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반작용...낸드‧D램 현물가 가파른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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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출규제 반작용...낸드‧D램 현물가 가파른 상승세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1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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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개선 이어질까
日 수출규제에 낸드‧D램 현물가격 반등
낸드 업체 줄줄이 ‘감산’…가격 반등 기대
반면 D램 수급 개선 요원…업황 개선 지연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이달 들어 메모리반도체 현물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다. 이는 한‧일 간 무역마찰이 심화되자 공급 차질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낸드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감산까지 겹치며 업황 회복까지 기대되고 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D램 업황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 제품 DDR4 8기가비트(Gb)는 지난주 종가 3.26달러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7.6% 상승한 수준이다. 낮은 사양 제품인 DDR3 4Gb 또한 일주일 전보다 12.7% 오른 1.6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또 낸드 제품 중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이동식저장장치(USB)드라이브 등에 사용되는 64Gb 멀티플 레벨 셀(MLC) 현물가격의 지난주 종가는 2.42달러로 전주보다 2.8% 올랐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력 낸드 제품인 트리플레벨셀(TLC)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 日 수출규제에 매수 문의 늘어

이처럼 가격이 반등한 건 지난 4일부터 일본의 한국향(向)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단행되면서부터다. 앞으로 일본 기업이 한국 측에 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세 제품을 수출하려면 기존 ‘포괄허가’ 방식이 아닌 계약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포괄허가 때는 제출서류가 3개에 불과하고 한 번 허가를 받으면 3년동안 재신고가 필요없었다. 그러나 개별허가로 바뀌면 제출서류가 7개로 늘어나 까다롭고 3개월에 한번씩 수출한 물품의 행선지까지 파악해 신고해야 한다. 행선지에 따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고 이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도 가능해진다. 우리 기업이 투명하게 행선지 등을 제출해도 일본 정부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공급 차질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재고를 축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물가격 반등이 고정거래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현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하지만 통상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통한다. 즉 현물가격이 강세로 돌아선 데 따라 고정거래가격의 상승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선 업황 개선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감산 등 불확실성 요인이 늘어난 탓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재고 수준을 감안했을 때 현물가격 상승이 다음달 고정거래가격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한‧일 간 갈등을 이용한 현물시장 딜러들이 호가를 조정하면서 지난주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변화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 “3분기 낸드 가격 반등 가능”

그럼에도 낸드 시장의 경우 업황 개선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외에도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잇달아 감산에 나서면서 공급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떄문이다. 그간 낸드 가격을 끌어내렸던 공급 과잉 현상이 약화된다면 추가적인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낸드 시장점유율 4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감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낸드 웨이퍼(Wafer) 투입량을 5% 줄이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 3분기(3월~5월) 실적 발표에서는 투입량을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3개월 만에 감산폭을 추가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5위 업체인 SK하이닉스 또한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낸드 전용 생산 공장인 청주 M15 가동을 늦추는 등 웨이퍼 투입량을 10%까지 축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생산 라인 최적화(Optimization)’를 언급, 감산 가능성을 열어뒀다.

2위 업체 도시바 역시 자의는 아니지만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시장점유율 3위)과 조인트벤처(JV)로 운영하는 욧카이치 낸드 공장에 지난달 정전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정상 수준의 생산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 이상의 전공정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9월부터 출하량이 감소할 전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공급은 공급 업체의 가동률 조정과 도시바의 정전 사고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수요는 지난 2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낸드 수급 여건이 개선되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 사안까지 발생했다”며 “낸드 가격은 기존 전망보다 빠른 3분기 중에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D램 업황 회복 지연…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우려도 

반면 낸드와 달리 D램의 경우 현물가격 반등으로 업황 개선까지 점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D램 가격이 상승했으나 수급 측면에서 개선 요인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지 않는 데다 수요 회복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4위인 대만 업체 난야(Nanya)는 지난 10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PC‧모바일 D램 시장 전망은 양호하다고 판단했으나 서버 D램 시장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바라봤다. 당초 시장에서는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이끌었던 서버 D램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본 수출규제가 D램 공급 차질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에 차질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관련 우려가 현물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면서도 “해외 공장으로 우회 수출을 하거나 일본의 수출 승인이 원활해진다면 다음달 이후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D램 업황 개선이 가시화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하반기 실적도 우려된다. 이들 업체의 전체 실적에서 D램의 비중이 절대적인 반면 낸드의 비중이 미미한 탓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2분기까지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D램 업황 회복 전까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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