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칼럼] 한국 경제의 진단과 처방① 비틀즈의 외화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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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칼럼] 한국 경제의 진단과 처방① 비틀즈의 외화 벌이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 승인 2019.07.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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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970년대 IMF 구제금융 · 영국病 만연...제조업 '쇠락의 길'로
한국도 외환위기 구조조정 '약발' 소진...장기 저성장期 진입중
고령화 · 4차산업혁명 파고까지 겹쳐...난관 헤쳐나갈 지혜 필요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비틀즈는 1965년에 미국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와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을 받는다. 훈장 수여에 대해 하원에 제출한 의견에는 ‘비틀즈는 세계에 행복을 주었으며 달러를 미국에서 영국으로 가져왔다’라는 말이 있다. 음반 판매와 순회공연으로 벌어들인 달러를 두고 한 말이었다.

비틀즈는 자신들이 훈장을 받는데 말들이 많자 ‘비료나 기계를 수출하여 상을 받으면 모두 박수를 치는 데 왜 우리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라고 푸념했다. 

제조업 강국 영국, 절정후 100년만에 '쇠락의 길'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로 제조업 강국이다. 식민지 개척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비틀즈가 벌어 온 달러에 감격하여 훈장을 주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 60년대에 영국은 상품수지가 GDP 대비 1.5%정도 적자를 보이다가 70년대 초에는 6%까지 적자가 확대됐다.

비틀즈의 훈장이 엄살이 아니었던 것이 영국은 비틀즈에게 훈장을 준 지 10년 지난 1976년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 이 분위기에서 대처 수상이 1979년에 집권하고 상품수지는 단기간 흑자를 보였지만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다. 제조업을 탈피한 것이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은 비틀즈. 사진=AP/연합뉴스

대처가 집권하기 전에 영국은 ‘영국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방만한 국영기업과 복지지출 확대로 인한 고비용·저효율 구조때문이다. 대처는 과도한 복지지출 축소, 노조활동 규제,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다.

많은 영화들이 이 당시 영국의 암울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업수당을 받으러 가거나, 집에서 가장이 놀고 있거나, 파업에 참가할 지 말지 고민하는 장면들이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체실 비치에서>를 보면 옥스포드 대학 역사학과를 수석 졸업한 주인공이 1970년 대 중반(극중 30대 중반 나이)에 레코드 가게를 한다. 제조업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의 모습이다. 산업혁명이 19세기 초반까지 지속되었으니 결국 영국은 그 절정 이후 100여년 만에 쇠락의 길을 걸은 것이다. 

한국도 제조업 강국의 '비운' 맞을 수도

한국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영국을 길게 언급한 것은 영국이 제조업 국가의 선배이기 때문에 그 걸어온 길을 보여주려 함이다. 우리나라 경제도 분기 혹은 연 성장률 변화를 두고 논쟁할 게 아니라 경제 전체의 변화 방향을 보아야 한다. 제조업 국가가 걷는 길을 알아야 우리나라의 운명도 점칠 수 있고 또한 우리 경제의 문제들을 올바로 해석할 수 있다. 

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 나라들은 초기에 제조업으로 성장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이태리, 대만, 중국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제조업으로 성장한 나라들은 혹독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제조업으로 나라가 컸는데 그 제조업이 나라를 잡아 먹는 꼴이다. 그리스 신화에 거인족이 자식을 낳아 잡아 먹듯이.

이 도전을 극복한 국가도 있고 도전의 문턱에서 주저 앉은 국가도 있다. 일본은 거의 30년을 장기 저성장으로 고통을 겪었고 대만 역시 비슷한 세월을 보냈다. 이탈리아는 탈출할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1929년에 대공황을 겪었고 1980년대에는 일본과 독일 경제의 맹렬한 추격으로 교수가 주유소에서 투 잡(two job)으로 일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는다. 실로 살 떨리는 도전에 직면하는 게 제조업 국가의 운명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제조업에 내재해 있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초기에 자본축적과 노동의 분업(포디즘, Fordism)으로 노동생산성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국내에서 다 구매하지 못할 양의 제품을 쏟아낸다. 이를 해외에 팔면서 자본이 축적되고 다시 노동생산성이 오르면서 소득이 크게 오른다. 근래의 예로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 자본주의에 편입하여 성장한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경제가 일정 단계 성장하면, 자본이 과다축적되면서 제품 공급이 많아져 초과공급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파괴되든지, 자본을 놀게 하든지(유휴 설비), 혹은 새로운 판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전자는 전쟁을 통하거나 공황을 통해 후자는 식민지 개척을 통해 가능하다. 산업혁명 후에 대공황, 식민지전쟁, 세계대전이 발생한 이유다. 

우리나라도 과다하게 축적되었던 자본을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강제로 줄였다. 자본을 대거 팔아서 부채를 갚는 과정이었다. 공장이 폭격을 맞은 듯 자본이 사라졌다. 외환위기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하는 이유다. 겪어야 할 과정이었지만 지분을 외국인에게 팔고(현재 상장기업에서 외국인 주식지분이 35%에 이른다) 16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대신 기업 경쟁력은 높아졌다. 이 국면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은 우리나라 경제에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이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일본의 전자업체 이익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를 못 따라잡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 경제의 성장신화도 이제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한국 경제의 성장신화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고령화와 4차산업혁명까지 엄습하면서 우리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 제조업 성장신화 마무리...장기 저성장에 들어갈 듯

여기까지가 우리나라의 성장신화다. 우리는 인구 5000만에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나라가 됐다. 더 이상 소규모 개방경제가 아니다. 이렇게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제조업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끊임 없이 내부와 외부의 도전을 이겨 내야 한다.

제조업의 제품은 교역재이기 때문에 세계의 교역재와 경쟁을 해야 한다. 가격과 품질이라는 이차원 좌표평면상에서 경쟁적 위치를 벗어난 제품은 축출당한다. 동일한 품질이라면 가격이 조금이라도 싼 게, 동일한 가격이라면 품질이 조금이라도 높은 게 시장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은 제조업 초기단계의 국가를 당해내지 못한다. 품질은 선발 제조업 국가를 따라 잡아야 한다. 그래서 제조업 국가의 경쟁자는 중국, 인도, 베트남 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일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더욱이 선진국들이 고용증가를 위해 제조업으로 회귀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후발국이 첨단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외환위기를 통한 구조조정의 ‘약발’은 거의 소진됐다. 이제는 일본, 대만, 이탈리아처럼 우리도 장기 저성장에 들어가야 할 운명이다. 여기에 고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변화가 가세하고 있다. 부정과 긍정이 혼재해 있지만 부정이 더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경제에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를 탈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본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장기신용은행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앞으로 한국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진단과 전망의 글을 정기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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