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맛보기 단동] ⑬ 남과 북, 진짜 조심해야할 몇가지 알기
상태바
[통일 맛보기 단동] ⑬ 남과 북, 진짜 조심해야할 몇가지 알기
  • 필명 이 강
  • 승인 2019.07.06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본주의 물들지않은 북측 사람들, 돈과 향응·접대 '개념 달라'
북측 사람들의 '비밀주의'도 꼭 지켜줘야...돈 관련일 때 특히 조심
북 남자들, 가족 떨어져 있는 생활 힘들어해...낯설면서도 애틋한 풍경

[오피니언뉴스=필명 이 강 단동통신원] 민족분단 70년의 세월은 서로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확인하고 인정하는 과정을 요구합니다. 현재 한국정부가 이야기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논할 때에도 당연히 바닥에 있어야할 대전제가 서로를 인정하는 자세와 행동일 것입니다.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름을 안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족 A가 북 사업파트너에 느낀 불만 

얼마 전 단동 거주 한국인 K는 역시 오랜 지기인 조선족 A를 만났습니다. A의 사무실 위치는 '고려거리'라 명명되어 있는 거리에 있습니다. 단동세관 주변에 자리잡고 있고 북중 무역과 관련된 상점들이 많습니다. 거기에다 우리민족 입맛에 맞는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이어서 북측에서 나온 출장자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장소입니다.

북중 무역에 관련하는 상점들이 몰려있는 단동의 고려거리.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점도 많고 북한 출장자들의 왕래도 많은 곳이다. 사진= 필명 이 강
북중 무역에 관련하는 상점들이 몰려있는 단동의 고려거리.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점도 많고 북한 출장자들의 왕래도 많은 곳이다. 사진= 필명 이 강

그래서 A의 사무실은 K가 오다가다 들르는 참새 방앗간 같은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K는 그 사무실에 북측 출장자나 주재 성원들의 출입이 너무 잦아서 그들의 불편을 살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방문 빈도수를 자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날도 K는 북측의 모 선생이 얼마 전 출장 나왔던 소식에 1주일여 시간을 건너뛰어 A사무실을 찾았습니다.

A는 일주일 만에 눈에 띄게 수척하고 피곤해 보였습니다. "무슨 일 있냐"고 묻자 A가 기다렸다는 듯 북에서 출장 나왔던 모 선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음식 대접과 필히 동반되는 술자리 응대 등으로 몸도 축이 났지만 참기 어려웠던 것은 '염치없는' 북측 선생들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출장비 거의 없이 나온 것은 관례상으로 이해하나 매한가지로 부족한 주머니 사정인 A의 지출에 대한 배려나 남의 돈 쓰는 처지에서 지켜야할 행동과 태도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가는 자본주의 사회지만 그들(북측 출장자)은 가야할 곳은 반드시 가야 했고, 해야할 일은 한다는 식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K는 잠시 과거 북측 출장자들과 관련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제재가 본격화되기 전 단동사회에서 북측의 유력한 기관(회사) 출장자가 단동에 나타난다는 것은 일종의 조그만 사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보를 입수한 몇몇의 중국회사들이 그 출장자들을 경쟁적으로 자기회사와의 인연으로 모시기 위해 기차역이나 세관마당 또는 머무는 숙소 앞에 진을 치고 유인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계획경제 체제로 기관 및 회사별로 사업 항목에 대한 수출입 권한이 분배돼 있습니다. 따라서 사업이 유망한 항목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는 북측 회사와의 연결은 북측 내에서 해당 품목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계약을 위해 중국을 방문하는 북측 출장자는 단동의 회사들에게 돈줄 이상의 존재입니다. 관례상 그들이 체류하는 동안 모든 경비가 모두 중국회사로 부담됩니다. 여기에 중국회사 측의 불만이 제기될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엔제재와 미국 제재로 인해 북한의 생산물이 정식으로 중국으로 나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측 회사들의 수출 권한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 형국이 됐습니다.

