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사례처럼, 비즈니스 현장의 경험과 느낌의 '내재화' 필요
투자를 통한 빠른 성과내기를 강조하는 창업생태계의 변화 필요해
[이정태 스타트업 멘토] #창업 사례 1.
맥도날드의 성공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운더(The Founder)’를 보면, 맥도날드 형제는 처음부터 지금 같은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를 했던 게 아니었다. 맥도날드 형제는 처음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차를 타면서 먹을 수 있는 ‘드라이브인’ 바베큐 레스토랑을 했는데, 꽤 성공했다.
하지만, 매출이 원하는 만큼 늘지 않고 정체되었다. 게다가 대응하기 힘든 10대와 폭주족들도 포함된 고객들, 많은 종업원이 필요한 서비스 구조, 늘어나는 직원 급여, 자주 깨지는 접시 비용 등 늘어나는 간접비용에 고민도 늘어났다.
어느 순간에 주로 팔고 있는 게 세 가지 음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햄버거, 감자튀김. 소프트드링크. 세 가지에 집중하면서 주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테니스장에서 스태프들이 모여 6시간에 걸쳐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수정했다. 유명한 장면이다. 그리고 차에서 주문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줄을 서서 주문하도록 서비스를 바꾸었다.
당시에는 대담한 시도였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찾지 않았다. 이벤트도 하고 마케팅 활동에 주력했다. 고객들이 오지 않아 사업을 포기하려는 순간, 엄청한 물결로 고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 맥도날드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후에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서비스를 넘겨받은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서비스를 프랜차이즈 모델로 만들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글로벌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갔다.
#창업 사례2
경력 10년이 넘어선 헤어디자이너 김진경(가명)씨는 최근에 자신의 헤어샵을 열었다. 10평 남짓 되는 자그마한 헤어샵은 머리를 자를 손님이 앉는 자리가 두 개 밖에 안 된다. 철저하게 예약손님만 받으며, 머리를 감겨주는 알바생도 없이 혼자서 모든 걸 처리한다. 주위에서 지나가다가 들르는 손님도 예약 이후에 머리를 자를 수 있다. 일반 손님을 받지 않아도 예약 손님이 많아 거의 빈 시간이 없다. 애초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고객명단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 헤어디자이너 프랜차이즈 샵에서 부지점장까지 올라가면서 관계를 맺어온 고객이 5백 명을 넘어선다. 남들과 비교 안 될 정도로 뛰어난 가위질과 손님과 공감하는 소통 능력이 뛰어난 덕분에 단골고객이 꾸준히 늘어났다.
특이한 건 남자 고객이 여자 고객보다 많다는 것이다. 바리깡이라 부르는 커트 기구를 쓰지 않고 오로지 가위질로만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주는, 찾기 어려운 헤어디자이너라는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본인이 근무하는 샵은 서울 강남에 있는데, 손님들은 서울 뿐만 아니라 경기 각 지역에서 찾아온다. 심지어 파주에서 오는 사람도 있고, 가족 전체가 다 한꺼번에 오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근무하던 헤어샵이 인수되면서 다른 프랜차이즈 샵으로 넘어가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고객들과 관계를 생각해서 일단 계속 근무하기로 했다. 대신에 실장으로 직급을 낮춰달라고 했다. 이전에 근무했던 샵보다 가격이 비싼 새 헤어샵에 기존 자신의 고객들이 찾아오지 못할까봐 우려했던 것이다. 오래 근무하지 않아 불행하게도 병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면서 그만 둘 수밖에 없게 됐다.
수술 이후 푹 쉬었다가 자신의 샵을 열려고 했지만, 고객들의 성화에 두 달도 채 쉬지 못하고 샵을 열게 된 것이다. 고객들 중 자신의 건물 1층이 비어있으니 와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기도 했고, 어떤 분은 계속 전화나 문자로 오픈일자를 물어보기도 했다. 고객들이 새 샵의 위치를 정해주기도 했다.
여러 고객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 편의성을 고려해 서울 강남을 벗어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처음에는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시작하기로 했고, 기존의 고객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기로 하고 작은 규모로 오픈한 것이다. 몇 년 정도 이렇게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은 뒤 차근차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예비창업자들을 위한 BM수립 교육, 충분한가?
이전에 한번쯤은 들어본 것 같은 사례를 약간 장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풀어쓴 것은 스타트업이 비즈니스를 풀어가는 방법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교육에 대해서 한번쯤은 짚고 가야 될 포인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요즈음은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하면서 한번쯤은 비즈니스모델 교육을 받게 된다.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비즈니스모델 캔버스(BMC)인데,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와 예스 피그누어 교수가 개발한 BM수립도구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제품 및 서비스를 생산, 관리, 판매하는 방법을, 그림을 보듯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된 9개의 블록으로 쉽게 표현한 비즈니스모델 수립 방법론이다.
