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실패’ 한미약품, 20%대 폭락…“비만치료제 상업적 성공가능성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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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실패’ 한미약품, 20%대 폭락…“비만치료제 상업적 성공가능성에 의문”
  • 김솔이 기자
  • 승인 2019.07.0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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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한미약품에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 권리 반환
한미약품 "비만치료제 개발할 것" 발표...우려 시각 여전
"주가 반등하려면 연구개발 모멘텀 가시화해야"
한미약품 주가가 4일 오후 전 거래일 대비 27% 급락하고 있다. 비만‧당뇨치료제 기술이전 무산된 탓이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약품 주가가 4일 오후 전 거래일 대비 27% 급락하고 있다. 비만‧당뇨치료제 기술이전 무산된 탓이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이 기자] 한미약품 주가가 비만‧당뇨치료제 기술이전 무산 여파로 4일 주식시장에서 급락하고 있다.

회사 측은 향후 개발 계획을 토대로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의미한 기술이전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 투자심리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1시 52분 현재 한미약품은 전일 종가(41만4500원) 대비 11만2500원(27.14%) 급락한 30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 ‘당뇨 동반’ 비만 환자 치료 효과 기준 미달

한미약품이 전날 파트너사 얀센(Janssen)이 GLP-1·GCG 계열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한 뒤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약효를 오래 지속시켜주는 랩스커버리(LAPSCOVERY) 기술이 적용됐으며 체중 감소 및 혈당 조절을 도와준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얀센과 9억1500만달러 규모의 HM12525A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얀센은 한국‧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이 치료제의 개발‧판매 권리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최근 얀센이 진행한 두 건의 임상 2상에서 HM12525A 효과가 얀센 내부 기준에 미달,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한미약품은 계약금(1억500만달러)을 얀센에 돌려주지 않는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체중 감소에는 목표치에 도달했으나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 수준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GLP-1·GCG 계열의 치료제는 BMI가 높을수록 체중은 더 잘 빠지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혈당 강하능의 경우 BMI 영향이 크지 않다. 얀센은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했다. 만약 높은 BMI 에서도 혈당 강하능이 부족했다면 이보다 낮은 BMI 30 정도의 비만‧당뇨 환자에서 유의미한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 셈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다른 GLP-1 단독 제제들이 체중 감소와 혈당 강하를 동시에 달성한다”며 “HM12525A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한미약품 목표주가 줄하향

한미약품은 4일 개장 전부터 투자자 달래기에 나섰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얀센의 임상 2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비만 환자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며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게 혈당 조절에 대한 니즈가 더 필요하다는 걸 확인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발 방향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장과 동시에 한미약품 주가는 19%대 하락, 장중 30만1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 초반부터 점차 낙폭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DB금융투자‧NH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잇달아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키움증권으로 기존 46만원에서 35만원으로 23.9% 내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임상 2상 완료에 따른 임상 3상의 성공 확률을 적용해 HM12525A의 신약 가치를 1조2000억원으로 추정했다”며 “이를 제외하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 비만치료제 상업적 성공 가능성 ‘의문’

나아가 HM12525A를 비만치료제로서도 개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비만‧당뇨치료제 시장은 우수한 효과를 자랑하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LY3298176)’를 비롯해 1일 1회 경구용으로 편의성을 겸비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이 나오며 개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두 치료제 모두 임상 2상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났다는 평가받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1.0밀리그램(mg) 용량으로 체중 6.5킬로그램(kg)이 감량됐고,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14mg 용량으로 체중 5.0kg이 줄었다. 티르제파티드는 15밀리그램(mg) 용량으로 체중이 11.3kg 감소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 자체적으로 HM12525A를 비만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으나 경쟁사의 임상 2상에서 체중 감소 결과를 고려하면 HM12525A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은 낮을 것”며 “용량 대비 비열등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다소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권 연구원 또한 “한미약품은 아직 비만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지만 비만치료제로서 개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며 “계약이 해지에 따라 신약가치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 네 번째 기술 반환…R&D 신뢰 회복해야

한미약품의 기술 반환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일라이 릴리가 BTK 억제제(HM71224) 권리를 돌려줬다. 앞서 2016년 9월에는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이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반환했다. 또 같은해 12월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랩스인슐린115 권리가 계약 변경을 통해 한미약품에 돌아왔다. 이번이 사실상 네 번째 기술 반환이다.

현재 한미약품에 남은 기술이전 계약은 2015년 사노피와 계약을 체결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이듬해 제넨택과 맺은 표적항암제 ‘벨바라페닙(HM95573)’ 등이 있다.

다만 이들의 성과 전망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은 GLP-1 계열 시장 포화 상태로 경쟁 약품 대비 우월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여기에 당뇨 치료제 개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랩스커버리 기반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가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벨바라페닙은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난 5월 ‘2019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대보다 항암 효과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하반기 한미약품의 기술 개발 계획으로는 ▲고형암 치료제 오락솔(Oraxol)  3상 종료 ▲비만·비알콜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HM15211’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HM15136’의 임상 1상 종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Poziotinib)의 임상 2상 중간 결과 발표 등이 예정돼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개발 초기 단계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기술 연구개발(R&D) 비용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재무적 부담만 키우는 점도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한미약품은 2000억원에 가까운 연구개발 비용을 지출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영업 현금흐름은 260억원에 불과했고 순차입금 규모가 5000억원에 달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술 수출 등 연구개발에 따른 결실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힘들다”며 “한미약품을 매수하려면 새로운 모멘텀(상승 동력)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올 하반기 연구개발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의 연이은 악재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데다 기술 반환까지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밸류에이션상 주가가 10%이상 급락시 과매도 구간으로 판단, 하반기 다수의 연구개발 모멘텀이 기대되므로 낙폭 과대시 매수를 권고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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