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캐리람, 항복 선언에도...13일 대규모 시위 예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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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캐리람, 항복 선언에도...13일 대규모 시위 예고 까닭은
  • Jim HorYeung 홍콩통신원
  • 승인 2019.07.11 15: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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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중국 감정 최고조
시민연대 SNS통해 행정수반 캐리람 사퇴 촉구
Jim HorYeung 홍콩통신원.
Jim HorYeung 홍콩통신원.

[오피니언뉴스=Jim HorYeung 홍콩통신원]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 장관은 지난 9일“송환법은 죽었다(the bill is dead)”라고 밝히고 법안 작업의 완전한 실패를 인정했다. 이는 한 달 넘게 하루 최다 200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홍콩 도심 거리를 메우고 시위하는 홍콩시민들에게 굴복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외형상 람 장관이 백기를 들었으니 홍콩시민들도 이제 시위를 접고 일상으로 돌아갈 듯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홍콩 시민들은 SNS를 통해 홍콩 행정부에 대한 항쟁은 끌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시위는 이번 주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송환법이 사실상 폐기됐지만 홍콩의 시위는 계속된다.  

캐리람 항복선언...시민 반응 싸늘 

6월부터 시작한 반(反)송환법 시위는 지난 7일 홍콩섬이 아닌 구룡(九龍)반도에서 처음 진행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오는 13일 토요일에는 홍콩-중국 간 화물을 옮기는 중국인들이 많은 중국 접경 지역 상수이(上水)에서 반 밀거래를 하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광복상수이(光復上水)’ 시위를 하자는 계획도 보인다. 상수이와 신계(新界)에 있는 사틴 (沙田)에서도 오는 일요일(14일)에 시위가 있을 예정이며, “온 땅에 꽃이 핀다(遍地開花)”는 슬로건으로 홍콩의 18개 구역에서 시위가 진행될 계획이다.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예고했던 '범죄인인도법(송환법)'은 완전히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홍콩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콩시민들은 오는 13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예고했던 '범죄인인도법(송환법)'은 완전히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홍콩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홍콩시민들은 오는 13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캐리람 사퇴하라"..."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 

홍콩 시민들이 시위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크게 다섯가지다.

홍콩시민들은 먼저 범죄인인도법(송환법)이 나중에라도 다시 재기되지 않도록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은 람 장관이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송환법은 사망했다’는 문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주요 대학 학생회 대표와 민간 단체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은 ‘사망했다’는 것은 법률적 용어가 아니므로 ‘철회’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며 람 장관에게 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또 람 장관의 대화 요청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은 람 장관이 진심으로 청소년과 대화하고 싶은 것이라면 차라리 20대 이상의 젊은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LIHKG (連登)’를 통해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해놓고 평화적인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홍콩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찰총장, 보안국국장 등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경찰 고위직 퇴진과 체포된 시위자들을 기소하지 않을 것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한 진압 경찰들을 색출하고 처벌할 것 ▲마지막으로 캐리 람 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람 장관은 지난 9일 ‘송환법 사망’선언 기자 회견에서 행정기관은 경찰 조사를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체포됐던 시위자에 대한 법적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한 경찰들에 대한 조사를 현행법안에서 할 수 있어 새로운 조사기관을 만들 생각은 없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 경찰 부당 행위 조사 기관의 위원들은 대부분 친정부 위원으로 구성돼 있어 공정한 조사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시민 대다수의 입장이다. 

늘어나는 '존레논 벽'...정부비판 메모지 도시 전체 덮어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거리 데모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홍콩 구석구석에는 작은 메모지가 가득한 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존 레논 벽(Lennon Wall 連儂牆)’이라 불리는 이 벽은 홍콩 시민들이 송환법에 대한 의견을 메모지에 쓰고 벽에 붙인 것이다. “홍콩 파이팅 (香港加油)”, “송환법 반대”, “송환법 철회”, “캐리 람 즉시 사퇴” “우리 홍콩을 위해서 모두 다 함께 하자” 등의 내용이 존 레논 벽에 붙여져 있다. 

존 레논 벽은 2014년 우산혁명 때 홍콩에 처음 등장했다. 1980년 암살된 존 레논을 추모하며 체코 젊은이들이 반공산주의와 사회비판에 대한 메시지를 벽에 붙이며 민주화 운동을 독려하던 것이 시초로, 우산혁명 당시 시위 참가자들은 정부 청사 밖에 있던 벽에 홍콩의 민주화를 기원하며 자유롭게 포스트잇에 의견을 써 붙였다. 애드미럴티에 있던 이 벽은 우산혁명이 끝난 후 사라졌다. 

홍콩 전역 50여 곳에 있는 일명 '존 레논 벽'. 홍콩에선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 처음 등장했다. 홍콩 시민들이 반 정부, 반 중국, 민주화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은 메모지를 존레논 벽에 가득 붙여놓았다. 사진=Jim HorYeung 통신원.  
홍콩 전역 50여 곳에 있는 일명 '존 레논 벽'. 홍콩에선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 처음 등장했다. 홍콩 시민들이 반 정부, 반 중국, 민주화를 염원하는 내용을 담은 메모지를 존레논 벽에 가득 붙여놓았다. 사진=Jim HorYeung 통신원.  

5년이 지난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인해 존 레논 벽이 부활했다. 6월 중순 정부 청사 근처에서부터 생겨난 벽은 홍콩섬을 넘어 구룡, 신계까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아래 만들어졌다. 약 2달여 동안 생겨난 존 레논 벽은 50개를 넘어섰다. 지난 10일에는 친정부 성향의 몇몇 시민들이 구룡 야우퉁(油塘)에 있는 존 레논 벽을 파괴하려고 시도해 이를 막으려는 다른 시민들과 충돌을 일으키키도 했다. 

反중국 정서 확산...포카리스웨트 매진 까닭

지난 10일 편의점과 슈퍼에 있는 포카리스웨트가 매진 행렬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포카리스웨트 열풍은 홍콩 최대 지상파 방송국인 TVB 반대 운동으로 인한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친중 성향의 TVB가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 보도와 관련해 중국에 편파적으로 보도했다며 방송국 이름이 ‘TVB’가 아닌 ‘CCTVB’(중국 관영 방송국인 CCTV와 홍콩 TVB를 합친 이름)라고 비난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오는 21일 방송국에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며, TVB에 나온 광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글로벌 스포츠음료 브랜드인 ‘포카리스웨트’가 TVB 광고 보이콧에 가장 먼저 동참했다. 포카리스웨트는 지난 9일 TVB 광고를 중단했다고 발표했고, 홍콩 시민들은 포카리스웨트의 결정을 지지하며 포카리스웨트 브랜드 산하 음료를 구매함으로써 행동으로 포카리스웨트를 응원했다. 

다음날에는 피자헛이 TVB 광고를 중단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오늘 저녁은 피자헛”이라며 배달 사진을 페이스북 게시판에 올리며 피자헛의 결정을 지지했다. 

● Jim Hor Yeung(짐호영) 홍콩 통신원은 홍콩에서 태어난 홍콩인이다. 한국의 문화와 정세에 관심이 많은 홍콩 저널리스트로 현재 홍콩현지 i-CABLE TV 방송국에서 보도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어에 능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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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 2019-07-11 17:28:43
응원합니다!!

Flora 2019-07-11 16:43:25
평화적 시위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있는지, 시민들이 단결하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홍콩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네요. 홍콩 시민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