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쓸어올리 듯 계면쩍게 스며든...‘타다’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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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쓸어올리 듯 계면쩍게 스며든...‘타다’ 어이할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1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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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석권 우버·그랩·올라 있는데... 韓 왜 안될까
우버 기업가치 80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관련 업계 반발과 강도 높은 규제에 발목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경쟁력 갖춘 현지 업체들 약진
타다 로고를 새긴 승합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국내 택시 업계와 차량 플랫폼 운수 사업자 간 지난한 상생 논쟁이 벌어진 동안 전 세계 차량공유사업은 사업성과 가치를 인정 받으며 유망사업 분야로 급성장 중이다.

우버, 그랩, 올라 등 주요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에 연이어 성공했고, 국내 기업 역시 국외 유망 국외 업체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차량공유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18일 KDB산업기술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SK는 그랩(싱가포르)에, 미래에셋은 디디추싱(중국)에 2000억원대 규모의 직접 투자를 이미 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선 차량공유 사업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차량공유사업 글로벌 1위 우버는 이미 수년 전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이후 등장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1위 우버는 2015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사진=pixabay.com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 1위 우버는 2015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사진=pixabay.com

◆우버는 왜 한국에서 실패했나

글로벌 업계 1위 우버는 2014년 우버코리아를 설립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영업망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각종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에 결국 한국 철수를 결정했다.  

2014년 12월 우버X 서비스가 본격화하자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은 "해외대기업인 우버가 대한민국 법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택시 업계는 사업용 자동차로 등록되지 않은 차량으로 돈을 받고 운송을 해주는 행위를 금지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를 근거로 우버가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규제도 택시사업자 손을 들어주고 우버 퇴출에 일조했다. 서울시는 우버코리아를 사정 당국에 고발 조치했고, 서울시의회는 불법 택시 영업행위를 신고하면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우버는 "현행법상 관련 법규가 모호하다"며 "명확한 규제 정의를 내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규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포상금을 노린 신고에 당할 재간이 없었다. 결국 우버는 한국 진출 1년여 만인 2015년 3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올 초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카카오카풀은 6개월이 지난 현재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올 초 택시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카카오카풀은 6개월이 지난 현재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규제 틈새시장 노렸던 카풀의 몰락

우버X를 가로막았던 여객자동차법 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자가용 차량으로도 유상 운송이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카풀'은 우버와 같은 방식으로 영업할 수 있는 셈이다.

이 틈을 노려 2016년부터 국내에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이 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와 같은 해 8월 시작한 '럭시'가 대표적이다. 두 업체 모두 1년 새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럭시와 풀러스는 이 기간 각각 77만명과 350만명의 누적이용자를 기록한바 있다. 

문제는 '출퇴근 때'라고 규정한 법규의 해석이었다. 풀러스는 이용자가 자의적으로 출퇴근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택시 업계는 사실상의 택시와 같은 상시 영업 활동이라고 반발했고, 서울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김태호 당시 풀러스 대표는 201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풀러스는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럭시는 2017년 11월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카풀 서비스를 내놨지만 올 초 택시기사 2명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택시 업계의 극렬한 반대와 논란만 낳은 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더욱이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택시와 플랫폼 운수사업자 간 상생안에서도 카풀 관련 대책은 빠져 있어 카풀 사업은 앞으로 상당 기간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풀과 관련해 진전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위법과 탈법 사이'...파고든 타다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규제의 높은 벽에도 스타트업 업체는 지속적으로 차량공유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타다의 서비스가 시작됐다. 타다는 6개월여 만에 약 60만명의 회원 수를 확보했고, 현재 1000여대가 넘는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특히 타다의 재탑승률이 90%에 육박하면서 업계에선 '타다를 한 번도 안 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탄 사람은 없다'라는 말까지 나돌정도로 폭발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택시 업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34조 '자동차 대여 사업자로부터 자동차를 임차한 사람이 유상으로 그 자동차를 이용해 운전자를 알선하지 못한다'는 규정과 앞서 언급한 이 법 81조를 근거로 타다와 첨예하게 대립했다. 

타다는 이 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을 들어 불법 영업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예외 규정은 11인승 이상 그리고 15인승 이하의 승합차의 경우 자동차 대여 사업자로부터 빌려서 그것을 유상 운송에 이용하는 것에 예외를 적용하고 있다. 

택시 업계는 시행령이 11~15명의 중소 규모의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예외 규정을 둔 것인데 타다가 법의 헛점을 파고들어 일종의 탈법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여기에 요금도 문제가 됐다. 택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상 공공요금으로 분류돼 있다. 공공요금이 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임의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 

택시와 반대로 타다는 공공요금이 아니다. 때문에 유연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가격 경쟁에 있어 택시 업계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재웅 타다 대표는 17일 국토부의 발표에 대해
이재웅 타다 대표는 17일 국토부의 상생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플랫폼 사업자 집단 반발 "상생안, 택시업계의 완승"  

국토부는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플랫폼과 택시의 혁신적인 결합을 통해 국민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택시업계의 사실상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차량을 소유해야 하는 점과 기사는 택시기사 자격보유자만 가능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타다 운영사 VCNC 이재웅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기존 택시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향후 기존 택시 사업과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을 포함해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규제혁신과 변화의 기제가 만들어졌다"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실무기구를 통해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협회 중 하나인 코스모 역시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이번 방안으로 혁신과 상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빌리티 플랫폼 운송사업에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해놓고 대여차량을 못하게 막은 것은 문제"라며 "또 허가 총량을 이용자 수요와 택시 감차추이 등을 고려해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발표 과정에서 택시 감차 대수 이하로 허용한 것은 기존 약속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코스포는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논의해온 것과 다른 조건을 내놨다"며 "이는 플랫폼 운송사업의 존립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힘주어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의 없는 일방 통행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면서 "혁신 기술로 새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규제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그랩 홈페이지
차량공유 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그랩 홈페이지

◆폭풍 성장 중인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2008년 세계 1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탄생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우버는 현재 전 세계 600여개 도시에 진출해 약 1만5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우버의 기업가치는 700억달러(한화 약 78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치 700억 달러를 넘는 기업은 없다. 

동남아시아는 그랩이 석권하고 있다. 그랩은 지난해 3월 우버의 동남아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동남아에서 가장 큰 운송 네트워크 제공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감보디아 등 동남아 8개국 225개 도시에서 승용차와 오토바이, 택시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인도에서는 인도 토종 업체 올라가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올라는 교통 환경이 열악한 인도의 현실을 감안해 시간 당 대여, 1일 렌탈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도입했다. 또 인도의 가장 유용한 교통 수단인 오토 릭샤(소형 엔진을 단 3륜차) 기사에게 일찌감치 면허를 허용했다. 

중국에선 디디추싱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중국내 이용자수는 5억5000만명을 넘어섰으며 하루 승차횟수는 3000만회에 달한다. 또 해외 업체와 제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크게 높이고 있다. 

디디추싱의 성공 비결은 단연 협업이다. 140만대 현지 택시를 플랫폼 안으로 끌어 들이면서 택시 호출에 따른 수수료를 택시기사들에게 받지 않았다. 오히려 3~5위안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택시 사업자들도 디디추싱의 콜서비스를 이용해 배차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등 플랫폼 상 금융 서비스를 결제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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