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오르는데 금리는 떨어지고'…대출 받아 집 살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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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오르는데 금리는 떨어지고'…대출 받아 집 살까, 말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22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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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로또분양 기대감 속 '전세 선호 현상' 가능성 높아
금리인하 미분양 우려 해소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세입자와 집주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가운데 세입자와 집주인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1.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엄모 씨(37). 이달 초 전세 계약이 끝나자 집 주인은 3억원이던 보증금을 8000만원 올려주던가 아니면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 80만원의 반전세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민 끝에 엄 씨는 가격이 맞는 인근 빌라에 전세로 들어가기로 했다. 8000만원 보증금을 올려주는 것도, 월세 80만원을 내는 것도 모두 부담스러워서다.

#2. 서울 옥수동에 아파트 한 채를 전세 놓고 있는 김모(62세) 씨. 이달 초 계약이 끝난 전셋집을 반전세로 돌리려 했다. 하지만 입주민의 부탁에 보증금을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고 재계약을 했다. 주변시세보다 쌌지만 6년째 별탈 없이 거주한 세입자와 관계를 생각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1%대 저금리 시대에 손해를 감수하면서 내린 안정적 결정이다. 

◆금리인하, 고민 깊어지는 집주인과 세입자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엄 씨와 같은 세입자와 김 씨와 같은 집주인 모두 고심에 빠졌다. 

엄 씨의 경우 2년 만에 8000만원을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요구가 야속하다. 8000만원이면 매월 333만원씩 2년을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유치원생 자녀 한 명을 둔 평범한 직장인인 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다.

엄 씨는 "갑자기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빠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변에 월세나 반전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 영향인지 전세도 가까스로 구했다"며 허탈해 했다.

엄 씨가 오금동 아파트의 전세계약을 체결할 당시(2016년 7월1일 기준) 기준 금리는 1.25%였다. 이후 2017년 11월30일 기준금리는 1.50%로 올렸고 다음해 같은 날 1.75%로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기준금리는 다시 1.50%로 내렸다.

엄 씨가 거주한 기간만 따지면 기준금리는 2년간 0.5%포인트 오른 셈이다. 단순히 금리 0.5%가 올랐을 뿐인데 전세보증금 8000만원은 너무 과하다는 게 엄 씨의 말이다. 집주인인 김 씨는 2년 만에 수천만원의 보증금을 올리는 건 기대수익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김 씨가 세입자와 최초 계약을 체결했던 2012년 당시 기준금리는 3.0%였다. 당시 2억원에 전세를 준 김 씨가 기대할 수 있는 이자수익은 600만원이다.(2억원X3.0%) 하지만 2년 뒤인 2014년 김 씨의 이자수익은 400만원으로 떨어졌다.(2억원X2.0%) 당시 기준금리는 연 2.0%까지 낮아졌다. 결국 김 씨는 기대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보증금을 올려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보증금을 올려도 예전만큼 손에 쥐지 못한다"며 "주변에서 반전세로 전환하라고 조언해 그렇게 하려했지만 그마저도 (세입자와) 오래 알고 지낸 정 탓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후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지 여부를 두고 세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발표 후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지 여부를 두고 세입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출 받아 집살까

금리인하 소식에 대출 받아 집을 살까라는 고민은 세입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전세를 살고 있는 집을 내 집으로 만들기 위해 추가 비용은 얼마나 들까. 서울의 경우 3억8000만원 가량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3배나 많은 비용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은 3억8421만원으로 전국 평균 1억2620만원보다 3배 이상 높다.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이란 세입자가 같은 지역의 아파트를 매매로 전환할 때 2년 전 보증금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가격을 의미한다. 

올 하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전환비용은 지난해 9·13대책 이후 금액인 1억3352만원(11월 기준)과 비교하면 732만원 줄어들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 들어 0.04% 하락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및 세금 규제와 입주물량 증가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대 변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 여부다. 분양가상한제를 중심으로 한 추가 종합대책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아파트값 변화 역시 정체될 전망이다. 더불어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인기 지역 '로또 분양'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이를 기다리고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실수요자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리브온 제작부서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확대되면 시세보다 저렴한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며 "분양을 받기 위해 전세를 유지하려는 '전세 선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금리 인하로 자본조달 비용은 낮아졌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매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언급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심리가 조성돼 주택 보유자는 매물을 내놓지 않고, 구매 희망자는 청약을 고려해 매수에 나서지 않아 전세지수의 상승폭이 매매지수보다 높은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금리인하가 미분양 우려를 덜어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금리인하가 미분양 우려를 덜어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 금리인하 미분양 우려 덜어낼까

금리인하가 미분양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은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9월 이전에 밀어내기식 분양이 쏟아져 미분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9월 이전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프로젝트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다보니 건설사들이 공격적으로 사업계획 승인 후 밀어내기 분양을 할 가능성도 있어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강하게 시사되면서 2007년 1월과 비슷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당시와 달리 금리가 인하돼 미분양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 1.11대책 이후 2007~2009년 평균 분양물량은 24만6000호로 직전 2006년 전체 분양물량 24만3000호와 비슷한 규모로 물량이 많았다. 

성 연구원은 "2007년과는 달리 2019년은 저금리기조에 따라 부동산 미분양 물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2007년 당시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분양 등의 환경과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미분양 물량은 2005년 말 5만7000호였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된 후 2007년 말에는 11만2000호로 2년 동안 두배 가까이 늘어났
다.  

성 연구원은 "7월 현재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하향추세에 있고 기준금리 역시 하향하고 있다"며 "2007년과 반대로 금리 인하 추세, 저금리 기조가 예상돼 미분양이 현재 6만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저금리 기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대출부담이 경감돼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율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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