우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 100여 일 만에 가맹점 1만 2000여 곳을 확보했다. 다만 유통 규모나 회수율로 봤을 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

사진=경기도청
사진=경기도청

 지역운동으로 등장한 해외 '지역화폐'...국내선 복지 개념 

외국에서 지역화폐는 법정화폐를 부정하지 않는 선에서 현행 통화금융제도의 부작용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지역운동으로 시작했다.

주로 중앙정부의 통화정책과 법정통화에 대한 불신으로 등장한 대안화폐 개념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도입됐다. 초기 지역상품권 형태로 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활성화 등 지역경제 순환의 목적이 강했다.

2000년도를 전후로 송파품앗이 상품권과 대전 한밭레츠 등이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건 이재명 현 경기도 지사가 성남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복지 정책 일환으로 추진했던 성남사랑상품권부터다.

이후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경기지역화폐를 31개 시ㆍ군에 확대 도입했다.

최근에는 지역화폐 발행에 소극적이었던 지자체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인천시의 '인천e이음화폐', 강원도의 '강원상품권'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시 또한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통과시키며 지역화폐 발행을 위한 채비를 갖췄다.

잘 나가는 '지역화폐'...경기도 31개 시군 모두 참여

지자체마다 지역화폐 발행 경쟁이 심상치 않다. 그중에서도 31개 시ㆍ군이 모두 참여하는 경기지역화폐가 대표적이다.

안산시는 22일 지역화폐 '다온'을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100억 원을 추가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는 가맹점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데이터드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안산시의 지역화폐 가맹점수는 1만 2475곳이다.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다. 그다음이 8728곳을 확보한 성남시이다.

성남시는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 10년 가까이 됐다. 안산시가 도입한 지 이제 막 100일을 넘긴 점을 고려하면 무서운 증가세다.

송해근 안산시 민생경쟁과 팀장은 "별도의 마케팅 팀을 꾸려 직접 매장을 방문해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들의 취지에 공감하신다. 최근에는 먼저 가맹점 등록을 문의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안산시가 이처럼 지역화폐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있다. 이곳에는 유독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많다. 관내에만 9곳이 위치해 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안양시의 경우 5곳이 입점해 있다.

특히 이마트 고잔점은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골목 상권이 활성화되기 힘든 구조다. 지역화폐 발행은 소상공인들에게 자립기반을 제공하고 재래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목적에도 부합하는 정책 수단이다.

 

매출 40% 차지하기도... 낮은 수수료에 상인들도 반겨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 활성화 정책을 상인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안산 시청 근처에 위치한 한 카페 사장은 "최근에 부쩍 지역화폐로 결제하는 손님이 늘었다.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날도 있다"며 "카드 수수료도 낮기 때문에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올해 소상공인 대상으로 개정된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는 매출 10억원 이하 매장 기준 1.4%다. 매출 규모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6%다. 반면 경기지역화폐의 카드 수수료는 0.02%에 불과하다.

물론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역화폐 가맹점 제한 요건으로 매출 규모를 따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기업 소유 매장이 아니라면 가맹 가입이 자유롭다. 

시민 입장에서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경기지역화폐의 할인율은 6%다. 100만원 상당의 화폐를 94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소득공제율도 최대 30%에 달한다.

경기지역화폐를 자주 사용한다는 한 주부는 "아이들 학원비를 지불하거나 미용실을 가는 데 주로 이용한다"며 "사용처도 다양하고 할인까지 받을 수 있어 앞으로도 애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지역화폐 가맹을 기념하고 있는 안산시 부시장(왼쪽)의 모습. 사진=안산시청
지역화폐 가맹점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이진찬(왼쪽) 안산시 부시장. 사진제공=안산시청

청년수당, 산후조리비 지원도 지역화폐로

'지역화폐' 수요층의 다변화를 위한 정책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3년 이상 경기도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청년기본소득배당 명목으로 분기당 25만원씩 1년에 총 100만원을 지급한다.

거주지 요건 외에는 다른 자격 제한이 없다. 상대적으로 지역화폐에 관심이 적은 청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이다.

반응도 좋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대학생 이 씨(26)는 "등본만 제출했을 뿐인데 얼마 전 지역화폐로 25만원을 받았다"며 "평소에 전통 시장에 가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시장에 위치한 맛집을 찾아 지역화폐로 결제했다. 돈도 받고 골목상권도 살리고 정말 일석이조였다"라고 전했다.   

청년 수당 외에도 경기도는 1년 이상 거주한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산후조리비 지원금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제공하고 있다.

◆ 관(官)이 주도하는 '지역화폐'... 민·관 협력이 중요

해외 지역화폐 활용 우수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브리스톨파운드가 있다. 2012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브리스톨파운드는 영국에서 가장 활용범위가 큰 지역화폐다.

브리스톨파운드는 민간 차원의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다. 한국의 사회적기업과 유사한 형태인 지역공동체 기업 CIC(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운영한다.

이를 브리스톨시에서 적극 지원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지역화폐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관(官)'이 주도한다. 소상공인들은 지역화폐 활성화나 홍보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다.

김병조 경기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뿌리 민주주의 차원에서 정부뿐 아니라 주민, 소상공인,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등 모두가 모여 논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화폐는 중장기적으로 시민사회가 주도해야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지역화폐가 활성화 됐을 때 불공정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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