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의 외교 인사이트] 지금까지 이런 정상회담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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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의 외교 인사이트] 지금까지 이런 정상회담은 없었다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 승인 2019.07.01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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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정상회담, 두 정상 필요에 의한 것
앞으로 중국 역할 주목해야...
북미, 두 정상 돈독한 관계 확인
실무협상 재개 약속도 성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한 국가의 지도자가 트윗으로 정상회담을 요청해 만남이 이뤄진 적이 있었는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DMZ 정상회담은 그 내용보다 만남의 절차와 형식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외교문법', '형식'도 깨버린 북미정상   

먼저 트럼프의 트윗에 대한 첫 반응은 ‘어 이게 뭐지?’ 였다.

현 시점에서 북미 간 정상회담의 만남은 김정은 위원장에겐 매우 절실한 것이었기에, 회담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느낌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있은지 5시간 여 후 북한의 답신이 나왔다.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 공식요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6월30일 오후 3시45분께 이뤄진 군사분계선에서 북미 두 정상의 만남, 그리고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월경은 또 한 번의 가슴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감정을 좀 누그러뜨리고 냉정하게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왜 느닷없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요청 트윗을 날렸는가. 오사카 G-20 정상회담부터 한국방문까지 이어진 트럼프의 트윗내용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죄다 미국 국내정치 내용이다: 경제상황이 이렇게 좋은데 왜 내 지지율이 이 모양이지? 75%는 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슨은 지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 등등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모두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TV토론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트럼프는 이슈메이커다. 자신이 이목을 받도록 만들고 싶어 한다.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비무장지대에서 북미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이는 더할 나위없는 이벤트가 된다. 

예상했던 대로 전 세계는 트럼프-김정은 간의 만남에 주목했다. G-20, 미중무역협상은 이제 아무런 이슈도 아닌게 돼버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30일 오후 4시4분부터 남측 자유의 집에서 사실상 제3차 북미정상회다을 50여분간 가졌다. 자유의 집 회담장에 들어서 착석한 후 국내외 언론앞에서 모두발언 중인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30일 오후 4시4분부터 남측 자유의 집에서 사실상 제3차 북미정상회다을 50여분간 가졌다. 자유의 집 회담장에 들어서 착석한 후 국내외 언론앞에서 모두발언 중인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깜짝 북미정상 3차회담 성과...'있다'

이제 미국의 대북정책을 살펴보자.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둔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새롭게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 간 북미 양국은 협상의 봉착국면 속에 있었다. 서로에 대한 입장변화를 요구하며 대화는 중지돼 있었다. 이번 만남으로 양측은 실무협상의 조기 재개에 합의했다. 

두 번째 성과는 두 지도자들 간의 신뢰구축이다. 이제 트럼프와 김정은은 아무런 이슈가 없더라도 수시로 만날 수 있는 관계로 격상됐다. 

조금 과장해본다면,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없더라도 두 지도자들 간의 만남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이 원했던 탑다운 접근법이 점점 더 가능성을 더해가는 순간이었다.

'북한 비핵화', 중국 역할 존중해야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늘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포괄적 합의가 목적이라고 언급했으며, 제재완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북미 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무협상을 시작하더라도 북미 양국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낙관론은 여전히 금물이다. 여전히 북미 간 비핵화 합의에 회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왜 이번 만남이 가능했을까. 중국의 외교가 한 몫 한 듯하다. 시진핑은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카드를 사용했으며, 이번 회담은 그 성과를 방증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나마 미중 간 무역협상 재개를 이뤄냈으며, 북한을 대화로 유도해냈다. 북한에 대한 경제 및 안보지원의 대가로 향후 북미 협상에서 중국의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있게 됐다. 

한동안 북미중 3각외교가 지속될 듯하다. 트럼프 역시 대선국면을 맞이하여 선거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무역분쟁을 완화시키면서 자국 기업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북한문제를 관리모드로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향후 한국은 어떤 전략을 가지고 가야 할까. 일단 현 국면이 우리의 전략적 이익과 상충되지 않는다. 조바심 내지말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등한시돼었던 4강 외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은 남북한 간의 단선외교가 아니다. 복합적인 주변국들과의 전략적 셈법을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시켜 다양한 외교적 과제에 대비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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