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상'이란 기본정신 망각한 최저임금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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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협상'이란 기본정신 망각한 최저임금委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7.1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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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저임금 올해보다 2.9% 인상된 8590원
6개월 고구마 협상 이어졌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못해
노사위원, 상대 향한 노골적 비난에 보이콧까지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올해도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테이블에는 어김없이 '고구마'가 자리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대방 입장을 '역지사지(易之思之)'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은 전원회의를 이어간 끝에 결국 투표를 거쳐 사용자위원의 제시안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6개월간 이어진 '고구마 협상' 끝에 내년 최저임금을 0000원으로 결론지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어김없이 노사 위원들의 의미 없는 감정 싸움이 이어진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내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론지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진행된 1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의 8590원, 근로자위원의 8880원을 놓고 표결에 부친 끝에 사용자위원안이 채택됐다. 지난 1월18일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6개월 진통 협상이 이어진 끝에 '8590원'이라는 결론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노사 위원들은 올해도 시작부터 첨예한 대립으로 각을 세우더니 법정 심의기한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자기입장'만을 고수했다. 서로를 향한 노골적인 비난은 물론 보이콧까지 선언하며 '고구마 협상'이 이어졌지만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결과물을 받아들여야 했다. 

전원회의 협상 테이블에 앉은 노사 위원들은 '협상'이란 단어의 뜻을 망각한 듯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협상의 의미는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럿이 서로 의논함'이다. 여기서 의논은 '어떤 일에 대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을 뜻한다. 

매년 서로의 주장만 늘어놓고, 툭하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노사 위원들에게 절충안이나 합의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정해 합의를 유도해도 불만의 목소리를 사그라지지 않는다. 협상의 자세가 되어 있는지부터 의문이 들 정도다. 

2020년 최저임금 최종안을 두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노사 위원들은 지난 6개월은 허송세월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동계, 경영계 모두 최초 제시안을 두고 "현실적으로 합의가 어려운 금액" 또는 "상징적인 금액"이라는 표현을 했다.

애초 기대도 하지 않은 제시안을 내밀고 눈치·자존심을 싸움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수정안에도 양보는 없었다. 협상에도 전략이 있다지만,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의미 없는 감정싸움은 보는 사람도 지치게 할 뿐이다. 

매년 반복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탁상공론을 보자니 1990년대말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유아 프로그램 '텔레토비' 성우의 유행어가 뇌리를 스쳐 간다. "(탁상공론은)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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