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부작용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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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부작용도 만만찮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7.08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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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않는 서울 집값…4주 연속 상승 국면
김현미 장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의사 밝혀
전문가 "수요 억제 맞게 공급 확대 정책도 병행해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상승세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상승세인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정부가 조만간 공공택지뿐 아니라 민간택지에서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키로 했다. 집값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부의 강력한 규제 기조 속에서도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자, 정부가 추가대책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보다는 주택공급 감소와 '로또 아파트'와 같은 분양가격 논란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 집값이 강남발 재건축 호재 속에 4주 연속 상승세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이 강남발 재건축 호재 속에 4주 연속 상승세다. 사진=연합뉴스

◆업계 "장기적으로 독(毒) 될 수도"

부동산 관련 업계는 "민간택지를 대상으로 하는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이 장기적으로 독일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적용한다면 주택 공급에 소극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면서 "과거에도 아파트 품질 저하 및 공급 감소 등 여러 이유로 폐기한 정책인데 얼마나 큰 효과를 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던 2007년 주택인허가 실적은 55만 가구였지만 상한제가 도입된 2008~2010년에는 37만~38만 가구로 떨어졌다.

아파트 품질 하락도 우려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사업비가 줄어들면 당연히 특화된 조경이나 입주자 편의시설 추가 등이 어렵게 된다"면서 "다방면에서 평면 개발 등이 사라지면서 설계도 일률적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로또 아파트'와 같은 분양가격 논란 역시 불거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분양 당첨자는 주변 집값보다 싸게 분양 받는 혜택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집값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판교다. 

2006년 LH(옛 대한주택공사)가 배포한 '성남·판교 관련 주택공급 계획 및 질의응답' 자료에서 LH는 판교 내 84.81㎡(25.7평) 이하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를 택지비(605만원)와 기본형 건축비(339만원), 친환경인센티브(50만원) 등을 더해 1084만원으로 추산했다.

LH는 이를 근거로 108.9㎡(33평) 기준 분양가를 3억6000만원으로 잡았다. 인근 성남시 분당 서현동과 구미동의 같은 평형대의 당시 시세가 5억2000여 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분양자는 최대 1억6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현재 판교의 108.9㎡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0억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규제 카드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 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규제 카드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조합원은 쪽박, 수분양자는 대박…개발 이익 독점될 수도"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로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성과 직결된 만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싸게 책정되면 수분양자는 시세차익을 볼 수 있지만 정비사업의 주체인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이 커진다. 자칫 일반분양보다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져 조합별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정비사업 자체가 물거품이 되거나 일정이 늦어지는 등 서울 등 대도시권에 신규주택 공급의 통로가 막힐 수 있다는 것. 이미 일부 정비사업 조합을 중심으로 분양 일정을 늦추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을 예고한 개포주공4단지(개포그랑자이)는 분양 시기를 못잡고 있고, 서초무지개(서초그랑자이) 역시 당초 계획에서 반년이나 늦은 현시점에서야 분양에 돌입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수분양자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으며 대박을 노릴 수 있지만 조합원은 분담금 증가 등으로 쪽박을 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한제에 따른 가격 왜곡 논란도 예상된다. 시세와 분양가간 격차가 벌어져 당첨자의 시세차익이 커지지만 대출 규제로 분양가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자금 동원력이 좋은 일부 '현금 부자'에게 분양권이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서울의 3.3㎡ 당 평균 분양가는 26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의 40%의 실자금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할 때 84.81㎡를 분양받는데 필요한 현금은 3억5000만원 가량이다. 그마저도 분양가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가 9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3구에선 아예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 적용될 경우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 적용될 경우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 효과를 실효적으로 내기 위해서는 수요 억제와 함께 공급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은 과거와 다른 상황"이라며 "과거 200만호를 공급할 때야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1만호 정도를 공급하는 현재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주택가격 안정화에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재건축·재개발 사업 취소 등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 교수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추가로 병행돼야 분양가 상한제 확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우 연구원 역시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투기 심리보다는 새 아파트와 보다 나은 학군 등을 원하는 실수요자의 수요 증가때문"이라며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게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억제 대책과 동시에 공급 확대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억제 대책과 동시에 공급 확대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장관 "민간 분양가 상한제 검토할 때 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분양가를 결정하는 제도다. 김 장관은 현재 공공택지에 시행되고 있으나 분양가 상한제를 택지지구·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의 땅인 민간택지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것.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공공택지 아파트의 가산비를 포함한 분양가의 적정성을 심사·승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공공택지에 도입된 후 2007년 민간택지로 확대됐으나 2015년 4월 주택공급 위축 및 아파트 품질저하 등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화해졌다. 

대신 현재 민간택지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분양가를 심사 받는다. 주변 아파트 분양가와 준공 아파트 시세 등을 기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된다. 최근 1년 내 분양 아파트가 있으면 그 분양가 이하로, 분양 후 1년 이상 아파트만 있을 경우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에 최대 5%의 시세 상승분을 가산해 분양가를 정한다. 

하지만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시세와 관계 없이 토지비, 기본형 건축비 등을 기반으로 분양가가 정해진다. 때문에 현재 수준보다 낮게 분양가가 책정될 수 있다.  

민간택지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하는 것은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어 집값 급등에 따른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책 기대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브리핑 특별팀이 2007년 7월 펴낸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자료를 보면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 아파트 평당 분양가는 1998년 512만원에서 2002년 919만원, 2006년 1546만원으로 급상승했다. 결국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또다시 고분양가'로 연쇄반응이 이어지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는 배경 역시 이와 같다. 정부는 지난해 9·13 대책 등 취임 후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 냈지만 다시 서울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0.02%다. 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오른 건 지난해 11월 첫째주 이후 34주 만이다. 감정원에 앞서 부동산114, KB국민은행 등 민간 단체들은 서울 집값이 4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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