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번째 사망사고' 포스코 안전경영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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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4번째 사망사고' 포스코 안전경영은 어디로…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7.1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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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 80% 수준...'안전 불감증' 도마위
안전 분야에 약 1조1000억원 투입이 무색
포스코 "안전 투자·교육은 매년 강화"
노조 "근본적인 변화 있어야…"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최정우 회장의 'Safety With POSCO(안전하고 행복한 With POSCO)' 구현 의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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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포항제철소에서 올해만 4번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포스코, 한국노총 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30분경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 3기 벙커 앞에서 60대 근로자 한 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해당 근로자는 교대 미팅 후 현장점검을 나간 뒤 복귀시간 후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무전기로 호출해도 응답이 없었다. 동료들이 찾아냈지만 이미 의식이 없었고,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망한 근로자는 발견 당시 화상 자국과 함께 팔이 부러져 있었다.

포스코는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찰,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서 조사 중에 있다"며 "회사는 사고 직후 대책반을 구성해 사고원인 규명과 유족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올해만 네 번째 사망 사고…안전불감증 도마 위로

올해만 벌써 네 번째 사망 사고다. 

지난 2월 포항제철소 안 35m 높이의 하역기에서 근무하던 A씨가 인턴 직원을 상대로 직무교육을 하던 도중 사고로 사망했고, 6월에는 광양제철소 신성장사업실 2차전지사업 포스넵(니켈 추출 설비) 파일럿 설비의 환원철 탱크 상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직원이 세상을 떠났다. 

7월 들어서는 포항제철소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두 차례 비보가 들려왔다. 지난 2일 포항제철소 직원 B씨가 직원들과 회식 도중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해 병원으로 후속됐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B씨는 동료들에게 "피곤하다"라는 말을 한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9일 뒤인 11일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포스코는 '안전불감증'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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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회장이 지난해 10월 안전다짐대회 개최하고 안전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포스코 '1조 안전경영' 무색한 현실

포스코가 천명한 안전경영이 무색한 현실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5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3년간 안전 관련 분야에만 1조10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안전예산(5453억원)의 두 배 이상 수준인 5597억원을 증액해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였다. 

안전 전담 조직신설을 비롯해 인력육성, 안전장치 보완, 외주사 교육, 감시인 배치 등을 통해 안전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최정우 회장 역시 전사 안전다짐대회를 통해 "안전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 시민으로서 '위드 포스코(With POSCO)의 근간"이라고 밝히며 "형식보다는 실질, 보고보다는 실행, 명분보다는 실리의 ‘3실(實) 기반'의 안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말한 '3실 차원에서 안전관리 해법'을 보면 ▲실질은 형식적인 활동보다는 재해를 실제로 예방할 수 있는 필수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 ▲실행은 일상업무가 곧 현장안전활동이 되게 체질화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실리는 핵심적인 근본원인을 도출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하는 것 등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생산현장에서는 안전이 회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안전해서 행복한 삶의 터전'을 함께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5명의 근로자가 사망해 민주노총, 노동건강연대 등이 주축이 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선정하는 '2019 최악의 살인기업'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포스코는 올해에만 벌써 지난해 80%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조단위를 투자한 안전경영이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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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 노조 "근본적 안전조치 필요"·포스코 "매년 안전관련 투자·교육 강화"

노조에서는 안전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제철소가 일반 제조업체보다 위험한 작업들이 많다보니 안전 관련 설비와 인력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회사에서는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가시적인 조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산업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노사가 함께 점검하고 재해가 발생하면 유사공정 근로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하지만 회사에서는 안전에 대해 노조와 대화를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 노조 역시 한목소리를 냈다. 한 관계자는 "회사에서 안전경영을 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미흡한 부분과 보완해야할 부분은 분명하다"면서 "수직적 시스템이 아닌 수평적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해 경영진의 일방적인 관리가 아닌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근본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안전에 관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연이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유감의 뜻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중후장대 산업 특성상 사고는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서 "내부에서는 안전한 근로 환경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업체는 일반 제조업체와 비교해 규모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 최고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다만 무재해 작업장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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