BMC는 2011년 ‘비즈니스 모델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어 이제는 창업자의 바이블이 되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영학 이론에서 벗어나 일단 9개 블록을 채우면(30분 이내에도 가능하다), 자신의 비즈니스의 골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비전공자나 경영학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접근이 쉬워진 것이다. 창업 교육에서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비즈니스 도구들이 활용되고 있다. BMC에서 파생된, 스타트업에게 더 잘 맞게 수정한 린캔버스도 생겼고, 가치제안캔버스도 있다. 또한, 서비스 디자인 도구들도 이미 소개되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고객여정지도(customer journey map), 고객페르소나(customer persona)가 그 대표적인 도구들이다. 어느 때보다도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아졌고 이를 활용해서 좀 더 쉽게 자신의 비즈니스를 구체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도구들을 한번쯤 접하지 못한 창업자들은 창업자 축에 끼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 이 도구들을 잘 활용해서 창업자들이 이전보다 자신의 사업을 더 잘 조직화하고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일까?
경험없고 느낌없이 비즈니스 이해할 수 있을까
위에서 밝힌 사례들을 보면서, 스타트업 교육의 언저리에서 이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는 반성을 해보게 되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겪게 되는 경험과 느낌 없이 과연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잘 개발되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비즈니스 도구들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부분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훈련하는 데에는 한계가 명확한 건 아닐까?
실제로 벤처1세대 시기보다 전체적으로 창업 교육에 대한 체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얼마나 좋아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현장이 반영되지 않은 비즈니스 도구는 또 하나의 가설을 만들어내는데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맥도날드 형제들이 패스트푸드라는 비즈니스 아이템이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었기에 생명력을 가지게 되었고, 살아있는 고객 가치가 된 것이었다. 테니스장에서의 학습과정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리스크를 건 변화를 시도해서 성공한 것이다. 살아있는, 파워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건 그냥 30분 안에 그림 그리듯 이루어지는 건 분명 아닌 것이다.
"사업 하는 것은 그림 감상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지금의 맥도날드를 성공시킨 레이 크룩의 자서전 ‘사업을 한다는 것’의 한 챕터의 제목이 ‘사업은 그림처럼 벽에 걸어놓은 뒤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다’이어서 흥미로웠다. 또한, 두 번째 헤어디자이너 사례를 보면, 성공적인 비즈니스의 기초가 된다는 고객과 고객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헤어디자이너는 고객 가치와 고객 군에 대해 몸으로 알고 있고, 그걸 유지하고 발전시키고자 치열한 노력을 한 것이다. 때문에 비즈니스 기반이 갈수록 튼튼해지고, 어느 순간에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 교육이 이런 부분을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단순히 일회성 교육이나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되는 건 ‘경험의 내재화’ 측면에서 사실상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더라도 지속적인 교육 형태가 되지 않으면 어렵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그 효과는 비즈니스모델을 적절하게 피벗(방향전환)해서 ‘점프 업’을 하는 데에는 역시 제한적인 것 같다.
창업자들은 경영학과 학생이 아니다. 바로, 곧장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쟁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셋업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앉아서 한가하게 비즈니스 그림만 그리고 있을 때는 아닌 것이다. 그 그림을 현실 속에서 바꾸고 발전시켜나가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야만 성공이 보인다. 현재 방식으로는 부딪혀서 깨지면서 배우고 익혀온 그 이전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 안타깝다.
최근에는 이런 학습조차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과 창업 관련 기관들이 모두 창업교육을 하지만, 대부분 짧은 기간에 끝나게 마련이다. 이보다 더 긴 교육을 수요자들이 좋아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교육기간이 길어지면 제공하는 쪽에서도 운영상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효과 또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창업생태계의 암묵적인 동의도 있다는 느낌도 배제할 수 없다.
예비창업자 교육 충실화보다 투자처 찾기로?
무게의 중심은 교육에서 투자로 넘어가버렸다는 건 이미 다 아는 현실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마음으로 ‘좋은 떡잎 찾기’게임에 모두들 열중하는 분위기임에 틀림이 없다. 유니콘을 만들겠다는,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열망과 의지가 집중되는 느낌이다. 대기업에 의존한 성장을 벗어나는 모습이라 보기는 좋지만, 그러한 열망을 잘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좀더 넓고, 깊고, 길게 호흡을 가져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오랜 기간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쳐 다듬어지고 발전되어 온 비즈니스 도구들과 현장에서의 경험이 결합되어, 시간과 노력과 리스크도 이전보다 줄이고, 비즈니스 경영 역량도 키워 맥도날드 형제나 헤어디자이너처럼 현실 속에서 뿌리내리는 경영자가 되도록 잘 지원하는 학습방법은 없는 것일까.
창업자의 안목과 근육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효과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그냥 한번쯤 해보는 과정으로 끝나지 않고, 학습과 경험이 나선형으로 누적되면서 성장하는 과정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기여하고, 성장하는 창업가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무더운 공기로 답답한, 7월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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