현시점에서 조선족 A씨가 느끼는 '염치없다'는 표현이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더욱이 A는 대북사업을 시작한 연륜이 짧은 관계로 북측으로부터 그 막강한 내부 독점의 혜택을 누려 본 적도 없기에 더더욱 A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결코 고의일 수 없는, 안타까운 그들의 '몰염치' 

하지만 단동에 20년 가까이 살고있는 K의 눈에는 '총량적 관점'에서 북한 출장자들의 태도가 결코 염치없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더구나 경제제재로 인한 현재의 상황이 그들의 의도나 고의성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 40대인 조선족 A는 K와 같은 한국 사람처럼 이미 모든 것이 '돈'으로 환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라나고 살아왔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북측 동포들은 아직도 삶의 많은 부분에서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환경에 속해 있으며, 그들이 살아왔던 대부분의 세월 또한 돈이 아닌 다른 법칙들에 의해 작동되었습니다. 오히려 나이가 지긋한 세대들에게 '돈은 천박한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내가 현재 돈이 없고 나의 대방이 돈이 좀 있어서 자신들에게 출장기간중 베풀어주는 배려에 대해 우리 생각과 달리, 상당히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은 더 큰 무엇인가(대부분이 내부의 허가권 같은 권리)를 줄 수도 있고, 자신들이 국내적으로 가지는 권리나 위상에 비해 이 정도 신세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무역지도원들이 북에서 자라나고 교육받을 때 북한식 사회주의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을 때라는 점입니다. 그들은 자라면서 국가로부터 거의 모든 것들을 그저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달리 해석하자면, 받는 것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품성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어있을 것입니다.

A의 '염치없다'는 생각이 그른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양측의 큰 생각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일을 할 때 이 점이 반드시 참작돼 상호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일을 쉽게 풀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북한 출신 화교가 운영하는 고려거리의 북한식 냉면집. 북측 출장자 주재원 단골이 많아 30분이상 줄 서야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사진= 필명 이 강
북한 출신 화교가 운영하는 고려거리의 북한식 냉면집. 북측 출장자 주재원 단골이 많아 30분이상 줄 서야 냉면을 맛볼 수 있다. 사진= 필명 이 강

남측 자유분방한 태도...북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또 하나 크게 다른 점은 그들의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태도와 습성입니다. 사실 우리가 너무 자유주의적이어서 그렇지 않는 북측 사람들의 모습에 상대적으로 더 거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과거 남측 인사들이 북측 동포들을 만날 때 우리의 자유주의적 언행으로 인해 의외의 긴장관계가 유발되거나 불편함이 초래된 사례들이 차고 넘쳐났습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우리의 자유분방한 표현이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심한 경우 모욕감을 줄 수 있는데도, 자유분방한 한국 분들이 자제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기에 추가해 북측 사람들에게는 비밀주의가 일반적입니다. 특히 단 둘이 있을 때의 표현과 북측 성원들 두 사람 이상과 같이 있을 때의 표현은 달리 해야합니다. 우리 생각에 이해 상충이 안 되리라 생각되는 지점에서도 반드시 둘 사이의 내용을 다른 이들이 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꼭 지켜줘야 할 비밀주의과 '돈'에 대한 상반된 인식 

왜냐하면 자신들의 윤리와 도덕에서 금기시되는 무엇인가가 우리 둘 만의 대화에 녹아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크던 작던 간에 돈과 관련된 문제는 더 그렇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돈은 매우 천박한 것이고 자본주의 세상에서 퇴행의 근원이 돈이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북측과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북측 파트너들과 이런 비밀주의 원칙을 잘 이해하고 운용한다면 성공 확률이 커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기준 또는 서방의 기준에서 백번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사항이라도 한번 더 나의 파트너에게 상의하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가족애 강한 북측 사람들, 남측 1인가구化와 '대조적'

다음으로 가족생활과 관련된 일입니다. K가 20여년 단동생활에서 북측 단동 주재원들에게 느낀 '공통되는 생활양식'이 있습니다. 그가 만났던 북측 남성 주재원들의 일관된 공통점은 아내 없이 식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을 제대로 꾸려가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세대간 차이가 있고 지금은 약간의 변화도 느껴지지만 적어도 현재 기준으로 50대 이상의 남성들 대부분에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장기 체류 주재원의 경우 거의 다 부부가 같이 나와있는데 일이 있어 아내가 평양에 들어갈 때면 떠나기 며칠전부터 걱정하는 북측 남자들을 봅니다.

남측 출신인 K의 눈에 처음에는 이들이 엄살부리는 양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 나름 심각했고, 실제로 아내가 없는 일주일, 보름의 시간은 불행해 보이거나 초라해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점도 우리와 매우 다른 점입니다. 핵가족화되고 1인가구가 보편화되는 사회에 익숙한 남측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가족주의 온정'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가부장적인 냄새가 나는 낯설기조차 한 현상입니다. 매우 다른 점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10여년을 가족과 떨어져, 특히 아내와 떨어져 사는 K가 외계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 이 강`(필명)은 2000년대 초반부터 단동에 정착, 다양한 대북사업을 진행했다. 본인 사정상 필명을 쓰기로 했으며, 사진도 싣지 않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