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심상찮은 '反송환법' 시위...중국, 개입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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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심상찮은 '反송환법' 시위...중국, 개입 나설까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19.07.02 15:22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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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 입법회까지 점거
시위대 "친 중국성향, 캐리람 행정수반 물러나라"
매년 열린 홍콩반환일 집회, 반 중국 정서 더욱 커져
홍콩의 중국 반환 22주년을 맞은 1일 오후 주최측집계 55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인 인도 조례 폐기와 캐리 람 장관 사임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AFP.
홍콩의 중국 반환 22주년을 맞은 1일 오후 주최측집계 55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범죄인 인도 조례 폐기와 캐리 람 장관 사임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사진=연합뉴스, AFP.

[홍콩=이지영 통신원] 홍콩 반환 기념일이었던 1일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입법회(국회의사당)가 점거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입법회를 점거했던 홍콩 시민들 위주의 시위대는 경찰이 출동하기전 입법회를 빠져나와 폭력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대는 홍콩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입법회 점거 시위까지 감행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 하고 있다. 

범죄인 인도를 위한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점차 반(反)중국, 민주주의 쟁취 시위로 변화하고 있다.   

친 중국 경향은 대부분의 현지 언론은 시위대가 홍콩을 무정부 상태로 치닫게 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홍콩 정부와 시위대가  강대강 대립 국면으로 맞붙으면서 중국 정부 개입이 시간 문제라는 언론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홍콩시민이 요구하고 있는 '범죄인인도 송환법 철회'와 캐리 람 장관 사퇴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중국 개입이 현실화할 경우 홍콩 시위는 장기화 할 수도 있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홍콩반환일' 집회...'反 중국, 민주주의 회복' 시민 목소리 커져    

홍콩에선 영국 식민지에서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된 1997년 7월1일(홍콩반환기념일)이후 매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997년이후 그동안 열렸던 홍콩반환기념일 시위는 중국으로부터 자본주의체제 유지는 보장 받았으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홍콩 시민들의 불만 표출을 위한 시위였다. 처음에는 수천명이 모이는 수준이었으나 해가 거듭할 수록 당면한 이슈에 따라 시위 규모는 커지고 현장의  반 중국 구호도 더욱 과감해 지고 있다. 

올해는 그 내용과 규모가 보다 진전했다. 반(反) 중국 정서는 예년과 다를바 없었으나 최근 터진 범죄인 인도를 위한 송환법 등 풀리지 않은 난제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1일 벌어진 홍콩반환일 시위는 지난달 부터 불거진 송환법 반대 대규모 시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졌다. 

지난 달 유혈사태까지 일어났던 홍콩의 반 송환법 시위의 연장선에서 펼쳐진 시위는 전무후무했던 시위대의 입법회 점거라는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홍콩반환기념일이었던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열린 홍콩 시위에서 청년들이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국회의사당인 입법회에 들어가 의사당을 점거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반환기념일이었던 1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완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열린 홍콩 시위에서 청년들이 홍콩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의 국회의사당인 입법회에 들어가 의사당을 점거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위대 입법회 점거..."캐리람 행정장관 물러나라" 

이날 열린 시위에는 주최측 집계 55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지난달 22일 200만명이 운집했던 반 송환법 집회보다 참가자 수는 적었으나 역대 홍콩반환기념일 집회 참여자 수로는 최대 규모였다. 

이에 대해 홍콩 일간 명보(明報)는 "같은 이슈를 가지고 지난 달 여섯 번이나 열린 대규모 집회에 피로감을 느낀 홍콩 시민들이 이번 홍콩반환기념일 집회에 나오지 않을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부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청년들이 홍콩의 국회의사당에 해당하는 입법회 건물을 점거하면서 심화됐다. 아침부터 입법회 주변으로 모여든 수천 명의 청년 시위자들은 반환 기념 국기 게양식을 막기 위해서 골든바우히니아광장(金紫荊廣場) 주변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입법회 밖에 모인 시위자 수는 점차 늘어났다. 시위자들은 입법회 건물을 둘러싸고 유리벽과 유리문 여러 곳에 구멍을 내고 시설을 파손했다. 오후 9시께 잠겨있는 철문을 강제로 열고 수 천 명의 시위자가 입법회에 안으로 들어가면서 입법회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이들은 홍콩 입법회가 나서 캐리 람 장관의 탄핵을 주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철저한 보안으로 꽉 닫혀있던 입법회 내부는 순식간에 시위자로 가득찼다. 입법회에 진입한 시위자들은 입법회 내부에 있는 집기들을 파손 시키고 심지어 의사당을 점거했다.

의사당을 점거한 채 시위자는 범죄자 인도 법안(송환법) 철회와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캐리 람 "시위대 비난"...새벽 4시 이례적 성명 발표

이날 자정 무렵 입법회를 점거했던 시위자들은 경찰이 오기 전 재빨리 입법회 점거 농성을 마치고 떠나 경찰과의 격렬한 충돌은 피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자 1명 만 체포된 것으로 현지언론은 보도했다.

이번 입법회 점거 사건은 홍콩 역사상 처음 일어난 사건으로 홍콩 정부나 시민들을 매우 놀라게 한 사건이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례적으로 새벽 4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대 행동을 비난했다.

캐리 람 장관은 홍콩 법의 가치를 위반한 불법 시위는 용납하지 못하며, 반드시 법에 따라 책임을 규명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친 중국 성향 '언론·변호사회' 시위대 비난 동참   

민주화를 촉구하는 사람을 지지하는 법정 변호사협회(大律師公會) 주석 필립 다이크스 (戴啟思)는 입법회를 공격하는 것은 홍콩의 법치를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 시위자의 행동은 절대 공감 받지 못하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현지 여러 언론들도 시위자를 비난하는 보도가 대부분이다. 홍콩의 명보(明報) 사설은 이번 사건은 폭력을 위한 행동으로 밖에 안 보이며 폭력은 역병처럼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력하게 막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사설도 홍콩의 미래는 정부와 경찰이 혼란 상황을 어떻게 멈추게 하고 질서를 회복 시키는지에 달려있다고 언급했다.

동방일보(東方日報)는 올해 7월1일 홍콩은 무정부 상태가 된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친 민주파 언론인 빙과일보(蘋果日報)는 정부의 계속 되는 시민의 요구사항 무시로 폭발된 행동이라며 람 장관이 하루빨리 시민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LIHKG(連登)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는 입법회를 점거한 시위자를 칭찬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이번 시위자들이 경찰이 오기 전에 재빨리 철수해서 쓸데없는 충돌을 피한 것은 좋은 전략이었다고 평가했다.

홍콩시민들은 지난 2016년 한국의 촛불시위를 민주주의 사회의 모범적 시위로 공유하면서 폭력 사태는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의식 공유를 하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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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a 2019-07-06 02:34:26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

S 2019-07-06 02:10:04
좋은기사 많이 부탁드립니다

휴가중 2019-07-06 02:11:52
분석기사 좋네요. 계속 알려주세요.

박종진 2019-07-06 13:09:33
홍콩인이 한국어로 기사를 너무 잘 쓰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