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딜라이브, KT가 포기하면 1.3조 대출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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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딜라이브, KT가 포기하면 1.3조 대출금 어쩌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15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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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유료방송 합산 규제 존폐 결정 못해…KT, 딜라이브 인수 차질
딜라이브 1조3천억 규모 대출, 이달 말 만기 도래
업계, 딜라이브 가치 CJ헬로 절반 수준 5천억~6천억 예상
KT의 종합뉴선방송업체 딜라이브 인수 작업이 합산 규제 등에 발목 잡히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의 종합뉴선방송업체 딜라이브 인수 작업이 합산 규제 등에 발목 잡히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종합유선방송업체 딜라이브(옛 씨앤앰)의 매각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론 내지 못하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인 KT의 딜라이브 인수 포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합산 규제에 발목 잡힌 KT와 딜라이브

KT는 그동안 국내 케이블TV 점유율 3위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유료방송 합산 규제(이하 합산 규제) 부활 가능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산 규제가 부활하면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는 점유율 33% 제한을 받아 유료방송 시장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를 할 수 없다. 

합산 규제란 1개 사업자가 위성방송, 케이블TV, IPTV를 합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취지로 2015년 6월 '3년 일몰' 조건으로 법이 통과됐다. 

문제는 국회에서 합산 규제 존폐 여부를 여전히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 2소위에서 결론을 낼 계획이었지만 논의는 또다시 한 달 연기됐다. 

국회가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 KT가 딜라이브 인수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국회가 합산 규제를 폐지하더라도 추후 규제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KT가 인수 추진에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5일 KT 관계자는 "(인수와 관련해) 채권단과 추가적인 논의가 없는 건 맞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KT의 딜라이브 인수 포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의 딜라이브 인수 포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묶인 돈 1조원'에 골머리

딜라이브 매각이 흐지부지되면서 은행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는 2007년 딜라이브 지분을 인수하면서 은행에 돈을 빌렸다. 이후 2015년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2016년 7월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 21개 회사로 꾸려진 채권단이 KCI의 채무를 인수해 2조2000억원 중 8000억원을 출자하고 남은 대출금 1조3600억원의 만기를 3년 연장하는 채무재조정에 합의했다. 은행별로 대출 규모를 살펴보면 2015년 KEB하나은행이 4300억원, 신한은행이 3800억원, KB국민은행이 1200억원을 투입했다. 이 합의로 딜라이브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넘겼지만 경영권을 넘겨 받은 채권단은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시간은 채권단의 편이 아니다. 대출 만기가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딜라이브의 기업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딜라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5508억원, 영업이익은 539억원이다. 전년보다 각각 8%와 31% 쪼그라든 수치다. 순이익은 9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96%나 감소했다. 

여기에 업황도 좋지 않다. 2015년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당시 인수대금은 약 1조원 규모였다. 하지만 올 2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품으면서 낸 인수 가격은 8000억원 수준이다. 유료방송시장이 IPTV로 재편되면서 케이블TV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이 인수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딜라이브의 인수가격은 CJ헬로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딜라이브의 케이블TV 가입자 수는 약 240만명으로 CJ헬로의 50% 정도다. CJ헬로보다 디지털 가입자 비중이 높다고 하더라도 8000억원을 넘는 인수가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합산 규제와 가입자 수 감소세 등 악재를 감안할 때 딜라이브의 매매가는 5000억~6000억원 선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복수의 은행권 채권단 관계자는 "딜라이브 매각 작업과 관련해 말 한 마디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 조심해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 뒤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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