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트남 제재 현실화할까...현지 한국기업 '큰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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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베트남 제재 현실화할까...현지 한국기업 '큰 타격' 우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6.2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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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6일 베트남에 무역제재 가능성 시사
무역협회 "스마트폰, 전자기기, 철강등 국내 진출기업 큰 타격 입을 수도"
미-베트남 협의, 미국내 공청회 등 거칠 듯...현실화까진 시간있어
"국내 진출업체, 베트남 제재등 시나리오별로 대응책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에 무역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베트남에 무역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라고 지칭하며 중국에 이어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에 적극 진출했던 국내 기업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6월 기준 베트남에 616억7000만 달러(투자건수 6957건)를 투자, 전 세계 국가중에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에 뒤이어 일본(554억4000만 달러, 3792건)과 싱가포르(4510억 달러, 2072건), 대만(309억3000만 달러, 2551건) 순이다.   

미국의 베트남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등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베트남 하노이 공장 전경이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베트남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현지 진출한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등 관련 국내기업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의 베트남 하노이 공장 전경이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전자기기 직격탄 맞을 수도"…삼성전자 "지켜보겠다" 긴장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면서 "베트남은 중국보다 훨씬 더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이 미국과 무역에서 과도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가장 나쁜 착취자(the single worst abuser)' 라고 표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거치며 원산지를 세탁해 미국에 들어가는 방법으로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올 1~5월 베트남이 중국에서 수입한 전자제품 및 컴퓨터 수입량이 전년비 81% 증가했고 같은기간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전자체품 및 컴퓨터 수출량이 72% 늘어났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베트남으로 옮겨 붙을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중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기계, 철강 업종 관련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베트남에 전자부품 등을 수출한 후 베트남 현지공장에서 이를 조립,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경우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메이드 인 베트남'에 추가적으로 수입 관세 등을 부과할 경우 베트남 진출 우리 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베트남 현지 투자 규모가 큰 스마트폰, 전자기기, 철강, 기계 등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며 이 경우 생산 원가 상승 등으로 우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중 베트남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삼성전자도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한 스마트폰과 TV 등의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5%에 달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6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삼성은 특히 베트남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하기 위해 등록한 173억 달러중 90% 이상이 이미 지출된 상태다.  

지난 1995년 베트남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 본격 진출했던 삼성전자는 2008년 하노이 인근 박닌성 옌퐁공단, 2013년 타이응우옌성 옌빈공단에 휴대폰 1·2공장을 짓는등 투자를 늘려왔다. 2014년 10월에는 호찌민에 있는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소비자가전(CE) 복합 단지를 건설했다. 이밖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도 베트남에서 차세대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단 진행추이를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세탁기, 태양광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결정때도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기는 했지만 국제무역위원회(ITU) 등이 여러 차례 공청회를 거쳐 기업과 양국 산업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실제로 제재가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절차가 필요한 만큼 말 한 마디가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가 현실화된다면 우리 뿐 아니라 미국 기업을 포함해 베트남 등 아세안 진출 기업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기업과 싸우자는 건데, 쉽게 결정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실제로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실제로 베트남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국내 업계및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베트남 제재, 실현 가능성은

실제로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제재를 가할지는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의 문 수석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해서 바로 조치가 이어진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현실적으로 미국도 단기간에 조치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베트남과 상호 협의나 의사소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이 미국의 우방이기도 하고 GE 등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도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 베트남 제재로 미국 역시 중간재 수급에 차질을 빚는 만큼 고려할 대상이 많으며, 미국 내 국내 의견도 수렴해야 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문 연구원은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경제패권 장악 시도를 견제하며 미중 무역분쟁을 이어오는 와중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과 협상을 이어왔다"며 "베트남에 앞서 인도에 대해서도 유사한 언급을 하는 등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에 전방위로 문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이번 베트남 제재 발언은 베트남 자체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지만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베트남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등도 타격을 받는 만큼 사실상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내거나 이익을 보는 모든 국가 등을 상대로 미국에 유리한 판을 짜려는 의도를 갖고 한 발언"이라며 "결국 베트남 등 아세안으로부터 수입 제한을 시사한 트럼프 발언은 미국내 생산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베트남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한 단계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베트남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한 단계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의 선택지는 탈(脫)베트남?... 쉽지 않은 과제

지난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생산 기반을 옮겼다.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기업은 생산기지 다변화 등의 이유로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이동했다. 

우리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분쟁 기간 중 우리 기업의 대응방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중국에서 베트남과 아세안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수출 물량을 늘리거나 국내 자체 생산물량을 늘리며 대응했다. 또 일부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제재 가능성 시사로 아세안 생산 거점 확대 방식이 중요한 기로에 선 셈이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미국의 베트남 제재에 우리 기업이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 연구원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단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미국이 베트남에 취할 수 있는 조치별로 어떤 영향을 받을지가 업종별로 다른 만큼, 미리 시나리오를 짜 예측하고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단계적으로 밟아가는 게 지금으로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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