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성공의 관건은 부동산 자산유동화
상태바
홈플러스 성공의 관건은 부동산 자산유동화
  • 김현민
  • 승인 2015.09.08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 활용해 턴어라운드 성공한 시어스가 벤치마킹 사례

 

7조원대 메가딜로 이슈가 된 홈플러스 매각 건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매각대상 기업인 홈플러스의 가치가 주 영업모델인 리테일 사업에서가 아니라, 보유 부동산에 기반한 현금흐름에 의해 평가됐다는 점이다. 매각주체인 테스코(TESCO)와 인수 후보들 사이에 거래 가격이 1조원 가량 차이가 나며 가치산출에서 불협화음이 컸는데, 그 차이는 결국 부동산 가치 평가에서 나온 것이었다..

 

MBK, 부동산 자산평가와 활용 방법을 제시해 홈플러스 인수

본입찰에서도 역시 부동산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쟁 구도를 이루었던 사모펀드 KKR과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인수가격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 자격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부동산에 대한 자산 가치평가와 그 활용 방법이었다.

대주주 우선 배당 후 매각의 조건에서 대상 기업의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되는데, MBK는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증자 계획을 세우는등 한국적 정서에 부합하는 파이낸싱 방법을 내놨다. 이를 위해 MBK는 홈플러스라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에서 부동산 자산가치 측면을 기초로 한 차입금융 구조를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의 차입금융 모델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그에 따른 지분과 현금흐름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MBK는 홈플러스 기업가치의 대부분이 부동산에서 발생한 점을 들어 부동산 자산을 집접 담보로 제공한 차입금융 구조를 구상한 것이다.

지금까지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과 파이넨싱 계획은 나름 순조로웠다. 하지만 모든 딜이 그러하듯, 인수 이후 턴어라운드 경영, 그리고 최종 출구(exit) 전략까지는 험난할 듯 싶다. 일단 하이퍼마켓 업계가 성장률 1%에도 못미치는 침체기를 겪고 있고, 경쟁 심화로 실적개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00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24% 이상 떨어졌다.

현재로서 예상되는 출구 시나리오는 인수 후 자산유동화를 통한 점포별 분할 매각으로 보인다. 경쟁력이 없는 매장들을 통폐합하고, 그후 점포별 혹은 체인별로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영 개선만으로 영업상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파산설 돌던 시어스홀딩스, 부동산 리츠회사 스핀오프로 성공

홈플러스 매각 건을 지켜보면서 떠오르는 해외 사례가 있다. 한때 리테일 업계의 강자였지만, 최근까지 경영난을 겪어 온 시어스홀딩스(Sears Holdings)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어스홀딩스는 10년전 K마트와 시어스의 인수합병(M&A) 이후 계속되는 실적 부진과 운영자금 부족으로 파산설까지 나돌며 고전했지만, 최근 리테일 기업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부동산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먼저 SHC리얼티(SHC Realty)라는 브랜드로 자체 상업용 부동산 매매 및 임대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별도의 리츠(REIT) 회사를 스핀오프(spin-off)해 자사에 소속된 부동산을 직접 취급함으로써 현금 확보 및 비용 축소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세리티지(Seritage Growth Properties)라는 부동산리츠와 합작해 254개 영업매장을 세일앤리스백(Sales & Lease-Back: 매각후 재임대) 방식으로 처분해 25억 달러를 조달했다. 또 제너럴 리츠(General Growth Properties)와 50대50 지분합작으로 3억3,000만 달러 가치의 12개 매장을 같은 방식으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사이먼그룹(Simon Property Group)과의 지분합작으로 리스백을 통해 10개 점포에서 2억3,000만 달러의 현금을 창출했다.

지난 1·4분기 기준으로 시어스홀딩스의 현금자산은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분기 대비 70% 이상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현금성 지출 금액만 2조 달러가 넘는 규모의 회사임을 감안했을 때 8억 달러 남짓한 크레디트라인을 포함해도 현금 유동성은 한없이 부족하다. 지난 4년간 적자 규모만 7조 달러가 넘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진행하는 부동산 카드를 활용한 유동화 전략이야말로 적절한 가치창출인 셈이다.

시어스홀딩스는 리테일 사업부문에서의 적자로 수렁에 빠져 있었지만, 리츠 부문의 스핀오프를 통해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모델 케이스로, 세계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리테일 기업 부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가 리테일 부문에 대한 경영 혁신 과정에서 부동산의 키를 어떻게 쥐고 갈 것인지, 미래 가치 창출에 리테일과 부동산 가치를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