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인플레이션을 추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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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인플레이션을 추억함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19.07.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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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초읽기...호주 중앙은행 스타트
뉴 노멀시대, 저물가 상황에 고민빠져...미래 소비 당기는 효과 없어져
인플레이션 시대 저무나...금리 낮추는 논리, 디플레 방지를 위한 시대로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 미국 연준(Fed)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구체적인 시기와 그 폭을 어느 정도로 할 지에 대한 선택일 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 자체는 사실상 완료형에 가깝다(실제 이미 경기 상황이 상대적으로 급박했던 호주는 선진국들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7월에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기가 좋지 않거나 추후에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그렇고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호주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처럼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거나 준비하는 가운데 그 이유로 내세우는 근거들 가운데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바로 물가가 중앙은행들이 생각하는 수준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들 가운데는 너무 낮은 물가 여건이 분명히 포함됐다.

낮은 물가 염려하는 시대로 접어들어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물가 문제를 인식하는 경로는 물가가 너무 상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 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각종 미디어에서 시장이나 백화점을 돌며 물가가 올라 살 것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보도하는 관행 아닌 관행 역시 그 기저에는 물가는 낮게 유지해야 한다는 바람이 담겨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물가 상황은 과거와 같이 높은 물가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물가를 염려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독자 여러분들은 자칫 오해를 할 수 있다. 물가가 낮게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과연 무슨 문제이길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이유로 저(低)물가 상황이 거론되느냐는 것이다.

필자는 바로 이 부분을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물가안정과 보통 경제 주체들이 생각하는 물가안정의 ‘뚜렷한 차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이 같은 차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추진 중에 있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폭에 대한 전망이나 성격 규정 역시도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보통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웠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빵을 하나 구입하기 위해 수레로 돈을 날라야 했던 '하이퍼 인플레이션 시대'를 묘사하는 삽화나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념이다.

그러나 이처럼 부정적인 내용 일색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교과서 말미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물가가 적절한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하고, 이러한 기대가 형성된다는 것은 기업들에게는 향후 열심히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다소 긍정적인 묘사도 나온다.

좀 더 논의를 확대해서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적절히 가격이 상승한다는 기대는 ‘오늘 해야 할 소비를 내일로 미루지 않는’ 유인을 제공한다. 물가안정이 무조건 높은 물가를 낮게 유지하기 보다는 ‘적절한 정도로 물가가 상승은 하지만 너무 높은 물가는 안 된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최근 낮은 물가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높게 나오고 있지만 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금리인하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 사진=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은 최근 낮은 물가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연일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높게 나오고 있지만 물가가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금리인하에 무게 중심을 옮겼다. 사진= 연합뉴스

중앙은행 물가안정목표 2%....현재는 2% 달성 쉽지 않아

이와 같은 물가에 대한 인식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설정하고 물가안정목표를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다. 물가를 정말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물가안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목표는 당연히 0%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상당수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목표는 2%이며, 우리 나라의 역시 물가안정목표가 2%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물가안정이란 물가가 전년에 비해 2% 정도는 상승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동시에 물가목표인 2%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중앙은행들은 이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흔히 상승하는 물가를 낮춰서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물가에 대한 통념 하에서 이 같은 발상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일본과 같이 통화당국 차원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물가목표에서 상당한 기간에 걸쳐 괴리를 보인 상황이 결국에는 디플레이션(deflation)으로 이어졌던 것을 감안할 때 최근 중앙은행들의 물가에 대한 인식 전환이나 이에 따른 언급은 섣불리 간과해서는 안될 주제가 됐다.

물가를 중앙은행들이 우려하는 변수로 등장시킬 경우 실제 이번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지난해 고성장 이후 올해는 그 수치 자체가 낮아지는 정도로 급격한 경기 하강 때문에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이유를 들기가 쉽지 않다.

물론 경기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왠지 미국이 실제 경제가 엄청 나빠서 혹은 추후 나빠질 것으로 우려해서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미국 금리인하도 따지고 보면 인플레가 낮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문제를 미국의 경우에 대입할 경우 미국 역시도 다른 나라들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는 상황에도 물가가 안정목표의 범주에서 아래로 벗어났다는 사실은 반대로 더욱 큰 걱정거리일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서베이 지표(미시간대학의 5년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집계를 시작한 40년래 가장 낮은 수준)나 채권시장을 통해 프라이싱하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는 확실히 물가안정목표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과거와 같은 물가 상승을 우려하던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이제 추억으로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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