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㉑ MB정부 외교부 들러리 선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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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㉑ MB정부 외교부 들러리 선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 사기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21 12: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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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자원개발’ 정책 기조에 외교부까지 지원 사격
4억2000만캐럿 규모 주장했지만 모두 허위로 드러나

 

사진=SBS보도화면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 그해 4월 증권감독원(금융감독원의 전신)은 최초로 상장기업의 내부자거래를 적발했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금융감독원이 얼마 전 펴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는 자본시장 30년의 역사를 담았다. 금융감독원의 도움과 다방면의 취재를 통해 30년간 적발된 불공정거래 주요사건을 정리한다. 이 연재 시리즈의 목적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일조한다는 데 있다. [편집자 주]

CNK가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전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세 배에 달하는 4억2000만 캐럿 규모의 대형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확보했다.

- 2010년 12월 17일 외교부 보도자료 -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이 보도자료가 배포되자 전일 3400원에 머물렀던 CNK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11일에는 장중 최고 1만8000원까지 오르며 4배 이상 치솟았다. 2010년 기준 매출 53억원, 영업적자 49억원을 기록한 업체의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사건은 사기로 밝혀졌다. 외교부의 보도자료는 근거없는 주장에 불과했다.

2010년 12월 17일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사기업인 CNK마이닝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진=YTN보도화면

◆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호재로 자금 조달 후 횡령

사기사건의 주범인 오모씨는 2006년 CNK마이닝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다이아몬드 탐사 사업을 진행해왔다. 예상과 달리 탐사 작업은 지지부진하게 이뤄졌고 개인적으로는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돌파구로 생각한 것이 상장사를 통한 자금 조달이었다. 이후 기업가치가 크지 않은 코스닥상장사를 물색해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아 M저축은행으로부터 인수 대금을 빌렸다.

오씨는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자 회사 이름을 CNK로 개명했다. 이어 2009년 2월 회사 차원에서 카메룬의 CNK마이닝의 지분 15%를 78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CNK마이닝은 당시 카메룬 요카도우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다이아몬드 광산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실시되지 않아 매장량을 산정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통상 매장량은 부존 확실성에 따라 ▲확정매장량 ▲추정매장량 ▲예상매장량 ▲잠재부존량 등으로 구분하는데 CNK마이닝의 탐사 수준은 잠재부존량에 해당했다. 또 탐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씨는 2009년 1월 광산의 다이아몬드 추정 매장량이 4억2000만캐럿이라는 탐사 보고서를 작성해 외부평가기관인 S회계법인에 제시했다. 그 결과 CNK마이닝의 기업 가치는 최소 487억원에서 최대 632억원으로 평가됐다. 이 가운데 CNK의 CNK마이닝 지분 취득 공시는 마치 CNK가 사업성있는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보였다.

CNK가 지분 취득을 위한 13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자 일반투자자로부터 56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오씨는 이중 78억원을 CNK마이닝에 입금한 뒤 이를 바로 횡령, M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상환했다. 즉 허위 사실을 유포해 코스닥상장사 CNK를 거의 무자본으로 인수하는 한편 CNK마이닝을 계열회사로 등록한 것이다.

◆ 외교부 차원에서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보도자료 배포

앞서 오씨는 2000년~2001년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두 차례의 발파 작업을 실시했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평균품위(표본 1세제곱미터 내에 존재하는 다이아몬드의 양)는 세제곱미터(㎥) 당 0.022캐럿에 불과했다. 4억2000만캐럿이라고 발표한 탐사보고서 상의 평균품위(㎥ 당 0.364캐럿)의 6% 수준이었다.

만약 이 내용이 담긴 매장량 추정 보고서가 외부에 공표되면 주가가 폭락하는 건 예견된 수순이었다. 오씨는 보고서를 철처지 은폐하면서 매장량이 과장된 탐사보고서의 내용을 언론보도에 활용했다.

CNK마이닝 탐사보고서 내 다이아몬드 사진. 사진=YTN보도화면

2010년 5월에는 정부의 핵심인사를 단장으로 한 민관합동대표단이 카메룬을 방문하기도 했다. CNK마이닝의 광산 개발권 취득을 위한 지원사격이었다.

마침내 7개월 후 카메룬 대통령 담화문을 통해 CNK마이닝이 모빌롱 지역 236제곱킬로미터(㎢)에 대한 채궐 허가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회사는 이 역시 홍보를 위한 보도자료에 활용했다. 자료는 특히 ‘4억2000만캐럿’이라는 매장량을 강조했다.

특히 외교부 또한 CNK마이닝의 보도자료를 활용, 부처 차원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가 자원개발을 주요 정책기조로 삼고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외교부가 사기업의 성과를 홍보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다.

외교부 보도자료가 발표된 2010년 12월 17일 이후 CNK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 허위 정보로 주가 부양 후 매도…부당이득 취득

금융감독원이 CNK의 불공정거래 조사에 착수한 건 2011년 3월부터였다. 외교부의 발표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자 일반투자자들은 금감원과 한국거래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마침 거래소는 금감원 측에 CNK의 미공개정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혐의 계좌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CNK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 회사 관계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악해나갔다. 주요 내용은 오씨가 코스닥상장사를 인수한 과정부터 4억2000만캐럿의 막대한 매장량을 추정한 탐사보고서의 신뢰성 여부, 보고서 은폐 경위 등이었다. 조사 결과 오씨가 다이아몬드 관련 허위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부양한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수법 등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듬해 1월 오씨와 CNK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1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폭락, 같은해 3월에는 1000원까지 하락했다. 결국 2015년 5월 회사는 결국 상장폐지 절차를 밟았다.

◆ 항소심서 불공정거래 혐의 유죄 판결

특히 오씨는 검찰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뒤에도 2년간 카메룬에 머물면서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다 2014년 3월에야 자진 귀국,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되면서 구속 수감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5년 1월 1심 선고에서 오씨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던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CNK가 사전에 발표한 다이아몬드 생산 계획을 지키지 못했지만 CNK 측이 매장량을 일부러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금감원의 조사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2심 판결에서는 오씨의 부정거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지역 탐사보고서를 토대로 추정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마치 객관적·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오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17년 6월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한편 외교부에서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데 따라 당시 외교부 에너지대사였던 김모씨는 오씨와 공모한 혐의를 받기도 했다. 다만 감사원을 비롯한 법원에서 모두 무죄로 결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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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후 2020-07-15 22:17:48
당시-주주들은 따로 사이트와 카페까지 만들어서.....근근히 희망을 나누면서 의견나누던 기억이 나네요....에휴...왜 개미들만 피해를 보는 결말인가요...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