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흑역사30년]⑲유명세로 개미 끌어모은 후 먹튀...‘마이다스TV‧청담동주식부자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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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흑역사30년]⑲유명세로 개미 끌어모은 후 먹튀...‘마이다스TV‧청담동주식부자 사건’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07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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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종 불공정거래 수법 등장
금융당국 제재에서 자유로운 유사투자자문업자 불공정거래 늘어
증권방송으로 ‘매수 추천’…본인 주식은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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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전적 불공정거래 수법이 사라지고 진화된 새로운 불공정거래 수법이 등장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공정거래가 잇달아 적발됐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고전적 불공정거래 수법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당시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가 시장 감시 기능을 개선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해 나갔다.  

문제는 기존 증권 범죄가 사라진 자리에 진화된 새로운 불공정거래 수법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의 감독과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공정거래가 잇달아 적발됐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한 투자자에게 인터넷·ARS·간행물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하며 대가를 받는 사람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의 범위에서 제외된다. 이외에도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진입 요건, 영업 방법 등 측면에서 투자자문회사·투자일임회사와 차이가 있다.

투자자문회사·투자일임회사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차이

1. 투자자문회사·투자 일임회사는 자본금, 운용전문인력 등 인적·물적 등록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에 일정한 서식으로 신고만 하면 유사투자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다.

2. 투자자문회사는 고객과 1대 1로 투자자문업‧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다.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발행 또는 송신되고 불특정 다수인이 수시로 구입 또는 수신 가능한 간행물·출판물·통신물, 전자우편 또는 방송 등을 통하여 영업을 한다.

3. 투자자문회사·투자일임회사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금감원의 감독‧검사를 받는다. 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감원의 검사 대상 금융기관이 아니다.

◆ 증권사 수익률 대회서 2850% 기록…재야고수로 떠올라

특히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감독‧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특성을 악용해 증권 범죄에 활용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2011년 적발된 ‘마이다스TV’ 사건 역시 시세조종 종목들의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해 증권 방송 유료회원에게 매입을 유도한 사례다.

마이다스TV를 설립한 사람은 1999년 한화증권 수익률 대회에서 2850%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1등에 오른 전업투자자 최모씨였다. 그는 증권업계의 재야고수로 명성을 얻자 형, 남동생과 의기투합해 1999년 12월 마이다스TV를 설립했다.

마이다스TV는 2003년 경영악화로 문을 닫기도 했으나 2008년 증권 관련 라이브방송 붐에 힘입어 재설립됐다. 당시 회사의 주 수입원은 유료회원이 매월 지급하는 월 50~100만원 정도의 회비였다.

유료회원들은 인터넷 라이브방송에 참여해 사이버 애널리스트의 시황 설명, 종목 추천 등을 받을 수 있었다. 원한다면 전화나 인터넷 채팅창으로 주식 매매 상담도 가능했다. 마이다스TV는 재설립 후 20여명의 사이버 애널리스트와 800명~9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작 최씨 형제들은 마이다스TV로 많은 돈을 벌지 못해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지’ 궁리해야 했다.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유료회원의 회비만으로는 남는 돈이 없었던 탓이다.

이들은 주식 투자를 통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출 규모가 커지면서 이조차도 점차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큰형을 제외한 두 동생은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모델들과 교제하면서 돈을 낭비하기도 했다.
 
◆ 본인 주식 고가에 매도하려 “매수 추천”

결국 삼형제는 주가 조작을 결심했다. 개인적 이득을 얻으려고 했을뿐 아니라 신규 유료회원들을 끌어들이고 기존 회원들을 붙잡으려면 수익률을 관리해야 했다.

먼저 과거에 교제했거나 교제 중인 여자친구 등 지인들의 돈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휴먼텍코리아, 우진비앤지, 세우글로벌 등 호재성 재료를 지니면서 시가총액이 크지 않고, 거래량이 적은 시세조종이 비교적 쉬운 종목을 선별했다.

