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현 CJ 회장 배임 혐의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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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재현 CJ 회장 배임 혐의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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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1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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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매입 대출금 전액 배임 아니다"… 특경가법 대신 형법 적용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실형 확정을 피하고 다시 한 번 법원의 심리를 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0일 이 회장에게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건강상 이유로 11월 21일까지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재수감되지 않고 마지막 판결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 1,600억원대 배임, 횡령 등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돼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연합뉴스DB

 

대법원은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에 따른 배임 혐의는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일본 도쿄의 건물 두 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CJ재팬으로 하여금 팬 재팬의 대출 채무에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부분이 배임 혐의의 주요 내용인데,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 만큼 특경가법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다.

특경가법은 범죄액에 따라 처벌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이득액을 신중하게 산정해야 하고, 구체적인 액수를 따지기 어려울 때는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이다.

대법원은 CJ재팬이 연대보증을 설 당시 주 채무자인 팬 재팬이 변제능력을 전부 상실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대출금 전액을 배임액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연대보증 당시를 기준으로 팬 재팬이 매입한 빌딩의 실제 가치, 대출 조건, 빌딩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수입 등에 비춰볼 때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는 것이다.

특경가법은 배임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5억∼50억원이면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정형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 형법상 배임이나,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한 형법 356조의 업무상 배임과는 양형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 회장은 1,600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그는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1심 재판 중이던 2013년 8월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이후 수차례 기간을 연장해가며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은 횡령 719억원, 배임 363억원, 조세포탈 260억원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2심은 비자금 조성에 따른 회삿돈 604억원 횡령 혐의를 무죄로 보는 등 일부 유무죄 판단을 다시 해 조세포탈 251억원, 횡령 115억원, 배임 309억원만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309억원의 배임 혐의 부분이 중점적으로 다퉈지게 됐다.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함에 따라 양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이 회장이 감염 우려 등으로 아버지 빈소도 못 지켰을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고려할 때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돼 형량 재고의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재벌 엄벌주의’ 기류 변화 여부 주목

이재현 CJ 회장 사건은 여러 면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과 비슷하다. 이 회장도 앞으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승연 한화 회장과 징역 4년→징역 3년→파기환송 닮은꼴

김승연 회장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 빚을 갚아주려고 3,200억여원대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고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041억여원의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혐의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횡령과 배임 혐의였다. 조세포탈 및 횡령, 배임 혐의를 받는 이재현 회장과 유사하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항소심 재판 중이던 2013년 1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 회장도 1심 재판 중 신장이식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1심과 2심에서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 징역 3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구속집행정지로 불구속 재판을 받은 점은 물론 선고 형량까지 같다.

대법원이 배임 혐의 부분 때문에 사건을 파기환송했다는 점마저 닮았다. 김 회장은 일부 지급보증을 원심이 별도 배임행위로 본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배임액이 1,797억원에서 1,585억원으로 줄었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풀려났다.

이 회장도 배임 혐의에 대해 형량이 무거운 특경가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 취지여서 양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크게 준 범죄액... 파기환송심 집유 선고 가능할까

이 회장의 범죄액은 기소 당시 2,078억원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1,657억원으로 줄었고 1심에서는 1,342억원, 2심에서는 675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대법원은 조세포탈 251억원, 횡령 115억원 등 366억원 부분은 유죄로 인정되지만 배임액은 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 2심이 309억원 배임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대법원은 또 CJ 재팬이 팬 재팬의 대출에 연대보증을 설 당시 팬 재팬이 상당한 금액을 자력으로 변제할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는데다 돈을 갚을 능력까지 있었다고 본 만큼 파기환송심은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툴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법원이 재벌 총수에 대해 공식처럼 선고해왔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양형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과거 기업 비리를 저지른 재벌에게 ‘경영 공백’과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유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공식처럼 선고해왔다. 2012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선고 때부터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엄벌’ 기조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2014년 2월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나란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면서 '재벌 양형'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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