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만난 재계 "무거운 압박" Vs "파급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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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퍼스트' 트럼프 만난 재계 "무거운 압박" Vs "파급효과 기대"
  • 이성노 기자
  • 승인 2019.07.0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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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삼성·현대차·SK·롯데·CJ·두산에 감사 뜻 전달 
대미 투자,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 '당부'
재계 "트럼프의 요청, 정중하지만 무거운 압박"

[오피니언뉴스=이성노 기자]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는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청사진을 그리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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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통해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AP

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을 비롯해 한화, 두산, CJ, SPC 등 대기업 총수 20여명은 지난달 30일 오전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삼성, 현대차, SK, CJ, 두산 등을 직접 언급하며 대미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투자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투자해 준 한국 기업 총수들께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문을 연 뒤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한 대기업 총수들을 향해 "매우 훌륭한 분들" "천재와 같은 분들"이라고 표현하며 일부 대기업을 호명하며 총수들을 일으켜 세워 특별한 감사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대기업 총수들을 치켜세우는 '훈훈한' 간담회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기조를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5대그룹 대기업 한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와 재계의 간담회를 두고 '일방적인 칭찬 속에 대미 투자에 대한 무거운 압박'이라고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기업 총수가 모여 일방적으로 칭찬을 듣는 자리였지만, 대미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압력도 존재한 것 같다"면서 "현실적으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무작정 동참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럴 때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얼마나 외교력을 발휘해 줄지, 중재자 역할을 할 의사는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간담회 분위기는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미투자는 계획대로 꾸준히 하겠지만 그외에 새로운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간담회 참석 이후에 그룹 차원에서 별도로 논의된 내용은 없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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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대미 투자 독려 발언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FP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간담회 발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롯데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롯데를 가장 먼저 언급한 것에 대해 "최근 미국 내 31억달러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신세계, CJ, 농심, 동원그룹 등과 함께 국내 유통·식품기업을 대표해 트럼프 회동 자리에 참석한 SPC그룹은 대미 투자에 대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SPC 고위 관계자는 "행사에 초청된 것으로도 영광"이라며 "그룹 계획대로 2030년까지 미국에 2000개 점포를 열면 이를 통한 직접 고용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파급효과까지 생각한다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PC는 지난 2005년 미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생산시설 설립 등에 8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 78개의 '파리바케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주현지 법인 매출은 1억3400만달러(약 1552억원)를 기록했다.

SPC는 현재 78개인 매장 수를 내년에는 350개, 2030년에는 20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재계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독려 발언'을 두고 가타부타 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간담회 이후 내부적으로 감지되는 특별한 변화는 없다"면서 "기업 투자 계획이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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