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예술가들의 사랑, 그리고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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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예술적인 法] 예술가들의 사랑, 그리고 이혼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
  • 승인 2019.07.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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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송중기 등 예술가들 이혼청구, 일반인보다 눈에 띄어
예술가의 사랑, 예술활동의 에너지 원천이면서 결혼 파탄 사유
'파탄주의' 채택하더라도 위자료 대폭 증액, 재산분할에 유책성 참작해야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변호사

[김민정 법무법인 휘명 변호사] 최근 잇따라 연예계의 굵직한 이혼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책주의’와 ‘이혼 조정 신청’ 등 이혼의 법적 절차에 대해서도 대중들의 관심이 커졌다.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지난 달 14일 홍상수 감독이 서울가정법원에 제기한 이혼청구가 기각됐다. 그 이유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책임이 홍상수 감독에게 있고 부인은 이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이 있는 사람이 제기한 이혼청구는 인정하지 않는 법리인 ‘유책주의(有責主義)’를 따른 것이다.

홍상수 감독 이혼청구 패소, 송중기-송혜교 이혼조정 신청

이어 지난 주에는 배우 송중기, 송혜교 커플이 이혼조정을 신청했다고 전해졌다. '조정이혼'은 소송과 달리 조정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서 상호 타협과 양보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다. 우리나라는 조정전치주의(調停前置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이혼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먼저 조정을 신청해야 하며, 바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도록 하고 있다.

1년여만에 결혼 파탄이 이른 송혜교(왼쪽)와 송중기 커플. 사진= 연합뉴스
결혼 2년만에 사실상 파탄에 이른 송혜교(왼쪽)와 송중기 커플. 사진= 연합뉴스

작년 한해의 이혼 건수가 약 10만 8700건에 이른다는 통계가 나오는 요즘에 이혼이 그다지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혼이 큰 흠으로 여겨지던 과거의 시절에도 유독 연예인을 포함한 예술가들의 이혼은 일반인들에 비해 잦은 듯했다. 실제로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세계적인 예술가 중에도 많은 경우 혼인관계, 특히 첫 결혼생활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 2월 별세한 세계적인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의 경우 영화배우 미아 패로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전남편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다섯 번의 결혼과 이혼의 경력자였다. 또 중국의 유명배우 공리는 최근 열여덟 살 연상의 71세의 프랑스 음악가와 재혼을 했다고 알려졌다. 독일의 대문호인 헤르만 헤세는 세 번의 결혼을 했고,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디에고 리베라는 역시 유명한 화가인 프리다 칼로를 포함하여 네 명의 배우자가 있었다.

예술가들 결혼생활 실패, 가장 큰 원인은 '사랑' 탓?

이렇듯 많은 예술가들이 한 사람과의 안정된 혼인관계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자유분방하고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의 개인적인 성향은 한명의 배우자에게 구속돼 평생 신의를 지켜야 하는 지금의 결혼제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직업의 특성상 불규칙한 생활, 밤늦은 시간의 작업과 그에 이어지는 동료와의 술자리 등은 상대방 배우자의 입장에서, 특히 배우자가 예술가가 아닐 경우에는 더욱 더 이해하고 맞춰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예술가들이 하는 일, 즉 예술 활동의 ‘본질’에 있어 보인다. 예술 작품들의 모티브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것이 순수한 첫 사랑이든, 불륜이든 혹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그 상대와 형태를 불문하고 사랑과 무관한 예술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심지어 액션영화에도 주인공의 여인이 반드시 등장한다).

이렇듯 사랑을 모티브로 한 음악, 미술, 무용, 문학, 영화 등의 작품을 창작 또는 실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경험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그 작업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감정을 극대화시켜 이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로 예술사에서 빛나는 위대한 작품 뒤에는 어김없이 영감을 불어넣은 예술가의 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실제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재능을 극대화 하는 데에 막대한 역할을 했다. 슈만과 브람스의 영원한 사랑인 ‘클라라 슈만’이 없었다면 지금의 고결하고 아름다운 곡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조르주 상드’가 없었다면 쇼팽의 멜로디가 이만큼 애절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가 살바토르 달리는 아내 ‘갈라 달리’를 “내게 상상력을 가져다준 천사”라고 했고, 비틀즈의 존 레논은 ‘오노 요코’에 대해 “비틀스를 시작할 때부터 내 주변에 예쁜 여자들은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 나와 예술적 온도가 맞는 여자는 없었다. 난 늘 내 음악을 이해하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꿈을 꿔왔다. 나와 예술적 상승을 공유할 수 있는 여자 말이다. 요코가 바로 그런 여자였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배우자와의 사랑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야 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수입과 지출을 따져가며 가사와 육아에 치이는 현실 속에서 더 이상 '연인'이 아닌 '룸메이트' 또는 '육아동지'로 살아가는 결혼생활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큰 결핍과 불행을 줄 수 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이런 예술가들에게 우리 법원의 '유책주의'는 홍상수 감독의 경우에서 보듯이 의미 없는 법적 혼인 관계의 유지만을 강제하는 괴로운 족쇄일 것이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륜 관계를 맺고, 이혼신청을 했다가 패소한 홍성수(왼쪽)- 김민희 커플. 사진= 연합뉴스
배우자가 있음에도 불륜 관계를 맺고, 이혼신청을 했다가 패소한 홍상수(왼쪽)- 김민희 커플. 사진= 연합뉴스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바뀌는 추세...전제조건 마련해야  

'유책주의'는 본래 축출이혼을 막아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혼생활과 가족제도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자유에 대한 인식 확산에 따라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2015년 9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대 6의 근소한 차이로 아직까지 유책주의가 고수되고 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 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요즘의 세태에서 '혼인의 실질이 파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라'는 유책주의의 법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듯 보인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그랬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옮겨갈 것이다. 우리 법원도 예외적으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완화된 유책주의의 입장을 보이며 그 변화의 과정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파탄주의를 완전히 받아들이기 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 파탄주의가 엄숙한 혼인서약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혼인관계와 가족제도에 대한 무책임을 낳지 않도록 유책배우자가 지급할 위자료를 대폭 증액하고, 재산분할에도 그 유책성을 충분히 참작해 결정하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다.
 
"혼인 생활이 완전히 종료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항소를 포기한 홍상수 감독을 보며, 문득 필자의 독일 유학시절, 두 명의 전처와 자식들에게 거금을 지급해 자신은 자가용조차 없다고 하면서도 세번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한 저명한 연주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 김민정 변호사(법무법인 휘명)는 서울대 음악대 기악과(피아노 전공), 베를린 국립 예술대를 나왔다. 이후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휘명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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