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불가능한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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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 불가능한 3가지 이유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7.0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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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 제시
역대 최초 제시안 의결된 사례 없어
정부도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언급
노동계·경영계 모두 "내년 1만원 어려워"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내년에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과거 최저임금 결정현황을 비롯해 침체된 국내 경기에 따른 경영계의 극심한 반발과 더불어 정부의 속도조절론까지 고려하면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1만원 실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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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측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2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는 사용자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노동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현행(8350원) 대비 19.8% 인상안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원이다.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인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적정 시급은 1만원”이라며 “1만원은 비혼단신 노동자 및 1인가구의 생계비 수준으로 복수의 소득원이 있는 가구실태를 고려하더라도 가구 생계비의 80~90%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비혼단신근로자의 생계비를 근거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는 실현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역대 최초 제시액 의결된 사례 없어

일반적으로 최초 요구안은 최대 기대 수준을 반영한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최초 요구안을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한다. 전원회의를 통해 제시액 간격을 좁힌 뒤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의 최종 제시액을 표결에 부쳐 결정한다.   

다만,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 제시안이 의결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노동계는 지난해 최초 제시안으로 1만790원을 제시했으나 8350원으로 의결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으나 각각 6030원, 6470원, 7530원으로 최종 결정된 바 있다. 

최초 요구액과 의결 금액 간격이 가장 적었던 때는 1990년으로 당시 노동계는 712원을 최초 요구액으로 제시했고, 최종적으로 공익위원안인 690원으로 의결됐다. 

◆ 계속된 경기 둔화…반발 극에 달한 경영계

경영계의 반발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늦추게 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 부진과 경영난을 호소하며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연일 강도높은 반대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지난 2년 간 최저임금을 약 30% 인상했고, 더 올린다면 중소기업 등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며 "기업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근로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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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가진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았다"며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소상공인의 처지를 감안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주요 국민경제적 부담 현황' 보고서를 근거로 ▲기업과 노동시장의 부담 ▲정부 재정지출 부담 ▲사회보험과 생활물가 인상에 따른 사회적 지출 부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 이외에도 정부, 가계 등에까지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내년 최저임금은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고 우리 경제·사회가 소화여력을 재충전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주체의 부담능력, 시장의 수용 측면이 꼼꼼하게 반영돼야 한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공약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한 것도 감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방송 대담에서 "(대선 당시 최저임금) 공약이 '2020년까지 1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조건 그 속도로 인상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2년에 걸친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을 주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적정선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며 대선 공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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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열린 '국민 무시! 최저임금노동자 멸시! 경총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 등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동계·경영계 "내년 최저임금 1만원은 어려워"

경영계는 물론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한 노동계 모두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경영계는 전원회의에서 최초 제시안으로 동결 또는 마이너스 요구안을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계가 제시한 1만원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 역시 "최저임금 1만원은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최근 악화된 고용지표가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는 논리하에 요구한 제시액으로 상징적인 금액"이라며 "사용자측이 마이너스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노동계 나름의 논리를 적용한 요구액으로 1만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이콧을 철회하고 전원회의 복귀를 결정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동결 또는 인하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전원회의를 앞두고 있는 사용자위원들이 현재까지도 최초 요구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는 오후 5시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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