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큰 '최저임금 협상'...삭감해야 Vs. 두자릿수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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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큰 '최저임금 협상'...삭감해야 Vs. 두자릿수 인상하라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7.10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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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 공익위원 8760원 기준될까
노동계, 보이콧 하루 만에 최저임금위원회 복귀
경영계 타협 의지 피력…노동계는 1만원 관철 목표
학계 "현실적으로 5% 미만 인상이 적합"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경영계와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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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9일) 사용자위원들의 협상 태도에 분노해 제10차 전원회의에 보이콧을 선언했던 근로자위원이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제11차 전원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근로자위원들은 수정안으로 9570원(14.6% 인상)을 제출했다. 최초 요구안보다 430원 낮은  금액이다. 사용자위원들이 내놓은 수정안은 8185원(2.0% 삭감)으로 최초 제시안보다 185원 올렸지만,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노사 모두 10% 이상 인상과 삭감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년 최저임금 결정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근로자위원들은 이번 회의에 앞서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은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책회의를 통해 복귀를 결정했다"며 전원회의에 앞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최저임금 삭감안 반대 사용자위원 규탄 긴급서명'을 전달했다. 보이콧은 철회했으나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안은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도다.

사용자단체는 이보다 앞 선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은 마이너스 기호로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종별 차등적용 방안이 부결되자 협상 보이콧을 선언한데 이어 최근 2년 동안 사실상 노동계 안이 최저임금으로 의결된 상황에서 공익위원이 중재자로서 공익성, 공정성, 객관성에 입각해 국민이 수용 가능한 안을 주도적으로 제시줄 것으로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전원회의를 통해 노사 수정안을 바탕으로 절충점을 모색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할 계획이다. 만약 노사 간격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은 심의촉진 구간을 제시해 중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노사 가운데 한쪽의 불만이 극에 달할 수 있어 심의가 파행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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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등 근로자위원들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 참석에 앞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에게 '최저임금 삭감안 반대 사용자위원 규탄 긴급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삭감안 내놓은 '경영계' Vs. 두 자릿수 인상률 주장 '노동계'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보이콧·기자회견을 통해 삭감안을 주장했던 경영계는 다소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노사간 입장 차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며 "경영계가 올해 제시한 삭감안은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한 것에 대한 상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선례를 생각하면 삭감이나 동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아주 낮은 수준에서의 인상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전년대비 마이너스로 조정되거나 동결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선례나 보이콧까지 선언한 노동계의 완강한 행보에 경영계가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아직 완강하기만 하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최초 제시안인 1만원을 상징적인 금액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최저임금 1만원은 대선 공약이기도 했으며 이를 최대한 관철시키는 것이 현재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계의 최초 제시안은 지난해에 제시한 1만790원보다 790원 낮은 금액"이라며 "노동자위원들은 인상된 금액이 아닌 더 낮은 금액으로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려고 했으나 사용자위원들은 마이너스 4.2% 라는 사상 초유의 삭감안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전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으며 IMF 국제금융위기 사태때도 이런 삭감안은 없었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가 최조 제시안에 이어 수정안에도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현은 불가능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도 속도 조절론을 언급한 가운데 3년 연속 10% 인상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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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가운데) 등이 지난 5월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 위촉장 전수식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 기대 인상률 4.1%…학계도 "5% 미만 인상이 적합"

노동계와 경영계간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의 판단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내년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평균 적정액은 8690원이다. 

올해보다 4.1% 인상된 수치로 학계에서 주장하는 적합한 인상률이기도 하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교 교수는 "최근에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서 생산성은 낮아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다"며 "삭감안 또는 동결도 일리가 있지만, 사회적 여파를 생각해야 하기떄문에 3~4% 인상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은 인플레이션율 생산성 증가율에 0.5~1%를 더한 값이 이상적이다. 

박영범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동결이 이상적이지만, 노사 합의가 쉽지 않기 떄문에 5% 미만 인상이 현실적인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은 공익위원의 의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올해 새로운 인사들은 중립적인 성향이 짙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부정했으나 일각에서는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으로 '3~6% 인상안' 또는 5%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에서 5% 인상된 금액은 8767원. 최저임금 관련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8760원 수준이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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