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 칼럼] 삼성바이오 수사에 대한 합리적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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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칼럼] 삼성바이오 수사에 대한 합리적 의심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 승인 2019.07.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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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으로 삼성바이오 콜옵션 고의누락 입증 쉽지 않아
기소전 검찰수사 내용 언론공개 자제해야
검찰제시한 분식회계 증거...정황상 앞뒤 맞지 않는 것도 존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류인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변호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으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서둘러서는 안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부정청탁 사건의 대법원 선고를 미뤄줄 것을 촉구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은 삼성바이오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검찰은 지난 5일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였을 뿐, 당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선 소환일정조차 잡지 않은 상태다.

지난 5월 까지만 해도 검찰은 ‘회계사들이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였다’거나 ‘대출 및 상장 과정에서의 사기혐의도 수사하겠다’며 수사 성과를 공개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부정청탁 사건의 심리를 마치고 잠정 결론을 도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달 21일 이후로는 별다른 성과가 전해지지 않는다. 검찰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기 위해 무리하게 삼성바이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연 검찰은 삼성바이오 수사를 통해 무엇을 밝히려는 것이며, 지금까지 무엇을 밝혀낸 것일까.

'삼성바이오 콜옵션 고의 누락', 분식회계 입증 쉽지 않아        

다수의 회계부정 사건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검찰의 논리에 몇가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먼저, 콜옵션 존재를 공시한 시점과 관련한 부분이다.

검찰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 삼성물산을 제일모직과 합병시킨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려 하였다는 국정농단 특검팀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바이오 수사는 삼성이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계를 조작하였다는 의혹에서부터 시작한다. 2012년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가 합작투자하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때 존재하였던 콜옵션의 존재를 숨겼다는 것이 주요 의혹이다. 콜옵션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고의로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가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려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려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합병 석 달 전인 2015년 4월 1일 사업보고서를 통해 콜옵션의 존재를 공시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가 합작투자 계약을 맺은 2012년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2년 전으로, 당시는 수년 내에 이건희 회장의 부재 상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고의로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임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임원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사진=연합뉴스.

정황상 앞 뒤 안맞는 검찰측 주장 적지 않아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이유를 의심하는 검찰의 논리에 모순이 있어 보인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말 회계기준을 변경하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사실은 삼성바이오의 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해 조작되었다는 주장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정황중 하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되면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이는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가치역시 높여주게 되는데, 이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전에 변경하지 않고 합병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변경하였다는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회계조작’이라는 검찰의 시각과는 맞지 않는다.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는 논란에 시달려 왔다. 삼성이 이를 예측하지 못하였을 리 없다. 삼성이 이러한 논란을 피하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의도적인 회계조작이었다면 이를 사전에 처리하지 않고 굳이 합병이 다 끝난 뒤에 하였을 이유가 없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하여 “삼성이 합병의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였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것은 합병 전에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심지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처음부터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 지난달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현호 사장이 지난달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소전 수사내용 언론공개 자제해야 

검찰의 삼성바이오 수사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물론 수사결과 삼성바이오의 회계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밝혀낸 정황 중 충분히 의심가는 것들이 있고, 이에 대한 삼성의 반박이 궁색하게 보이는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삼성바이오 문제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연결시키려는 검찰의 시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성바이오 수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체면을 구기는 셈이 된다. 수사초기부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의혹을 밝혀 내겠다며 자신만만해왔기 때문이다. 곧 선고를 앞둔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청탁 사건 대법원 판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검찰도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검찰이 본류에 대한 수사보다 ‘증거인멸’, ‘임원의 구속’, ‘회계사들의 진술 조작’, ‘대출사기’와 같은 자극적 단어들로 삼성과 이재용의 도덕성 흠집내기에 주력하여 이재용 부회장의 부정청탁 사건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입건여부조차 불분명한 혐의를 마치 상당한 근거가 있는 듯이 언급하고, 참고인 진술 중 검찰에 유리한 부분만 골라내어 언론에 공개하는 모습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검찰은 종종 ‘진실발견’이 아닌 ‘원하는 결론’을 목표로 하는 사건에서 이런 모습들을 보여준다.

검찰이 수사를 수단화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사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뿐이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다.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가 있을 때 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축소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토록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검찰이 별개 사건의 공소유지를 위해 수사를 수단화 하는 전형이다. 삼성바이오 수사가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낼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용두사미의 결론이 도출될 경우 검찰의 수사권을 이대로 유지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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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이긴다. 2019-07-08 14:51:16
글쎄, 글쎄, 데모나하다가 언론의 주목을 좀 받고 이런 인간들 모아서 정치하니 나라가 개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