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책이야기] 당신은 꽃중년인가 쇠퇴한 아저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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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책이야기] 당신은 꽃중년인가 쇠퇴한 아저씨인가
  • 강대호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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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 전문 컨설턴트 야마구치 슈의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리뷰
쇠퇴하는 아저씨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위로와 재도약 위한 실질적 처방 담겨
한스미디어 펴냄
한스미디어 펴냄

[오피니언뉴스=강대호 북칼럼니스트] 이 책은 제목에 끌렸다. 나는 다른 매체에 ‘50대 남성’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그래서 주제와 관련한 문헌을 찾곤 하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많은 걸 담고 있는 듯해서 읽게 되었다. ‘아저씨’라는 단어 때문에 세대 관점으로 구분한 나이든 남자를 다룬 이야기인가 했지만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가 주제였다.

일본은 남자들, 그중에서도 젊은이가 아닌 아저씨가 중심이 된 사회였고 주기적으로 훌륭한 리더들이 활약한 덕분에 발전해 왔다. 그렇지만 지금 일본은 쇠퇴하는 아저씨들이 늘고 있고 사회 지도층까지 장악하고 있다고. 그런 남자들이 이끌어 가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과 그 ‘처방전’을 다룬 책이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철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인재 육성, 리더십 전문 컨설턴트다. 현재 주요 서점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 직장인들.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 직장인들.사진=연합뉴스

아저씨는 언제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는가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는 말은 나라를 불문하고 세대를 거듭해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지금 일본에서 “요즘 아저씨들은 왜 이러는 거야!”라는 한탄이 나올 지경이라며 여러 사례를 든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저지른 성희롱, 폭행, 부정부패 등을 나열하면서 일본 사회를 걱정한다. 문제는 지도층에서뿐 아니라 그런 아저씨들이 곳곳에 많다는 것.

저자는 일본 사회가 쇠퇴하는 아저씨들로 넘쳐나는 이유를 분석한다. 먼저, “조직의 리더는 세대교체를 거듭할수록 쇠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을 창업하여 성장시키는 것은 일류 인재밖에 할 수 없지만 조직이 성장해 인원이 증가할수록 채용의 오류나 인재 고갈의 요인으로 삼류 인재가 늘어난다”고 보았다.

만약, 한 번이라도 ‘이류 인재’가 리더에 오르면 그가 견제하는 ‘일류 인재’를 등용할 가능성이 작고 세대교체 때마다 이류 인재가 안심하고 뽑는 ‘삼류 인재’들로 넘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때문에 오늘날 일본은 삼류 인재들이 넘치는 사회가 되었다고.

두 번째로 일본이 “연장자가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큰 변화 없던 시절에는 “연장자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은 사회나 조직의 존치를 위해 귀중하고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고. 그래서 “오래 산 사람들이 존중받는 것은 합리적인 결과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이 진부해지는 사회에서는 “오래 살았다는 것의 가치가 감소하기 마련”이라고. 오히려 오래된 지식이 불필요한 자산으로 치부되면 ‘꼰대’같은 존재가 되고야 만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로 일본 사회는 “아랫사람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거나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자극을 받거나 새로운 걸 학습 해야 하는데 본인 경험만 고집하는 윗사람에게 아랫사람이 의견을 주기가 일본에서는 쉽지 않다고.

저자는 이런 요인 때문에 아저씨들이 사고를 치는 거라고 분석한다. 그 누구도 자기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자기가 하는 모든 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일탈로 시작했다가 결국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폭언과 폭행으로, 성희롱으로, 부정부패로 이어지게 되었을 거라고.

 

70세에 인턴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벤 (로버트 드니로)의 이야기, 영화 '인턴'.사진 스틸 컷.
70세에 인턴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벤 (로버트 드니로)의 이야기, 영화 '인턴'.사진 스틸 컷.

아저씨가 빛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좋아질 수 없다

사회 구조가 바뀌고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적응도 못 하고 발전도 없는 아저씨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 대부분은 선배들이 해 왔던 대로 착하게 따른 아저씨들이다. 저자는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치고 쇠퇴해서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그런 아저씨들에게 다시 빛나고 도약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제시한다.

먼저 “연장자는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환상을 버리라”고 말한다.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 나이가 많다는 게 장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권과 권위를 버리고 젊은 세대의 변화를 읽으려 노력하고 새로운 걸 배우려 노력하라고 권유한다.

이 연장선으로 “젊은 세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이 세대 아저씨들이 쇠퇴하는 가장 큰 이유가 피드백 받는 것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귀를 닫고 그 상태에 안주하는 것은 스스로 “쇠퇴하는 아저씨로 전락하는 길”이라고 저자는 예언한다.

마지막으로 “항상 공부하고 도전하여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권유한다. 여기서 ‘유동성’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 외에서도 통용되는 기술과 회사 밖 열린 네트워크를 확보하라”고 말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하라는 저자의 조언이다.

무척 오랜만에 읽은 ‘자기계발서’였다. 이런 책들이 펼치는 ‘단계적 진단의 모호함’과 ‘단계적 처방의 단호함’에 적응되지 않아서 한동안 멀리했던 자기계발서였다. 그렇지만 내가 연재하는 글 주제와 연관되고 내용도 한국과 치환해서 해석할 수 있는 점 때문에 펼쳐보았다.

한가지 헷갈린 건 메시지가 향하는 타겟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는 점이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아저씨들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그런 아저씨가 되지 말라고 젊은 세대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아저씨가 빛나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빛을 내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저자의 조언은 이 시대 한국에 사는 아저씨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처음에 언급했듯이 나는 다른 매체에 ‘50대 남성’을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내가 글을 위해 만나는 50대 남성들은 사회와 조직에서 효용이 다했다는 불안을 안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일본과 한국은 다르지만 어쩌면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드러나는 현상과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 어쩌면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는 인생이 남았기에 남은 생을 빛나게 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시절이다. 에너지가 더 소진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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