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택시 상생길 열렸지만…커지는 '붉은 깃발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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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택시 상생길 열렸지만…커지는 '붉은 깃발법' 우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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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운송사업 하려면 기여금 내야...차도 직접 소유, 기사는 택시자격 필요
높아진 진입장벽..."자본력 없으면 진입 자체가 어려워"
"택시 감차 부담, 정부·지자체에서 플랫폼 업체로 전가" 비판
1865년 영국에서 시행된 '붉은깃발법'에 따라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의 속도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worldpress.com
1865년 영국에서 시행된 '붉은깃발법'에 따라 기수가 붉은 깃발을 들고 자동차의 속도를 통제하고 있다. 사진=worldpress.com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에서 유독 발전하지 못한 산업이 있다.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핵심은 일자리 보호 등 기득권 지키려는 쪽과 혁신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쪽의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동차가 발전하면 기존 마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졌고, 정부는 마부들의 일자리 등을 지키기 위해 규제를 만들었다. 이른바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이다. 

1865년 만들어진 이 법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한 대의 자동차에 운전수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의 운전수가 있어야 하며 기수는 낮에는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55m 앞에서 자동차를 선도해야 한다. 또 ▲최고 속도는 시내에서 시속 3.2km, 시외에선 시속 6.4km로 제한한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붉은 깃발을 흔들며 달리는 마차의 꽁무니를 쫓고 있는 자동차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붉은 깃발법'은 교단에서 시대에 뒤처진 입법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단골 손님이 됐다. 

17일 정부가 택시와 타다 등 플랫폼 운수 사업자 간 상생안을 발표한 가운데 상생안에 플랫폼 사업자에 택시 감차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정부가 택시와 타다 등 플랫폼 운수 사업자 간 상생안을 발표한 가운데 상생안에 플랫폼 사업자에 택시 감차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연합뉴스

택시·타다 상생안, 플랫폼 사업자에 감차 부담 전가 비판

10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혁신 플랫폼을 표방한 타다와 택시 업계의 갈등이 그 주인공이다. 

17일 정부는 '택시와 타다 등을 필두로 한 플랫폼 사업자 간 상생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혁신 택시 플랫폼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며 합법화하는 동시에 기존 택시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일정 금액의 기여금을 내도록 했다. 정부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기존 택시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혁신 플랫폼에서 걷은 돈을 택시 감차 사업에 보태는 동시에 기존 택시가 안고 있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정부로선 '도랑치고 가재잡기' 식의 묘수인 셈이다.

하지만 애초 포화상태인 택시 면허의 회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었던 걸 감안할 때 이번 상생안이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일정 부분 택시 감차의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운수사업자로서 초기 부담해야 하는 높은 비용이 새로운 진입장벽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플랫폼 운수사업자로서 초기 부담해야 하는 높은 비용이 새로운 진입장벽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높은 비용 부담, 상생 아닌 新진입장벽 우려

플랫폼 운송 사업자와 택시 사이 상생의 길을 열겠다는 취지와 달리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게 새로운 진입장벽이 됐다는 볼멘 소리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운송 사업자에게는 초기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높게 설정되는 등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다.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차량 1대당 월 40만원 수준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서울 개인택시 면허 프리미엄이 7500만~80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한 액수다. 1000대가량의 차량을 운영하는 타다의 경우 일시납으로 750억~800억원, 월 분납으로 매달 40억원 가량의 기여금을 납부해야 제도권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기여금 뿐만 아니라 차량도 새로 다 사야 한다. 국토부는 렌터카를 이용한 타다의 기존 영업 방식을 불허하고 직접 소유 방식으로 영업하도록 했다. 타다 기준으로 지금 운행 중인 1000대만 따져도 대량 300억원이 필요하다. 

기사도 택시 면허 소지자로 바꿔야 한다. 현재 타다에서 일하고 있는 기사 역시 상생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입법화되기 전에 택시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기사를 택시 면허를 가진 인력으로 바꾸려면 적잖은 추가 비용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번 개편안이 자금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이 시장 장악을 목표로 할 때에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신생벤처 업체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반면 국토부는 "엄격한 면허제도와 규제를 받아온 기존 택시와 형평성을 감안해 플랫폼 사업자도 최소한의 책임과 기여를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하면서 "구체적 사회 기여금 규모와 납부 방식은 하반기 중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택시와 플랫폼 운수 사업자 간 상생안으로 카카오T와 카카오카풀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연합뉴스
택시와 플랫폼 운수 사업자 간 상생안으로 카카오T와 카카오카풀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연합뉴스

희비 엇갈린 카카오T와 카카오카풀

이번 개편안은 가맹사업형 서비스의 경우 규제를 완화해 사업 활성화의 길을 열었다. 이미 택시 사업자와 손잡고 가맹사업형 택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카오T'와 '웨이고 블루'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은 가맹사업자의 면허 대수와 기준을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 또 외관 및 요금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향후 연계 사업을 펼치기 용이한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택시 호출앱 '카카오T'는 이번 개편안으로 중개 플랫폼이 신고제로 전환되면서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게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으로 제도권 안에서 서비스를 할수 있게 돼 그간 제기됐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올 초 택시기사 2명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극한의 대립과 논란을 낳았던 카풀사업 재개 여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빠져 여전히 사업 재개 여부는 안갯속에 있다. 

카카오는 1월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이후 현재까지 '개점 휴업' 상태다. 당시 택시·카풀 대타협기구는 출퇴근 시간에 한 해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출퇴근 시간에 대한 개념의 모호성 등 다양한 이유와 크게 낮아진 사업성 탓에 카풀서비스는 답보 상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풀 서비스와 관련해 여전히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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