이후 이들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 ▲가장매매 ▲통정매매 ▲고가매수 ▲허위매수 등 시세조종 주문을 수차례 반복했다. 또 인터넷 방송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마이다스TV 회원들에게 이들 종목을 지속적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주가가 대폭 상승했다.

휴먼텍코리아의 경우 세 사람이 시세조종 기간 동안 총 16번 추천했다. 시세조종 기간 직전 마이다스TV 회원들의 보유 수량은 전체주식의 0.8% 정도로 많지 않았으나 시세조종 마지막 날에는 7.3%까지 보유 수량이 증가했다. 이들의 일별 평균 매수 주문 비중은 25.6%로 사실상 휴먼텍코리아 주식 거래를 지배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최씨 삼형제는 시세조종한 종목을 고가에 매도하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팔면서도 회원들에게는 해당 종목을 매수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세 사람의 비정상적인 매매 행태를 수상히 여기고 금감원에 통도했다. 조사 결과 증선위는 이들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이중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판단된 둘째에게는 징역 7년과 벌금 15억 원이 선고됐다.

이씨가 SNS에 올렸던 과시용 사진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이씨가 SNS에 올렸던 과시용 사진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 호화 생활로 투자자 현혹한 ‘청담동 주식부자’

마이다스TV와 유사한 사례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2016년 적발된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이 있다. 2013년 케이블 증권방송가에 주식 전문가로 등장한 이모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식 투자로 번 돈으로 구입한 청담 소재 고급빌라와 부가티 등 슈퍼카를 과시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씨는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증권 방송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까지 출연했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특히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에 시급 3200원을 받고 삼겹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놔 소위 ‘흙수저’ 출신 자수성가한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씨의 본모습은 일개 사기꾼이었다. 2014년 자신의 친동생과 함께 유사투자자문업체 세 곳을 설립한 그는 유료회원들에게 주로 비상장주식을 매수하라고 권유했다. 이중 한 곳의 경우 VIP회원 가입비가 1000만원에 달했다.

이 모든 건 이씨의 사기 수법으로 밝혀졌다. 먼저 그는 특정 비상장주식을 대주주와 공모해 저가에 매입했다. 다음으로 유사투자자문업체 직원을 동원해 장외거래 사이트에서 고가의 매수 호가 주문을 내 거짓 시세를 만들었다. 이어 증권 방송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허위 사실 등을 투자자들에게 유포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이씨는 자신이 미리 매입한 비상장주식을 매수 가격보다 20배~30배 이상 가격으로 매도하면서 폭리를 취했다. 투자자들에게는 자신이 추천한 주식이 상장될 경우 100배‧1000배 수익을 낼 수 있다거나 추천한 주식의 값이 떨어지면 2배로 환불해준다고 현혹하기도 했다. 즉 비상장주식의 정보가 많지 않다는 점과 장외 시장에서 거래량이 적어 쉽게 가격을 알 수 없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출연한 이씨.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출연한 이씨. 사진=채널A 방송화면 캡처

◆ 피해자 3000여명…피해애개 1000억원 달해

이씨의 사기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씨로부터 매입한 비상장주식 대부분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자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연이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2016년 7월 이씨의 비상장주식 부정행위에 대한 기획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씨 형제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유선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또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관련된 금융 계좌에서 거액의 자금이 이동하는 등 혐의 사실 은폐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더불어 이씨는 금감원의 조사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증권 방송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한편 부정한 방법으로 장외 주식매매를 지속하고 있었다. 도주‧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데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침 2016년 8월 검찰에서 이씨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면서 금감원은 긴급조치(Fast-Track)를 통해 그동안 파악한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다. 검찰은 같은해 9월 두 사람을 긴급 체포해 구속기소했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 보전을 청구, 30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압류했다. 이씨에게 피해를 본 피해자의 수는 총 3000여명, 피해액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이씨에 대해 자본시장 법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원, 추징금 약 130억 원을 선고했다. 이씨 형제는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부정거래 외에도 2016년 2월부터 8월까지 ‘원금과 투자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투자자들로부터 220억 원을 불법모금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의 친동생에게는 징역 2년 6월과 벌금 100억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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